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뉴 감독은 2004년~2007년, 2013년~2015년 첼시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고 팀을 세계적인 명문클럽으로 이끌었다. 사진=첼시 공식 홈페이지

[한국스포츠경제 이상엽] “FA컵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을 자신이 있다. FA컵 트로피는 저와 첼시가 함께할 역사의 중요한 상징이 될 것이다.”

2007년 5월 19일, EPL 신흥강자 첼시를 이끄는 주제 무리뉴 감독은 ‘2006-07시즌 잉글리시 FA컵’ 결승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서 ‘도발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당시 첼시는 FA컵 결승 상대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리그 우승을 내주며 3연속 리그 우승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설욕을 다지던 무리뉴 감독은 FA컵에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유와의 진검 승부를 통해 자신의 팀 첼시가 맨유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무리뉴 감독은 “결승 상대가 맨유라는 점에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다. 퍼거슨의 맨유는 잉글랜드 축구 역사에서 위대한 업적을 쌓아 올렸다. 그걸 첼시는 지난 2년간 리그 우승으로 맨유보다 뛰어난 팀이란 것을 보여줬고, 이번 결승도 그것을 증명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FA컵 결승은 새롭게 개장한 뉴웸블리 스타디움에서 9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졌다. 두 감독의 지략대결은 정규시간 90분 동안 승부를 내지 못했다. 후반 연장 디디에 드록바가 결승골을 터뜨리자 무리뉴 감독은 두 주먹을 치켜 올렸다. 첼시의 통산 4번째 FA컵 우승의 순간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우승 후 “이번 승리로 저는 첼시와 함께 잉글랜드의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하게 됐다. 첼시에서 너무나 행복하다. 앞으로도 첼시에 머물고 싶다. 떠날 이유가 없다”는 말로 첼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생애 첫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후 10년. 무리뉴 감독은 자신이 콧대를 꺾어버린 맨유의 지휘봉을 잡고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다.

“맨유의 역사, 현재 부진한 팀을 이해하는 팬, 훌륭한 선수들이 있기에 매일 행복하다. 이것이 맨유를 사랑하는 이유이자 팀을 다시 명문구단으로 만들 이유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지금의 무리뉴가 꿈꾸는 ‘이데아’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느껴진다.

수원=이상엽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