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 한국 청년이 경제 활동 제약의 심화로 벼랑 끝 위기에 처해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현재 청년층이 직면한 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국내 경제가 저성장을 지속하면서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여가 어렵게 됐고 자연히 소득이 줄고 부채가 늘어나면서 청년층의 피로도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15∼29세 신규 채용 청년 중 비정규직은 2007년 54.1%에서 2015년 64.0%로 상승했다. 전체 가구 평균 부채가 2012∼2016년 28.8% 늘어날 때 30세 미만 가구주 부채는 85.9%나 급증했다. 30세 미만 가구의 소비지출은 2013년 2,299만원에서 2016년 1,869만원으로 축소됐다. 전체 가구의 평균 소비지출 금액과 비교하면 71.9% 수준이다.
오랜 취업 준비, 경쟁 심화 등으로 2012∼2016년 국내 청년층 인구 10만 명당 우울증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4.7%로 전체 평균(1.6%)의 3배에 달했다.
통계청 자료에서도 지난해 청년층 실업률은 9.9%로, 2000년 이후 역대 최악이었다. 청년층 실업자 수도 43만5,000명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청년들이 실제 체감하는 실업률은 22.7%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올랐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말그대로 ‘우울한’ 상황에 놓인 청년층에 금융투자업계 리더들은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사실 금투업계 리더에 대해 일부 청년 세대는 롤모델로 삼고 있다. 고연봉을 받는데다, 다른 금융권과는 달리 성과에 따른 보상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성과를 내기 위해 그들은 치열하게 경쟁했고 어려움도 겪어봤다. 벼랑끝에 놓은 젊은이들에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권용원 금투협 회장 “떨어지더라도 계속 지원하라”
권용원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은 “취업이 안 되더라도 끝까지 두드리면 문이 열린다면서 끈기를 가져야한다”고 부탁했다. 권 회장의 둘째 자녀도 취업이 안 돼 고민했지만 꾸준히 구직활동을 벌인 결과 최근 취업에 성공했다.
그는 또 “20대는 향후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밑그림을 잘 설계해야 할 중요한 시기이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젊은 청춘들의 도전과 야망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면서 “좌절을 두려워하지말고 미래를 위해 자기계발에 힘써달라”고 덧붙였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부회장 “시대 변화 시작은 자금이동...융합적 사고도 필요”
자본시장 전문가답게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은 “시대의 변화 흐름에 주목해야 하며, 그 시작은 자금이동에서 나타난다” 며 “글로벌 경제 판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보기 위해 자본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할 필요가 있다” 고 조언했다.
최 부회장은 “특히,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금융을 포함한 여러 산업이 빠르게 재편될 것” 이라며 “기존 환경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산업을 결합하는 융합적인 사고력을 갖추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경은 KB증권 사장 “끈기를 가져야”
윤경은 KB증권 사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끈기 있게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요즘 청년들이 아이디어도 많고 하고 싶은 게 참 많은데, 끈기가 없으니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하고 싶은 일도 중요하지만 끈기있게 지속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취업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리더들은 길게 보돼 일단 취업부터 하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어려우면 해외라도 취업을 해 경험을 쌓고 시장에 진입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사장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일단 취업하라”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사장은 눈높이를 낮춰 일단 취업시장에 진입하라고 조언했다. 이 사장은 “큰 기업도 좋지만 진입장벽이 높은 게 문제”라면서 “작아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작은 기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기업이 근무환경이나 급여면에서 부족할 수는 있지만, 추후 이직도 가능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생긴다”면서 “일단 취업시장에 진입하는 게 좋다”고 답했다.
김기범 한국기업평가 사장 “국내 취업 어려우면 해외로 눈을 돌려라”
금융투자업계 ‘국제통’으로 통하는 김기범 한국기업평가 사장은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취업 확률이 떨어지고 취업시장에서 아예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내만 바라보지 말고 해외 취업시장에도 도전해 보는 게 유익하다”고 당부했다. 해외에서 속칭 ‘3D'로 불리는 굳은 일을 하더라도 최소한 언어나 문화, 또 그 나라가 왜 선진국(후진국)인지를 우리나라와 비교해 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사장까지 지냈던 그는 “바로앞에 떨어진 잎사귀를 줏느라 하루하루를 낭비하는 인생을 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해외에서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으면 국내에서 못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취업도 취업이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한 가치관이나 지향점을 정립하는 게 먼저라는 충고도 있었다.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 “확실하고 장기적인 ‘꿈’부터 정해야”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은 젊은 층이 우선 자신이 원하는 확실한 ‘꿈’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요즘 신입사원 스펙이 과거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면서도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하겠다는 깊은 생각은 이전만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자신이 ‘미래에 뭐가 되겠다’는 장기적인 꿈이 있으면 일시적인 어려움이 와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면서 “세상이 빠르게 변하면서 장기적인 꿈을 세우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도 같다”고 평가했다.
서명석 유안타증권 사장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낙관론자’ 되라”
‘동양사태’로 무너져 내릴 뻔 했던 회사를 유안타증권으로 되살린 서명석 사장은 젊은이들에 질보다는 양을 늘리라고 호소했다. 그는 “좋은 책은 없고 많은 책을 일다보면 좋은 책을 만나게 되고 아이디어도 많이 생각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 마련”이라며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한방’을 기대하지 말고 성공할 때까지 실패의 양을 늘리면 된다”고 말했다.
서 사장은 “똑같이 미래를 좋게 보는 낙관론자와 긍정론자 중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낙관론자가 돼야 한다”며 “인생에는 정답이 없는 만큼 적극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환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자신이 원하는길 가라”
정환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은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면서 “명확한 목표를 정하고, 자신이 가고자하는 길을 가야 중장년이 돼도 후회가 덜하고,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살아가다보니 도움이 되지 않는 경험은 없었다”면서 “남들보다 많은 경험을 했다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자산으로 중년에 경험에 비해 흡수율이 높은 젊은 시절, 다양한 방면으로 많은 경험을 해보라”고 당부했다. 정 부사장은 광고기획사에서 자동차회사를 거쳐 증권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다각도의 시각을 확보할 수 있었다.
환경이 어려운만큼 젊은이들이 좌절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뻔하긴 하지만 힘들 때일수록 용기를 내 많이 도전해야 결국 좋은 결과도 나온다는 것이다. 이들 역시 힘든 과정을 딛고 리더 자리에 올랐고 리더의 자리에 오른 지금도 그리 쉽지 만은 않다는 호소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허남권 신영운용 사장 “실패는 젊음의 특권...용기내야”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젊은 층은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어 걱정이 많다”면서도 “이럴 때일수록 더욱 용기를 내 성공을 쟁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사장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비인기 종목인 컬링에서 여자 대표팀이 선전한 것을 두고 “모두가 원하는 쪽이 아니라 다른 쪽에서 기회를 찾아 자신만의 ‘꽃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실패는 젊음의 특권으로 실패를 통해 ‘산지식’을 많이 쌓은 사람만이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허 사장은 “증권사 영업점에서 영업하던 초년병 시절부터 사장이 된 지금도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면서 “인생의 어려움은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성환 타임폴리오운용 대표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은 ‘사람’...좋은 사람 얻어라”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의 젊은 층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그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군대 시절에는 급성 간암으로 아버지마저 떠나보냈다. 옥탑방 전세금 1,600만원을 종자돈 삼아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다. 주식투자로 이름을 날리다가 대우증권에 스카우트되기도 했지만, 박차고 나와 창업에 도전해 현재 1조6,000억원 정도를 굴리는 ‘헤지펀드계의 거물이 됐다.
하지만 그 조차도 “요즘 경기가 안좋고 취업의 문도 좁아져 젊은이들이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은 비관적이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은 ‘사람’이라고 믿는다”면서 ‘혼밥’, ‘혼술’ 등의 유행어가 나타나는 등 점점 외부로부터 스스로를 단절 또는 고립시키는 경향에 대해 경계심을 나타냈다.
황 대표는 “내 주변에 얼마나 많은 ‘좋은 사람’들이 있는지가 성공의 척도”라면서 “아무리 주변 상황이 어렵더라도 비관적인 자세를 가지고 혼자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혼자 고민하기 보다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좋은 사람’을 얻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건 운명이 아니고 노력의 결과라는 주장이다.
이병래 예탁결제원 사장 “어렵다고 좌절말고 희망갖고 기회 기다려라”
이병래 예탁결제원 사장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환경이 어렵다고 좌절해서는 안 되고 희망을 갖고 살다보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면서 참고 버틸 것을 강조했다.
김지호 기자 better502@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