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창단 10년' 포항, 10년 만에 FA컵 정상
김기동 감독, 프로 사령탑 커리어 첫 우승
'지략가' 김기동 감독, 선수단 이끄는 탈권위 리더십도 인상적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우승을 차지한 포항 선수단이 김기동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우승을 차지한 포항 선수단이 김기동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연합뉴스

[포항=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축구팬들은 김기동(51) 감독이 이끄는 포항 스틸러스의 선전을 두고 ‘기동 매직’이라 부른다. 매직이라고 표현되지만 결코 우연한 마법은 아니다. 그라운드 안팎을 넘나들며 준비하는 김기동 감독 노력의 결과물이다.

김기동 감독은 2019년 4월 최순호(61) 감독의 뒤를 이어 포항 사령탑에 올랐다. 이후 김기동 감독은 자신만의 색깔을 내며 승승장구했다. 그간 하위권에 머물던 포항은 그해 K리그1(1부) 4위로 시즌을 마쳤고 2020년과 지난해엔 3위를 했다. 2021년엔 9위에 그쳤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포항은 올해 창단 50주년을 맞았다. 김기동 감독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우승 도전 의지를 보였다. 포항 구단도 남다른 각오를 나타냈다. 시즌 시작 전 일찌감치 김기동 감독과 3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제카(26·브라질), 백성동(32), 김인성(34) 등을 데려오면서 전력 강화에도 박차를 가했다. 다만 올 시즌에도 주축 선수의 이탈은 막지 못했다. 지난해 주장으로 팀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미드필더 신진호(35)가 인천 유나이티드로 떠났다.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포항 김기동 감독이 우승을 확정 짓고 주먹을 쥐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포항 김기동 감독이 우승을 확정 짓고 주먹을 쥐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동 감독의 우승 출사표가 무색하게도 신진호가 빠진 포항은 시즌 전 강팀으로 평가받지 못했다. 물론 매 시즌 팀 주축이 이적하는 모습을 지켜본 김기동 감독에게는 익숙한 상황이었다. 그는 올해에도 해결책을 찾아냈다. 선수단을 최대한 활용해 지금의 상황에 맞는 최적화된 새 전술을 구성, 다시 팀 전력을 끌어올렸다.

4일은 김기동 감독과 포항에 잊지 못할 날이 됐다. 포항은 이날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전에서 4-2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포항은 10년 만에 통산 5번째(1996·2008·2012·2013·2023년) FA컵 우승을 거머쥐었다. 전북, 수원 삼성과 FA컵 최다 우승 타이를 이뤘다.

이번 우승은 김기동 감독에게 더 특별했다. 프로 감독 커리어에서 이룬 첫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경기 후 만난 그는 “이번이 감독으로서 첫 우승이다. 항상 꿈꿔왔던 그런 순간이 오늘이지 않나 생각한다. 상당히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포항스틸러스 선수단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포항스틸러스 선수단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동 감독의 지략이 빛난 경기였다. 전반 17분 선제 실점 후 양쪽 측면 수비수와 공격수의 위치를 바꾸는 변화를 줬다. 그 결과 전반 44분 동점골(한찬희)을 일궈냈다. 후반 6분 페널티킥으로 실점한 뒤 김 감독은 교체 카드를 적극 활용했다.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은 선수들이 경기 분위기를 가져왔고 후반 29분(제카)과 33분(김종우), 47분(홍윤상)에 연속골을 터뜨리며 드라마 같은 우승 시나리오를 써냈다.

김기동 감독은 선수들에게 우승의 공을 돌렸다. 김기동 감독은 “(우승) 욕심이 났지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다.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줬다. 덕분에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이번 우승으로 어떤 다음 스텝을 밟고,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선수들과 좋은 축구를 만드는 것을 우선으로 삼겠다”고 웃었다.

김기동 감독의 이야기처럼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선수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김기동 감독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포항 구단 관계자는 “감독님은 선수들과 편하게 지낸다. 질책할 때는 확실하게 하시지만 딱 그때뿐이다. 이후 뒤끝이 없다. 과거에 잘못했던 이야기들을 다시 꺼내지 않는 분이다”라며 “훈련 때 감독님은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포지션별로 조언을 많이 해준다. 이 조언들이 쌓여서 선수들의 성장에 큰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포항 선수들이 김기동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연합뉴스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포항 선수들이 김기동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연합뉴스

김기동 감독은 구단 프런트와도 꾸준히 소통한다. 구단 관계자는 “경기 외적으로도 선수단을 위해 많은 신경을 쓰신다. 선수단 유니폼 재질에 관해서 묻기도 하시고 선수들이 사용하는 물품에 대해서도 궁금해하신다. 때로는 선수들의 의견을 대신 전달해 주시는 소통 창구의 역할도 한다”며 “감독님은 팬들과 호흡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 감독님께 팬들과 함께하는 이벤트 일정에 관해 이야기하면 항상 흔쾌히 허락하신다. 종종 구단 프런트에 팬들과 진행하는 이벤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시기도 한다”고 전했다.

FA컵 결승전이 끝난 뒤에도 김기동 감독에게서 덕장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리자 포항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두 팔을 벌려 환호했다. 이후 포항 홈 팬들이 모여있는 관중석으로 가 팬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김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하지 않았다. 뒤에서 선수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당시 상황을 떠올린 김기동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잘 준비했다. 주인공은 제가 아닌 선수들이라 생각한다. 선수들이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제가 아버지 같은 입장에서 자식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고 미소 지었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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