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고성능 준중형차 시장이 오랜만에 달아올랐다. 기아차 스팅어와 제네시스 G70이 출시되면서다. 4초 후반대면 정지상태에서 100km/h로 달리면서도 5,000만원 정도에 불과한 이들에 많은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스팅어와 G70의 롤모델은 단연 BMW 3시리즈다.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도 경쟁자 중 하나이지만, 저렴한 고성능 준중형 세단 시장을 열어젖힌 것은 분명 3시리즈다.

BMW 330i M 스포츠패키지. BMW코리아 제공

신흥 세력들의 잇딴 도전장에 BMW는 지난 7월 묵묵히 330i M 스포츠패키지 출시로 답했다. 3시리즈 판매량도 지난 8월 전달대비 11.1%, 전년대비 11.6% 늘면서 다시금 존재감을 확인했다.

330i는 328i를 대체하는 모델이다. 같은 2리터짜리 4기통 엔진이지만, 새로운 트윈파워 터보기술을 집약해 새로워졌다는 것이 BMW 설명이다. M 스포츠 패키지를 기본 장착하면서도 가격은 328i에서 올리지 않았다.

330i를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직접 타봤다. 주행 거리가 길지는 못했지만 어드밴스드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환경에서 성능을 테스트 해봤다.

내부 인테리어나 편의사양은 전작과 크게 차이가 없다. 그뿐 아니라 디자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양이 전작과 같다.

동력 성능도 최고출력이 7마력 늘어난 것뿐, 사실상 같다. 252마력까지 낼 수 있으며 최대토크는 35.7kg·m이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내는 시간은 5.8초다. 스팅어와 G70 2.0 터보 모델과 제원상으로 비슷하다.

330i를 타고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 센터의 여기저기를 돌며 성능을 확인해봤다. BMW코리아 제공

하지만 그것만으로 330i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다. 1975년부터 50년 가까이 이어진 노하우는 꼼꼼한 차량 완성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로 안정적인 서스펜션이 일품이다. BMW가 만든 차는 단단한 서스펜션 감쇠력 탓에 안락함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330i는 상대적으로 ‘말랑’한 편이라 노면 충격을 잘 흡수해줬다. 그렇다고 물렁한 것도 아니라서 충분히 노면을 읽을 수 있을, 딱 적당한 느낌이다.

부드러운 엔진도 인상적이다. 엔진에 불을 지필 때부터 고속으로 달리기까지, 330i는 그 흔한 칭얼거림조차 없다. 가히 직렬6기통에 비견할만 하다. 가속 페달을 지긋이 밟았는데도 계기반 바늘은 150km/h까지 순식간에 돌아갔다. 8단 스텝트로닉 스포츠 변속기도 여기에 한 몫 한다.

강력한 제동력은 이런 330i의 부드러운 서스펜션과 엔진의 장점을 극대화한다. 체험 프로그램 중 급정지를 자주 했는데, 330i는 단 한 번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멈추든 필요한 곳에 확실하게 몸을 세웠다.

소음이나 잔 진동도 잘 잡아냈다. 엔진 진동은 충분히 전기차에 비견할만한 수준, 노면 진동은 딱 필요한 만큼만 올라온다. 150km/h로 달리는데도 풍절음을 듣기 어려웠다.

가장 가슴을 설레게 한 것은 바로 배기음이다. 인위적으로 소리를 만드는 스팅어나 G70과 달리, 330i는 진짜 엔진 소리를 실내에 들려준다. 자칫 거슬리고 시끄러울 수 있는 배기음이 심장을 뛰게 만든다.

굳이 단점을 꼽아보자면 좁은 2열이다. G70보다도 좁게 느껴진다.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의 부재도 아쉽다. 아무래도 2015년 출시된 모델이라 여기까지는 손을 대지 못한 듯 싶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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