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U-22 규정 우려 "‘나이 때문에 뛴다’는 관념이 생길까 아쉬워"
후배들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아… "자신이 잘하는 걸 해야"
[수원월드컵경기장=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축구에서 전반전에 선수 교체가 이뤄지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국내 K리그에선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출전 명단에 22세 이하(U-22) 선수들이 최소 2명 포함돼야 한다는 프로축구연맹의 ‘U-22 규정’ 때문이다.
4일 오전 기준으로 올 시즌 K리그1(1부) 94경기에서 전반전에 교체된 선수는 총 123명이다. 그중 22세 이하(U-22) 선수는 99명이었다. 전반전 교체 카드 사용 중 80.5%가 U-22 규정을 위해 활용됐다. 이 제도는 젊은 선수에게 출전 기회를 주고 이들을 육성하려는 취지에서 처음 시작됐다. 2013년 23세 이하(U-23) 출전 규정으로 출발해 변화를 거친 뒤 지금의 U-22 출전 규정에 이르렀다.
U-22 규정은 선수 교체 카드와 연관이 있다. 축구에서 교체 카드를 한 장 더 쓸 수 있다는 점은 큰 이점이다. K리그는 팀에서 U-22 선수 2명이 선발로 나서거나 선발, 교체 출전이 각 1명이라면 5장의 교체 카드를 쓸 수 있다. 이를 어길 경우 한 경기에 2번만 교체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아직 기량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이 먼저 그라운드를 밟고, 전반전에 주전들과 교체되는 보기 드문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수원FC는 U-22 규정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구단 중 한 팀이다.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전(2-1 승)에서도 U-22 규정에 해당하는 선수 1명을 선발로 출전시켰다. 대신 팀의 에이스인 이승우(25)는 주로 U-22 자원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는다. 이날도 후반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드존)에서 만난 이승우는 후반전 출전에 대한 어려움과 함께 K리그의 U-22 규정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그는 “밖에서 볼 때 후반전에 들어가면 더 쉬울 것 같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힘들다. 전반전 도중 투입되면 정신없이 경기 하다 전반전이 끝난다”며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 (이 제도가 운영되는 게) 저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라는 세계에서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나이 때문에 뛰는 거라면 팀 선수들과 U-22 선수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팬들에게도...”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이승우는 “U-22 자원이 아니어도 뛸 선수들은 충분히 뛴다. 그래야만 22세 이하 선수들도 자기 발전이 되고 형들과 경쟁할 수 있다. U-22 선수들이 경쟁력과 관계없이 ‘나이 때문에 뛴다’는 관념이 생기기 때문에 사실 좀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승우는 20대 초반의 나이에 유럽 무대에서 경쟁하며 시간을 보냈다. 치열한 경쟁을 겪어본 그는 젊은 후배들을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승우는 “젊은 선수들은 자신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더 잘 살려야 한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걸 잘해야 한다. 당연히 지금 당장은 베테랑 선수들보다 경험에서 밀릴 수 있다. 그러나 패기나 자신의 강점을 살릴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통산 110번째 ‘현대가 더비’에서는 전북이 웃었다. 후반전 조규성(25)과 문선민(31)의 득점에 힘입어 2-0 완승을 거뒀다. 결승골 주인공 조규성은 3월 5일 수원전 이후 3개월 만에 득점포를 재가동했다.
광주FC는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4-2로 꺾었다. 제주 유나이티드와 강원FC는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나란히 승점 1씩을 챙겼다.
강상헌 기자 ksh@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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