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 고려대 출신이 무섭게 부상하고 있다.

정권의 실세로 알려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나온 경영학과를 비롯해 고려대 출신이 업계에서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 모습이다. 서울대를 나온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금투협 회장자리까지 고려대 출신이 독식할지 주목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고려대 출신으로 차기 금투협 회장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거론된 인물은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사장과 김봉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장승철 전 하나금융투자 사장 등이다.

이 중 장 전 사장은 출마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이사장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출마를 부인했다.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사장

황 전 사장은 다음주에 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1979년 씨티은행을 시작으로 다이너스카드 한국대표, 그리스 아테네은행 공동대표 부행장, 한화 헝가리은행 행장, 씨티은행 서울지점 이사, 제일투신 대표, PCA자산운용 대표 등을 역임한 후 2009~2013년 우리투자증권 대표를 지냈다. 외국계 회원사 출신으로 ‘국제통’으로 분류된다.

황 전 사장은 “운용사, 증권사와 대형사 중소형사를 경험한 게 가장 큰 장점이고 현재 업계의 글로벌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자신이 금투협 회장직의 적임자임을 내세웠다. 황 전 사장은 2014년 금투협 회장 선거 때도 후보 공개모집에 지원했지만 최종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는 이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황 전 사장이 고려대 경영학과 72학번으로 74학번인 장하성 실장의 선배라는 점이다. 나이는 둘 다 1953년생으로 같다. 이에 대해 황 전 사장은 “학교 다닐 때도 본적이 없고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강조했다.

황 전 사장이 금투협 회장직에 오른다면 업계 고려대 출신이 또 한명 늘어나게 된다. 장하성 실장과의 관련성을 배제하고 현재 금투업계에서는 최종구 금융위원장(무역학과),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경영학과), 정지석 코스콤 사장(경영학과) 등이 고려대 출신이다.

증권사 중에서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교육학과, 경영학 복수전공),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경영학과),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사회학과), 이병철 KTB투자증권 부회장(경영학과 중퇴), 최석종 KTB투자증권 사장(정치외교학과), 신요환 신영증권 사장(경영학과) 등이 고려대를 나왔다.

특히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과 이병철 부회장-최석종 사장간 경영권 분쟁도 일종의 ‘연고대전’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권 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지난 4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한 임주재 사외이사(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는 권 회장의 연세대 경영학과 선배다. 두 사람은 ‘연세대금융인회(연금회)’에 속해 끈끈한 유대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또 권 회장 추천 사외이사 중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돼 또 다른 경영권분쟁의 ‘불씨’가 될 것으로 여겨지는 이훈규 사외이사(차의과학대학교 총장)도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권 회장은 지난 6일 장내에서 보통주 93만7,825주를 매수해 지분율을 21.96%에서 23.51%로 확대하는 등 ‘결전’에 대비하고 있다. 이병철 부회장은 16.39%의 KTB투자증권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의결권 있는 주식을 기준으로 하면 권 회장 21.55%, 이 부회장이 14.0%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서울대는 꾸준히 수장에 많이 올라있고 연세대와 고려대 출신이 패권 다툼을 하면서 한쪽으로 쏠리는 사이클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한편,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도 협회장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고려대 출신이 당선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해 졌다. 권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뒤 기술고시(21회)에 합격해 당시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20년간 공직생활을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기술경영학 석사학위도 받았다. 돌연 공직에 사표를 낸 뒤 인큐브테크,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을 거쳐 2009년 4월부터 키움증권 사장을 맡아 자기자본 기준 톱 10(9월 말 기준 1조5,297억 증권사로 키워냈다. 권 사장은 문재인 정부와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권 사장은 업계 사장들과 사이도 좋아, 출마만 하면 당선은 따논 당상”이라고 예상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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