내용요약 생명보험업계 22개 생보사 즉시연금(만기환급형) 상품개발
애매하게 약관을 기재한…삼성ㆍ한화ㆍKDBㆍ하나생명
‘가슴 쓸어내린’ 농협생명, ‘연금월액을 적게 하여’ 한 줄…‘신의한수’

[한스경제=전근홍 기자]삼성ㆍ한화생명이 최근 잇따라 금융감독원(분쟁조정위, 이하 분조위)의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과소지급 사태 해결 권고안의 수용거부를 결정했다. 이같은 결정에 따라 소송 전으로 치달으면 이들이 판매한 상품의 약관 문구가 재판 결과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즉시연금은 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뺀 금액을 공시이율로 운용해 매달 운용수익을 연금으로 지급하고 만기 때 원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공제하고 만기 시 원금을 돌려주기 위해 환급 재원(책임준비금)을 쌓는데 약관에 이를 명확히 기재하지 않아 과소 지급 논란이 벌어졌다.

보험업계 안팎에선 즉시 연금 상품의 약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가입을 결정하고 연금액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실제 금액과 다소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을 했는지 여부에 따라 소송을 준비하는 개별 생보사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즉시연금 과소지급액은 약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돼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업계 공동으로 22개 생명보험사들이 개발한 즉시연금 상품 중 문제가 된 약관 종류는 네 가지 형태다.

출처=연합뉴스

애매한 약관=삼성ㆍ한화ㆍKDBㆍ하나생명

-삼성생명

대표적으로 문제가된 것은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약관이다. ‘연금계약의 적립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을 매월 계약 해당일에 지급한다’고 기재돼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만기에 돌려줄 재원을 미리 떼겠다는 내용이 전혀 없어 오인할 소지가 크다.

금감원 역시 이점을 지적하며, 전체 계약자 대상 과소지급액 4300억원을 일괄 구제 방식으로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삼성측은 약관에 ‘책임준비금은 산출방법서에 따라 계산된다’고 추가로 명기해 연금액에서 책임준비금이 빠진다는 점을 제시했다고 맞서고 있다.

-한화생명

한화생명의 경우 삼성생명에 비해 약관의 문구가 더 직접적이긴 하다. 이들은 약관에 ‘연금개시시의 책임준비금을 기준으로 만기보험금을 감안해 연금을 지급한다’라고 표현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금감원은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며, 보험료에서 일정금액을 차감한다는 뜻으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하나생명, KDB생명

중ㆍ소형사들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조정안 거부 등 즉시연금 과소지급 논란에 대해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KDB생명ㆍ하나생명 등이다. 이들의 약관 역시 ‘책임준비금을 기준으로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 연금액’이라고 표기했다. 따라서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서 정한 바’라는 의미가 만기 때 보험료 원금을 돌려주기 위한 재원을 차감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 면죄부 받은 농협생명의 신의한수 '한 줄 삽입'

농협생명은 이번 즉시연금 과소지급사태에서 한 발짝 벗어나 서있다. 약관을 보면 ‘가입 후 10년간은 산출방법서에 정한 방법에 따라 연금월액을 적게 하여 10년 이후 연금계약 적립금이 보험료와 같도록 한다’고 기재했다. 금감원은 ‘연금월액을 적게 하여’라는 문구를 차감의 의미로 해석해 면죄부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즉시연금 분쟁…공은 법정으로

법조계에선 즉시연금 과소지급 논란과 관련해 금감원이 지적한 약관의 애매함이 타당한 것으로 봤다. 상법에 규정한 ‘설명의무’에 대해 약관상 모호한 표현만으로는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대법원 판례는 “보험계약자에게 수학식에 의한 복잡한 연금계산방법 자체를 설명하지 못하더라도 연금액의 그 변동 가능성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고 판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세욱 대한변호사협회 기획이사는 “가장 대표적으로 문제가 된 삼성생명의 경우 약관의 사업방법서에 따라 연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표현이 구체성이 떨어져 소송으로 갈 경우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홍 이사는 “대법원 판례는 연금계산방식을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 등 사업방법서에 위임하는 것은 설명의무이행이 아니라고 본 것”이라면서 “사실상 소비자에게 사업방법서를 교부하지 않는 다는 점 등에서 소송으로 갈 경우 생보사들에게 불리한 정황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근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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