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때문에 바이오 기술 돈만 대고 정작 핵심기술을 나라밖으로 유출"
[한스경제=양인정 기자] “돼지에서 사람의 팔다리가 나온다. 윤리적, 법적 논란은 있겠으나 그것을 사고로 팔다리를 잃은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엠젠플러스의 심영복 대표는 첨단 바이오 기술이 이룰 수 있는 궁극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런 일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이종 장기이식으로 명명되는 이 기술은 국내외 대학과 바이오 회사가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는 분야다. 서울대 임상의학연구소에 따르면 1964년 6명의 환자에게 침팬지의 신장을 이식했다는 기록이 있고 이 중 1명은 9개월 동안 생존했다.
심 대표는 "사람의 수명을 단 6개월이라도 연장할 수 있다면 자신의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바이오기업 엠젠플러스가 추구하는 기업가치가 여기에 있다.
엠젠플러스는 이미 당뇨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인슐린을 분비하는 돼지를 개발해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하는데 한 걸음 다가섰다.
인슐린 분비 이상으로 나타나는 당뇨병환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009년 189만9223명이던 당뇨병 환자는 2013년에 231만4116명으로 약 21% 증가했다. 2015년 국제당뇨연합(IDF)의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을 앓고 있는 인구는 4억1500만명이고 2040년이 되면 10중 1명이 당뇨병 진단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뉴질랜드의 엘씨티(LCT, Living Cell Technologies Limited)는 이미 이와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치료제 개발과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엘씨티는 당뇨병을 정복하기 위해 돼지의 인슐린을 이용한 돼지췌도 이식제를 개발해 당뇨병 치료에 상당한 진척을 이뤘다.

엠젠플러스는 엘씨티의 기술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했다. 회사는 사람인슐린을 분비하면서 면역거부가 없는 돼지췌도 이식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췌도는 췌장에 섬모양으로 산재하는 내분비샘 세포집(集)으로 인슐린을 분하는 곳이다.
심 대표는 "뉴질랜드의 돼지췌도 이식제는 순수한 돼지 인슐린으로 당뇨를 치료하지만 향후 면역체계에 거부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반면, 엠젠플러스의 돼지췌도 이식제는 돼지를 이용해 ‘사람과 같은 인슐린’을 분비해낸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 것과 관련, 강정택 엠젠플러스 생명공학연구소 소장의 설명은 이렇다. “우선 돼지의 유전인자에서 인슐린을 만들어 내는 인자를 제거합니다. 이렇게 태어난 돼지는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하는데, 사람의 인슐린을 만들어내는 인자를 접목하면 그때 태어나는 돼지는 사람과 같은 인슐린을 생산하게 되는 겁니다”
회사는 이처럼 지난해 7월 ‘인간의 인슐린’을 분비하는 ‘형질전환 복제돼지’ 생산에 성공, 이 돼지의 췌장에서 사람의 인슐린을 분비하게 했다.
강 소장은 "이 인슐린은 돼지에서 분비되지만 인체에서 나오는 인슐린과 같아 사람에겐 전혀 부작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개발의 성과를 밝혔다.

◇ 승부사 기질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결과
엠젠플러스의 탄생은 의료업계와 인연이 깊었던 심 대표의 과거 이력과 관계가 깊다. 그는 뜻밖에도 과거 럭비선수였다. 운동을 그만둔 후로 심 대표는 한양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제약회사에 다녔다. 제약회사에 다니면서 병원에 납품하는 의료기계 공급 사업의 전망을 보고 1997년 의료 장비를 수입해 병원에 납품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운 좋게(?) 그해 겨울 IMF 외환위기가 찾아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당시에는 환율이 급등해서 외국에서 물건을 수입하면 바로 손실로 이어졌던 시기였다. 아무도 의료기계를 납품하려고 하지 않을 때 그는 계속 수입을 해서 병원에 납품했다. 단 외환위기가 끝나도 거래처를 바꾸지 않는 것이 당시 그가 제시한 거래조건이었다. 위기 상황에서 거래처를 확보하려는 것이 그의 전략이었다. 현금을 돌려막아야 했던 이 전략은 외환위기가 길지 않아야 성공 가능한 것이었다. 럭비선수였던 심 대표는 역시 승부사다.
그의 말대로 운 좋게 찾아온 외환위기는 운 좋게 1년이 지나자 환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당시 그가 늘린 거래처 병원이 400곳 이상이었다. 그는 이와 같은 사세 확장으로 손상된 뼈와 인대를 이식을 통해 재생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셀루메드를 설립, 이를 기반으로 지난 2015년에는 지금의 엠젠플러스를 전격 인수할 수 있었다.

◇ 한 걸음 다가선 이종장기 이식... “임상시험 환경 조정하고 바이오산업 자본규제 푸는 것이 정부 할 일”
회사의 또 다른 사업영역은 이종장기 이식이다. 그는 “형질변경 복제돼지를 개발한 기술노하우가 있어 이 연구 분야에 상당한 진척이 있다”면서도 “아직 갈 길이 먼 분야”라고 상황을 말했다.
심 대표는 “이종장기 인식은 이식시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몇몇 반응 인자를 다 제거해야 몸 안에서 거부반응이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엠젠플러스의 이종이식 연구는 앞서 밝힌 췌도뿐만 아니라 돼지의 각막, 심장, 신장 등을 원숭이에 이식하는 과정을 통해 면역거부반응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심 대표는 “실제로 해외에서는 돼지 장기를 이식받은 원숭이가 약 3년을 살고 있다”고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를 밝혔다.
문제는 임상시험을 어렵게 하는 법과 규제다. 심 대표는 엠젠플러스 인수와 동시에 차의과대학교 의생명과학 석사학위를 취득할 만큼 이종이식분야에 몰입했다. 연구와 관련 지식과 산업의 이해가 넓어질수록 그는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후진성을 걱정했다.
그는 “암과 같이 불치의 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이종 장기이식은 희망과도 같은 기술이지만 제도와 법률이 기술의 발전을 막고 있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심 대표는 이종이식의 가장 큰 문제로 동물의 세포나 조직등을 이용해 만든 이식치료제를 사람에게 임상시험 할 수 없도록 한 규제를 손꼽았다.
첨단재생의료란 인간의 세포, 조직, 장기를 대체하거나 재생시켜 원래의 기능을 할수 있도록 복원시키는 첨단의료기술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첨단재생의료에 관한 관련법 및 인허가제도가 정비되어 있지 않아, 이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 20대 국회에서는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보건위) 등 복수의 의원이 첨단재생의료와 관련된 원활한 임상시험이 가능하도록 ‘첨단재생의료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약칭, 첨생법) 을 발의해 곧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그는 첨단 바이오산업에 대한 뒤늦은 법률안 개정과 규제에 대해 쓴소리도 쏟아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바이오산업의 전체의 문제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와 그 가족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대표는 “중국과 일본이 이미 관련 법률의 정비를 통해 활발한 임상시험이 이뤄지고 있고 가시적인 효과를 보지만 우리나라는 규제 때문에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임상시험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구조는 필연적으로 기술이 유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수조원의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면서도 “결국 국가가 돈만 대고 기술은 유출되는 모양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등은 정부 재정을 출자해 3조 4182억원의 모태펀드를 조성하고 15조 9464억원의 자펀드를 조성, 운영 중이다.
그는 바이오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자본 규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코스닥의 바이오계열 사업체가 관리종목이 되는 것은 오랜 기간 연구, 개발비가 지출되면서 자본잠식이 되기 때문이라”며 “연구, 개발을 모두 비용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일부는 자본으로 인정해 줘야 바이오 기업이 살고 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엠젠플러스는...
엠젠플러스는 바이오 영역에서 10년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2015년 셀루메드 대표이사 겸 최대주주로 있던 심영복 대표가 회사의 이력과 바이오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인수에 나섰다. 회사는 지난 3년간 적자를 끝내고 2017년 흑자 전환했다. 회사는 첨생법 통과와 동시에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거쳐 치료제 등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심 대표는 2009년 중소기업기술혁신 대전 지식경제부 장관상과 3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2012년 한국생체재료학회 산업분과 전문이사와 2013년 아주대학교 응용생명공학과 겸임교수를 각 역임했다.

양인정 기자 lawyang@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