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소형, B세그먼트 SUV에 주목하고 있다. 오랜 자동차 시장 침체 속에서도 급성장 중인 몇 안되는 세그먼트이기 때문이다. 여성 수요가 많아서 미래 전망도 밝다는 분석이다. 

▲ 현대자동차 코나는 유럽차를 닮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여성 운전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현대차 제공

내수 소형 SUV 시장은 14일 현대자동차가 코나 사전계약을 시작하면서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쌍용차 티볼리와 르노삼성 QM3, 그리고 쉐보레 트랙스다. 하이브리드 동력을 사용한 기아차 니로까지 합해 국내 완성차 5개사가 모두 소형 SUV를 갖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국내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소형 SUV 출시 릴레이는 끊이지 않는다. 시트로앵 C4칵투스, 혼다 HR-V 등 대중적인 모델에서 랜드로버 이보크, 인피니티 QX30 등 프리미엄 모델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 르노삼성은 여성을 겨냥한 QM3 마케팅을 이어오는 중이다.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출시를 앞둔 모델도 많다. 폭스바겐 티록, 아우디 A2가 대표적이다. 기아차도 CUV인 스토닉을 출시하고 소형 SUV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 그 밖에도 업계는 노후화된 소형 SUV에 대한 페이스리프트나 신형 출시를 발빠르게 준비하는 모습이다.

자동차 업계가 이처럼 소형 SUV에 힘을 기울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동차 시장 침체기가 장기화하는 상황에 판매량이 늘고 있는 몇 안되는 세그먼트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소형 SUV 시장 규모는 2010년 48만5,000대였던 것이 2016년 460만대 가량 팔려나가며 10배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확인된다. 작년 1분기 판매량도 116만4,000대로 전년 동기 83만2,000대에서 무려 40% 가량 급증했다.

▲ 쌍용차는 여성을 위한 도우미 프로그램인 레이디케어를 통해 여심 잡기에 나섰다. 쌍용자동차 제공

특히 국내 소형 SUV 시장은 2013년 처음 형성된 후 불과 4년여만에 10배를 넘어섰다. 연간 9,214대에 불과했던 판매량이 작년에는 무려 10만7,295대로 늘어난 것이다.

모델별로 보면 티볼리 5만6,935대, QM3 1만5,301대, 트랙스 1만3,990대, 니로가 1만8,710대다. 코나가 출시되어도 이들 차량 점유율을 나눠가지기보다는 소형 SUV 시장 전체가 더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한다.

오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소형 SUV에 대한 인기가 계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실용성에 있다. 소형 SUV는 공간이 넓고 안전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포장도로를 달리기에도 좋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4륜구동을 사용해 오프로드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소형 SUV가 사실은 크로스오버(CUV)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정통 SUV는 무거운 프레임 바디에 커다란 바퀴를 사용해 오프로드를 달리는 데에 특화된다. 하지만 소형 SUV는 모노코크 바디에 효율성 높은 엔진을 사용해 온로드 주행을 중심으로 하며, 선택적으로 4륜구동을 장착해 부분적인 오프로드 주행까지 가능케한다.

경제성도 높다. 소형 SUV는 2,000만원 전후로 가격이 저렴하다. 디젤엔진을 주로 쓰는 만큼 연비도 좋다. 최근에는 디젤 엔진 대신 하이브리드 소형 SUV에도 관심이 늘고 있다.

또다른 인기 비결로는 여성 운전자들의 지지가 꼽힌다. 소형 SUV는 작고 디자인이 예쁘면서도 안전하고 지상고가 높아 운전편의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적재 공간도 넓어서 육아에 쓸 차종으로는 안성맞춤이다.

여성 운전자가 늘어나는 요즘 추세대로라면 소형 SUV 시장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운전면허소지자 중 여성 비율이 2013년 40.3%에서 2015년 40.8%로 소폭 늘었다. 실제 차를 구매하는 여성은 훨씬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쌍용차 티볼리 구매자를 연령대와 성별로 분석해보면 30대 여성이 15.2%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이 40대 여성(13.6%), 30대 남성(12.3%) 순이다. 20대에서도 여성이 7.5%, 남성이 7.1%로 나타났다. QM3 역시 여성 구매자 비중이 53%에 달한다.

▲ 시트로엥 C4칵투스는 감각적인 디자인에 실용성, 벤치스타일 시트 등 청년들에게 꼭 맞는 모델로 평가받는다. 한불모터스 제공

쌍용차가 티볼리에 여성 전용 서비스인 ‘레이디케어’를 제공하거나, 르노삼성이 6월 한 달간 여성 고객에게 30만원을 지원하는 등 여성을 겨냥한 마케팅을 이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형 SUV가 여성들에게 많은 지지를 얻는만큼 앞으로도 한동안 높은 인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여성고객뿐 아니라 실용성을 중시하는 남성 고객에게도 소형 SUV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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