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中 BYD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샤오미 'SU7' 출시
미국·유럽, 보조금·관세 등으로 中 견제…한국은 보호장치 없어
(좌측부터) BYD에서 판매중인 SEAL, ATTO 3, DOLPHIN 차량. /BYD코리아 제공
(좌측부터) BYD에서 판매중인 SEAL, ATTO 3, DOLPHIN 차량. /BYD코리아 제공

[한스경제=박시하 기자] 중국 기업들의 저가 전기차 공세에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하며 테슬라를 제쳤고, 지난 한해 전체로는 글로벌 자동차 판매 9위 자리에 오르며 중국 기업 최초로 1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또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는 지난달 28일 전기차 ‘SU7’을 출시하고 하루에 9만대 가까운 예약 대수를 기록하며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10년대 중후반 중국 전기차 산업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신생 업체들과 정부의 보조금에 힘입은 급격한 성장세에 ‘거품’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는 자동차나 전기차에 대한 기술력이 부족한 다수의 신생 업체들이 중국 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다가 하루아침에 거품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던 전기차 스타트업 ‘바이톤’은 중국의 배터리 제조업체 CATL과 IT 기업 텐센트 등의 투자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으나 여러 차례 파산 위기를 겪다가 끝내 회생에 실패했다. 하지만 바이톤을 포함한 다수의 전기차 스타트업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BYD 등 소위 ‘강자’ 중심으로 재편됐고, 중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 선두를 노리는 위치에 올랐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지난달 25일 발행한 ‘BYD 글로벌 확장 전략의 명과 암’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지향하는 BYD는 아토(Atto) 3(C 세그먼트), 돌핀(B 세그먼트) 등 주로 C 세그먼트 이하 BEV 볼륨 모델을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해외 시장에 침투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며 “이러한 전략은 자체 부품 조달, 중국 내 생산을 통한 조립비용 최소화 등 코스트 우위에 힘입은 것으로서 여타 완성차 기업이 수익성 한계로 배터리 전기차(BEV) 라인업 확장에 분투하는 가운데 BYD의 강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분석했다.

BYD를 포함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저가 전기차를 쏟아내자 미국, 유럽 등은 견제에 들어갔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중국의 전기차 과잉 생산이 세계 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과도한 생산은 국제 가격과 생산 질서를 왜곡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도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과잉 생산과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유럽연합(EU)은 최근 중국 자동차 업체들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에 따라 중국 전기차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EU 지역내 기업들을 보호하고 시장 질서를 바로 잡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에서는 현재 중국산 전기버스와 전기트럭이 판매되고 있지만 보조금이나 관세 등을 이용한 적극적인 규제에 나서고 있지 않다. 국토교통부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버스는 총 2693대로, 이 중 50.9%에 해당하는 1372대가 중국산 전기버스이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고 보조금까지 받을 수 있어서 국산 전기버스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또 일각에서는 국산 전기차가 중국에서는 보조금을 못 받고 중국산 전기차는 국내에서 보조금을 받는 건 일종의 ‘국부유출’이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하고 나섰다.

이렇듯 미국이나 유럽처럼 자국 산업이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BYD나 샤오미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국내 승용차 시장까지 진입하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전기차가 가격 뿐만 아니라 기술과 품질 경쟁력도 어느정도 확보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순위가 도요타, 폭스바겐, 현대차 순으로 되어있는데 미래에는 BYD가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테슬라나 현대차는 따라가고 도요타나 폭스바겐이 (상위권에서) 빠질 것이라고 예상될 정도로 BYD를 비롯한 중국산 전기차의 경쟁률이 강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산 전기차가) 배터리부터 완성도도 그렇고 품질도 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가격이 30~40% 저렴하기 때문에 미국 등이 관세 등을 통해 배제하고 있는데 그냥 놔둬서는 경쟁이 안 될 수준”이라며 “우리나라도 최근에 합작 형태라든지 다양한 모델 제시가 들어와 있는 만큼 국내뿐만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게 중국산 전기차라고 보면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기존 자동차 제작사들이 공략하지 못한 세그먼트를 중심으로 급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아직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미국·EU 등이 배터리 및 희소 광물에 대한 규제, 핵심 부품의 원산지 규제 등을 강화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BYD 특유의 경쟁력이 희석될 수 있다”며 “확고한 이미지가 부재한 BYD 브랜드의 한계점은 일부 현실화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BYD가 지난해 하반기 국내에서 본격적인 전기차 판매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으나 지금까지 정확한 판매 시기를 정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BYD코리아 관계자는 “(한국내 출시와 관련해) 다각적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으나 정해진 바는 없다”며 “한국에서 (BYD의) 기업 이미지와 기술을 잘 모르는 상태여서 현재 브랜드 이미지 구축 차원에서 인스타그램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고 승용차 출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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