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16년 난임 환자 22만1천명…12년 새 2배 증가
‘임신 원한다면 시기 놓치지 않도록 정부가 알려줘야’
한스경제-인구보건복지協 '저출산 극복' 공동캠페인 [9]
최안나 센터장/사진제공=국립중앙의료원

[한스경제 김지영] ‘인구 절벽’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더니 올 들어선 ‘인구절벽’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2월 출생아 수가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혼인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 이상 줄면서 사상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추세대로면 인구 감소가 본격화하는 2060년에 국내총생산(GDP)이 3.3%나 줄어든다는 암울한 관측까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출생아 수는 지난해 2월보다 3,000명(9.8%) 감소한 2만7,500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월별 출생아 수는 1월에 3만 명 수준을 회복했다가 한 달 만에 2만 명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2월을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1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이기도 하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출생아 수는 2015년 12월부터 27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은 아기 낳기를 원하지 않는 사회다. 취업난, 삶의 질 중시 등의 영향으로 많은 청년들은 임신과 출산을 ‘축복’이 아닌 ‘재앙’처럼 여기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출산 가능한 여성의 나이인 15세부터 49세까지를 기준으로, 한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자녀의 수)은 역대 최저인 1.05명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사회 곳곳에서는 저출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난임 부부 혹은 여성이 그 주인공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4년 12만7,000명이었던 국내 난임 환자는 2016년 22만1,000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결혼이 늦어지면서 임신을 시도하는 나이가 높아져 생긴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최안나 센터장/사진제공=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의사로 현장에서 많은 환자를 만난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난임센터장에게 갈수록 심각해지는 난임 문제 극복 방안과 지원 정책의 방향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그는 “난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들이 임신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최 센터장이 난임 센터를 찾는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이럴 줄 몰랐다’다. 

의학적으로 여성은 30세가 지나면 자연 임신율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35세 이후에는 임신율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임신이 돼도 유지가 어려운 고위험 가능성이 커진다. 40세가 넘으면 현대 의학에서 가장 적극적인 임신 시술법인 체외수정 성공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자연유산 가능성도 높아져 건강한 출산으로 이어지기 힘들다. 

최 센터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임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연령에 따라 달라지는 임신 가능성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신을 할지 안 할지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아이를 낳을 생각이 있는 사람이 정보를 몰라 시기를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국가가 학교 교육을 통해 가임력, 건강한 성생활을 위한 피임 정보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임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나이’다. 지금처럼 결혼이 늦어져 출산 연령이 고령화 되면 난임 환자 증가는 필연적이다. 그렇다면 출산 연령은 왜 높아지는 걸까?

최 센터장은 “우리 사회는 출산하지 않는 사람이 더 유리한 사회”라며 “아이를 낳고 키우려면 많은 돈과 시간이 든다. 따라서 경제적 기반을 다지고 아이를 낳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난임 환자에 현재 정부는 난임 시술 10회 지원, 연간 3일 난임휴가제 등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10회로 제한한 시술 횟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이에 최 센터장은 “10회에서 횟수를 늘리는 것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며 “10회 안에 임신이 되지 않으면 추가 시술을 해도 임신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난임휴가제에 대해서는 현행보다 일수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 휴가 일수는 늘리고 남성도 정액 채취를 위해 월 1회 휴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저출산 극복의 또 다른 방안으로 미혼모와 그가 낳은 아기를 위한 정책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최 센터장은 “우리 사회는 미혼모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에 지나치게 부정적인데 사실 소중한 아이를 낳아준 사람에게 그에 맞는 적절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며 “아이를 낳으면 연봉이 높아지고 승진도 된다면 미혼모가 아기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안나 센터장/사진제공=국립중앙의료원

그는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미혼모가 된 여성에 대한 책임은 아이의 친부와 피임의 중요성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은 사회에도 있다”며 “어떠한 환경에서 임신했어도 차별하지 말고 모든 임신을 존중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센터장이 거듭 강조한 난임 극복의 시작점은 지속적인 정부의 관련 교육 정책이다. 그는 “현재 난임 정책은 이미 난임이 된 사람들을 위한 사후 대책이 많다”며 “난임이 되기 전 건강한 임신을 할 수 있도록 예방 정책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난임센터장은...

◇약력 △1966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의학과 석·박사 △강남차병원·여성의학연구소 산부인과 과장 △아이온산부인과 원장 △서울시의사회 상임이사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홍보이사 △진오비(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 대변인 △한국여자의사회 상임이사 △대한산부인과학회 법제위원회 위원(현)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난임센터장(현)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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