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ITC, 120만 초과 물량 50% 관세 부과
삼성.LG "미국 유통·소비자 선택권 제한"

[한스경제 임서아] 미국 정부가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권고안을 적용하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세탁기 수출이 50% 이상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업계의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권고안을 적용하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세탁기 수출이 50% 이상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연합뉴스

1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4일 세탁기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담은 보고서를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ITC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권고안은 향후 3년간 매년 120만대를 초과하는 세탁기 수입에 첫해 50%를 부과하고 2년 차에는 45%, 3년 차에는 40%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관세할당(TRQ)이다.

ITC는 "세탁기 수입이 절반으로 감소하면서 미국 세탁기 산업의 판매량, 매출, 영업이익이 2016년 대비 상당히 증가하고 판매가격도 약간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20만대 TRQ를 적용할 경우 세탁기 수입 물량이 2016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하고 수입 세탁기 가격은 거의 3분의 1 상승한다는 것이다.

ITC는 월풀이 요청한 전체 수입에 대한 50% 관세가 과하고 소비자와 유통업체에 지나친 부담이 될 수 있어 채택하지 않았다. ITC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대안으로 내놓은 TRQ가 적절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제시한 145만대는 너무 많다고 봤다. 145만대는 미국의 세탁기 수입이 정점을 찍고 자국 세탁기 산업의 영업적자가 최고에 달했던 2016년 수입 물량의 절반 수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

ITC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공장이 단순 조립공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부품 수입은 규제에서 제외해달라는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세탁기 부품 수입을 한정하면 수리에 필요한 현지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장을 일부만 수용했다.

ITC는 5만 대를 초과하는 세탁기 부품에 첫해 50%를 부과하고 2년 차에는 7만 대 45%, 3년 차에는 9만 대 40% 관세를 부과하는 TRQ를 권고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업계의 근심은 깊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세탁기는 연간 200만 대 이상이다. 금액으로는 약 10억 달러(1조 929억 원) 수준이다. 만약 40% 이상의 미국 수출 물량이 50%의 높은 관세 폭탄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측은 이번 권고안은 미국 유통 및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크게 제한하게 될 것이라며 최종 결정을 하게 될 미국 정부가 가전산업 전반을 고려해 선택을 내리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 세탁기 절반이 50% 관세를 물게되면 수출에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며 "또 미국 보호무역주의가 세탁기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가전 업계 전반으로 피해가 퍼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임서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