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스타게이트 구축 이어 SMR로 전력 대체 확보 구상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필요한 인프라를 확장하기 위해 세계 각국 리더들과 만나고 있다. 결국 자금이 문제인데, 최근 그가 아랍에미리트(UAE)를 찾았다고 블룸버그가 10일(현지시간) 전했다. UAE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역내 AI 패권을 잡기 위해 데이터센터 건립 경쟁을 벌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올트먼이 UAE에서 투자자와 정부 관리들을 만나 AI 인프라 확장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어 11일 미국 워싱턴으로 이동해 미국 의회 및 국가안보·정보기관 구성원들과 회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동은 AI 반도체 부문에서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생산망을 구축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전력 등 AI 생산에 필요한 인프라가 AI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담겨있다. 오픈AI는 지난해 구동 효율성을 강화한 '아라키스' 모델 개발을 중도에 포기하는 등 새로운 AI 모델 개발에 난관을 겪고 있다. 올트먼은 AI 개발의 주요 병목 현상이 서버 인프라 부족 때문에 발생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해왔다.
AI 반도체는 전기먹는 하마다. 구글에서 1회 검색시 0.3W의 전기가 사용되는데 반해, 챗GPT에서 1회 검색시 10배에 해당하는 2.9W의 전기가 사용된다. 올트먼은 산업에 필요한 반도체 핵심칩 제조에 이어 거기에 필요한 에너지 발전소 구축까지 구상하고 있다.
올트먼이 AI칩 제조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필요한 금액은 최대 7조달러(9432조원)이다.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 함께 AI용 대형 데이터센터 설립계획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착수했는데, 데이터센터는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 IT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장비를 한 건물 안에 모은 시설이어서 24시간 전력이 필요하다. 전력 확보라는 과제를 풀기 위해 올트먼은 MS와 소형모듈원전(SMR)도 논의 중이다. SMR은 작은 크기로 냉각수가 덜 필요해 육지 한복판, 데이터센터 바로 옆에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올트먼은 2013년 SMR스타트업 '오클로'를 인수하고 스팩 상장을 준비 중이며, 빌 게이츠의 SMR 회사 '테라파워'는 2030년에 최초의 SMR단지를 완공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트먼이 수년내 10여 개의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한 뒤 대만 TSMC에 운영을 맡긴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트먼의 야망이 실현되려면 미국의 동의를 얻는 것을 포함해 자금 제공자, 업계 파트너 및 정부로 구성된 전 세계에 걸친 네트워크를 설득해야 한다.
올트먼은 지난 1월 대만 TSMC를 시작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방문해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경영진과 협업 방안을 협의했다.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의 지분 90%를 보유한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도 만나 사업 계획을 설명했으며, 서방 국가 관계자들, 미국 의회와도 반도체 제조 공장 설립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 중 하나인 싱가포르 테마섹과 만나 투자 논의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오일머니를 가진 중동에도 몇차례 방문했다. 이번 UAE 방문 전에는 UAE 대통령의 동생이자 아부다비의 AI 기업 G42의 소유주인 타흐눈 빈 자예드 국가안보 보좌관을 만난 바 있다.
UAE와 사우디는 AI 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자국 내 사막에 거액을 들여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UAE는 향후 몇 년 안에 1천억 달러 규모를 목표로 하는 AI 투자펀드를 조성하겠다고 지난달초 발표했다. 사우디는 경제 상당 부분을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지만 AI에서 새 수익을 찾으려 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은 아직 서유럽 지역에 비해 데이터센터가 부족한 상황이다. 격차를 줄이기 위해 UAE와 사우디는 데이터센터 용량을 각 108메가와트, 467메가와트 확장할 계획이다.
다만 UAE 기업들의 외국인 투자 추진은 중동 국부펀드와 중국의 관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조사를 받을 수 있다. 앞서 미국 국회의원들은 G42에 대해서도 비슷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제 빅테크 기업들은 AI성능을 경쟁하던 것을 넘어 효율적인 AI생태계 구축을 경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데이터브릿지마켓리서치는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시장의 성장세가 2029년까지 연평균 43%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MS·오픈AI 연합의 데이터센터가 완성되면 양사는 외부 의존 없이 내재화된 AI 인프라를 바탕으로 AI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오픈 AI는 하반기 차기 생성AI 모델 ‘GPT-5’를 공개할 예정이다.
박정현 기자 awldp219@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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