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출시 예정인 중국형 신형 투싼. 현대차 제공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중국 시장 수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중국 자동차시장은 최근 경기둔화, 주식시장 불황 등으로 성장세가 한 풀 꺾였다. 중국 토종 업체들까지 가세하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중국으로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배수진을 치고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 파격할인 등 불꽃튀는 마케팅 경쟁

합작 형태로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가격 할인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최근 중국 시장에서 부진했다. 현대차는 올해 7월까지 56만4,389대를 팔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9% 줄었다. 기아차는 33만3,165대로 6.3% 감소했다. 업계에 따르면 베이징현대 일부 대리점들이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단종 예정 모델인 투싼(ix35)의 가격을 정상가 대비 절반 가격에 시작하는 경매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투싼 2013년형 2.0 자동 LV의 경매 가격을 11만1,800위안(2,037만원)으로 책정했는데 이는 정상가인 18만3,800위안(3,349만원)보다 7만2,000위안(1,312만원)이나 낮다. 여기에 8,000위안(145만원) 상당의 무료 사은품을 더해 총 8만위안(1,458만원)의 혜택을 제공한다. 2015년형 2.4 자동 IV도 21만6,800위안(3,951만원)에서 14만4,800위안(2,639만원) 으로 경매 가격을 책정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9월 신형 투싼 중국 출시를 앞두고 일부 딜러들이 자체적으로 벌이는 행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ㆍ기아차의 할인 행사로 받아들이는 현지 소비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내려간 차 값을 다시 올려 받는 것 역시 수월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앞서 기아자동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도 지난 8월7일부터 단종 예정 모델인 SUV 스파오(구형 스포티지)의 가격을 일률적으로 5만위안(938만원) 내렸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9월에 신형 투싼을, 기아차는 하반기에 신형 K5와 신형 스포티지를 잇달아 선보일 예정이다.

실적 부진을 겪은 글로벌 메이커들도 가격 할인에 동참하고 있다. 일기폭스바겐은 10만858대를 판매했지만 전년 동월대비 29% 감소했다. 상하이폭스바겐과 상하이GM 역시 각각 9만9,703대와 9만2,085대를 판매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25% 24%가 줄었다. 이들 업체 역시 3만~5만위안 수준의 가격 인하 공세를 벌이고 있다.

▲ 지난 3월 기아차가 출시한 중국 전략형 SUV KX3. 기아차 제공

 

●성장세 둔화ㆍ중국 토종 브랜드 성장에 고전

최근 글로벌 메이커들이 고전하는 원인은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탓이다. 중국 자동차시장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규모로 커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만 약 1,923만대의 차가 팔렸다.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약 8,300만대인 점을 고려하면 약 23%가 중국에서 팔린 셈이다. 한국 자동차 내수시장(약 165만대)보다 무려 11배, 현대ㆍ기아차의 연간 생산량(약 450만대)보다 4배 이상 많은 차가 지난해 중국에서 팔렸다. 2위인 미국(약 1,620만대)보다도 약 300만대나 많다. 올해 2,000만대를 훌쩍 뛰어넘고 2020년에는 3,500만대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시장은 계속 커지겠지만 성장세는 한 풀 꺾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 자료에 따르면 7월 승용차 판매는 126만8,600대였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6% 줄어든 수치다. 전문가들은 “중국 자동차 시장이 2000년대 들어 급성장기를 거쳐 이제는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예상했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업체들은 고전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성장도 글로벌 메이커에게 위협이다. 중국 내수시장만을 대상으로 하는 중국 내 자동차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무려 30~40%에 달한다. 이들은 기술력은 떨어지지만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중국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장안기차는 올해 중국 자동차 시장이 침체했음에도 1∼7월 44만6,000여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53.4% 증가한 실적을 냈다. 장성기차 역시 같은 기간 39만4,000여대를 팔아 31.2% 증가한 판매 실적을 달성하며 글로벌 합작 메이커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메이커들의 각축장이었던 중국시장이 점점 수렁으로 변하고 있다”며 “현지에서 인기 있는 SUV를 개발하는 등 현지인들이 좋아할 만한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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