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임서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 정부의 통상압박에 맞서 현지에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양사는 '세탁기 세이프가드'를 저지하기 위해 마지막 공청회에서 최종적으로 의견을 전달했다. 이번 세이프가드가 불합리하며 관세로 인해 미국 공장설립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정부의 통상압박에 맞서 현지에서 총력을 다해 저항했다./연합뉴스

정부와 삼성전자·LG전자가 3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서 열린 '세탁기 세이프가드 공청회'에 참석해 관세의 부당함을 적극 주장하면서 세이프가드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ITC는 지난해 11월 앞으로 3년간 매년 120만대를 초과하는 세탁기 수입에 대해 첫해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권고안을 마련했다. 백악관으로 넘어가있는 이 권고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다음 달 초 최종 조치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더 심한 조치를 추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번 USTR 공청회는 우리 측 총력을 다해 의견을 피력했다. 

우리 업체는 프리미엄 대형 냉장고에 집중하고 있다. 월풀이 만들지 않기 때문에 시장 잠식과 무관하지만 월풀과 GE 등 미국 세탁기업체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강력한 수입제한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한국을 비롯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 세이프가드의 빈틈이 될 수 있어 해당 국가도 세이프가드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정부는 강하게 반박했다. 정부는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일부 위원들이 권고한 '쿼터 내 물량에 대한 관세 부과'가 WTO 세이프가드 협정 제5.1조의 수준을 초과하는 과도한 규제임을 지적했다. 제5.1조는 세이프가드 조치는 심각한 피해를 방지하거나 구제하고 조정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현지에 짓고 있는 세탁기 공장을 반격의 카드로 내세웠다. 관세 부과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사우스 캐롤라이나주나 테네시주에 짓고 있는 미국 현지공장의 순조로운 출발을 가로막고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존 헤링턴 삼성전자 미국법인 선임 부사장은 공청회에 참석해 "사우스 캐롤라이나 뉴베리에 짓는 공장은 완전히 통합된 생산설비로 약 1,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내년이면 100만대 이상의 세탁기를 생산하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관세는 뉴베리 공장, 우리와 거래하는 소매업체들,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대단히 심각한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뉴베리로 세탁기 생산을 이전하기 때문에 ITC가 권고한 TRQ(저율관세할당)에 대해 반대하지 않지만 뉴베리에서 생산을 늘려가는 동안 소매업자들과 소비자들에게 모든 종류의 제품을 공급하려면 일부 세탁기를 수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토니 프레일리 삼성전자 사우스 캐롤라이나 가전공장 매니저는 "우리는 이미 504명의 직원을 고용했고 그들 중 90%는 뉴베리나 그 인근 지역에서 고용된 현지인들"이라며 "프런트 로드 방식 세탁기와 톱 로드 방식 세탁기 생산라인이 모두 가동되는 2018년 말까지 1,000명의 직원을 고용할 계획"이라고 말하면서 관세는 점진적인 생산량 증대나 생산 이전 전략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LG전자 역시 "LG와 삼성 모두 미국에서 세탁기를 생산할 것이기 때문에 수입 규제는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내년이면 북미 시장에 공급하기 위한 LG와 삼성의 세탁기 중 수입분은 30%에서 4%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록 ITC가 120만대의 수입 쿼터를 권고했지만 LG는 미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헌신의 마음을 재확인한다"며 "LG는 미국 정부가 자기 잇속만 차리려는 월풀의 제안을 거절할 것을 촉구한다. 그 제안은 테네시주에 해롭고 미국의 일자리를 위태롭게 하며 미국 경제에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USTR은 이날 나온 의견을 종합해 자체 권고안을 백악관에 올린다. 미 통상법 201조에 근거하고 있는 세이프가드는 미국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수입제한조치를 허용하는 것이다. 최종 결정은 대통령이 하지만 그 근거를 ITC가 제시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 단독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권고안을 보고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구제조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에 1월 중 최종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다음달 최종결과가 좋지않을 경우 WTO에 제소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중재안이 나올 때까지 2~3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사실상 실효가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공청회 전에도 불합리한 조치와 미국 공장 설립, 일자리 등과 관련한 주장을 펼쳐왔고 이번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새로운 변수가 생길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며 "우리나라 측의 설득이 효과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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