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비전 2030’ 계획 따라 오일머니로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100% 재생에너지 사용 신도시 ‘네옴시티’ 건설 순항
사우디아라비아가 건설 중인 세계 최대 첨단도시 네옴시티 /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건설 중인 세계 최대 첨단도시 네옴시티 / 연합뉴스

지구의 마지막 경고선인 1.5℃ 위기가 눈앞에 닥쳤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작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45℃ 높아졌다. 2015년 국제사회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산업화 이전 지구 평균기온보다 1.5℃ 상승하는 것을 억제하자’는 뜻을 모은지 8년 만이다.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진행한 것이 무색할 만큼 온도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이에 창간 9주년을 맞는 한스경제는 그간 천착해온 '1.5°C HOW' 캠페인에 맞춰 인류 생존 최후의 방어선인 1.5°C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 부문별로 국내외 동향과 쟁점, 대안 등을 종합적으로 엮어 연중기획으로 연재한다. /편집자주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석유왕국 사우디 아라비아의 재생에너지, 원전 투자는 의미심장하다.  엄청난 석유·가스 매장량과 생산량,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석유 패권과 국제적 영향력으로 사실상 석유 하나로 국가 전체가 돌아가다시피 했던 사우디로선 다른 에너지원 개발을 생각하기 쉽지 않았다. 그동안 전력 생산을 석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거의 100% 의존해 왔던 사우디였다. 그랬던 사우디가 탈석유를 외치며 원전과 재생에너지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있다.

무엇보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50년이 될지, 100년이 될지 모르지만 사우디에 매장된 석유가 언젠가 고갈되면 해외 수출은 물론 국내에서 사용할 전력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국가 중 하나로 화석에너지 소비를 줄이면 다시 사막의 부족시대로 회귀해야 할 상황에 몰려있다. 

이웃인 아랍에미리트(UAE)의 고 셰이크 라시드 국왕이 "할아버지, 아버지는 낙타를 탔고 나는 벤츠를, 내 아들은 랜드로버를 몰겠지만 내 손자는 다시 낙타를 타지 않을까"라고 했던 위기감이 그대로 사우디 왕가에 전이된 것에 다름 아니다. 

이들 중동 국가 사이에 ‘석유 의존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 탈탄소를 통한 새로운 경제산업 체제 구축에 자신들의 미래가 있다는 판단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기. 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국기. 사진=연합뉴스

사우디는 지난 2015년부터 ‘포스트오일’ 시대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중장기 국가 운영 계획인 ‘비전 2030’을 발표, 경제에서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경제 구조를 다양화하며, 보건의료∙교육∙인프라∙레크리에이션∙관광을 증진하는 것이 목표다.

먼저 막대한 오일머니로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에너지 다변화와 무탄소 에너지 전환을 위한 원전 건설에 800억달러(약 106조원)를 투입했다. 수소에너지 개발 계획도 눈에 띈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중심이 돼 세계 1위의 수소 공급업체가 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가장 주목할 점은 바로 북서쪽 지역에 건설 중인 ‘네옴시티’다.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가 추진하는 메가 프로젝트로, 100%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친환경 도시 건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포스트오일 시대에 대비해 차세대 기술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또 사우디는 세계 최고 수준의 태양전지 변환효율을 자랑한다. 초고효율 태양전지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더 작은 면적의 전지로 더 많은 전기를 만드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태양광 전지 설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공간도 아낄 수 있다.
사우디 킹압둘라과학기술대(KAUST)가 개발한 태양전지 최고효율 기록이 지난해 6월 33.7%를 기록했는데, 종전 최고 기록인 독일의 헬름홀츠센터 베를린 연구소(HZB)가 세운 32.5%를 뛰어넘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초대형 핵심 사업 네옴시티 건설 ‘착착’

네옴시티는 비전 2030의 핵심 사업이다. 수소,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만 100% 사용하는 친환경 미래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다. 네옴은 새로움을 뜻하는 그리스어 ‘네오(Neo)'에 아람어로 미래를 뜻하는 무스타크발(Mustaqbal)의 M을 조합한 단어다.

사우디 타북주에 총 사업비 5000억달러(약 668조원)을 투입해 2만6500㎢, 서울 면적의 44배 넓이로 건설하고 있다. 이 도시는 북쪽으로는 요르단과 접경하고 서쪽으로는 홍해를 접하며, 15km의 다리를 건설해 이집트와도 연결할 계획이다. 즉 지정학적 요충지이자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네옴시티는 크게 저탄소 친환경 직선도시 ‘더 라인(The Line)', 바다에 세워질 첨단산업단지 ’옥사곤(Oxagon)', 높은 산맥에 만들어질 미래 휴양 도시 ‘트로제나(TROJENA)'로 구분된다.

더 라인은 네옴시티의 중심이 될 스마트시티로, 사우디 정부의 조감도에 따르면 초고층 건물 2개가 사막과 산악지형 170km를 직선으로 가로지르는 형태다. 도시 전체를 유리벽에 담은 하나의 건축물로 만드는 것이다. 완공되면 900만 명의 거주자를 수용하고 운송 시스템을 활용하면 20분 이내에 도시 양 끝을 이동하며 어디든 접근 가능해진다.

더 라인은 100% 재생에너지로 구동하며 거대한 인공 다리 도시를 밝히고 녹색 전력이 1년 내내 도시의 기온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스마트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사우디 정부는 설명했다. 더 라인은 2030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 건설 계획이 불가능하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팀이 지난해 3월 공개한 네옴시티 집중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더 라인 건물이 이미 형태를 갖추고 사막을 가로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홍해에 인접한 지역에서는 팔각형 형태의 최첨단 산업단지인 옥사곤이 지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만들어지는 이 산업단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부유식 구조물로 첨단기술을 활용한 물류단지가 될 예정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을 활용한 물류 선별∙분류, 드론을 활용한 운송 등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빠른 물류 수송이 이뤄질 예정이다.

항구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운영해 실시간 운송과 세계적인 수준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운영 방식으로 네옴시티는 물론 전 세계의 중심이 되는 물류 관리단지로 도약할 목표도 세웠다. 완공 시 홍해 해변에 위치해 전 세계 무역량의 13%가 통과하고, 전 세계 인구의 40%가 비행기로 6시간 안에 도착 가능하다.

항만, 물류, 철도 운송시설을 통합해 탄소배출 제로 실현을 계획 중이다. 이를 위해 네옴그린수소컴퍼니(NGHC)가 네옴항에 풍력 터빈을 인도 받았다. 최대 4기가와트(GW)의 태양광 및 풍력 에너지를 통합해 매일 최대 600톤(t)의 무탄소 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또 생산된 녹색 수소 100%는 녹색 암모니아 형태로 전 세계에 수출할 예정이며, 대규모 청정에너지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옥사곤에는 산업단지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로 운영되는 세계chleo 녹색 수소 기반 암모니아 생산 공장이 설립되고 있다. NGHC와 ACWA Power, 에어 프로덕트(Air Product)가 합작한 회사로, 모든 녹색 암모니아에 대해 Air Product의 독점적 30년 오프테이크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전체 가치 사슬에 걸쳐 재생에너지의 경제적 잠재력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발 약 1500~2600m에 있는 산맥에 건설 중인 트로제나는 자연 계획의 일부로 면적 약 60㎢의 초대형 자연관광단지이다. 아카바 해안에서 50km 떨어진 곳에 있는데,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개최지로 선정되면서 화제가 됐다.

이곳은 사우디 다른 지역에 비해 평균 기온이 10도 정도 낮고, 겨울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도시의 관문이 될 ‘더 볼트(The Vault)'를 시작으로 자연과 개발된 경관이 조화를 이루고, 세계적 수준의 관광지가 되는 것을 목표로 2026년 완공 예정이다.

전체 네옴시티를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총 1조달러(약 1338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사우디 정부는 이를 공공 부문 투자, 민간 부문 투자 프로젝트 관련 기업공대 등을 통해 자금을 순차적으로 조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네옴시티를 통해 사우디의 주식 시장 가치가 1조달러(약 1338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 본사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전지 /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 본사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전지 / 연합뉴스

◆오일머니로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사우디는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재생에너지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국가 재생에너지 프로그램(NREP)과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개발사무소(REPDO)를 설립하고 태양열, 풍력, 지열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경매, 전력 구매 계약(PPA), 인센티브 제도로 국내외 투자자들이 사우디의 프로젝트 개발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사우디는 특히 일조량이 풍부하고 태양광 발전을 위한 이상적인 장소로 꼽혀 산업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발전 기술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발전 비용을 줄이면서 기존 화석연료 기반 발전보다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에너지 효율, 스마트 그리드 기술 및 디지털화의 발전도 재생에너지 시스템의 신뢰성과 성능을 높여 투자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사우디는 2020년 에너지 공급의 51%를 가스 49%를 석유에서 얻었는데, 59메가와트(MW)에 불과했던 태양광 설치 용량을 2021년 389MW, 2022년 390MW까지 늘렸다.

사우디 정부는 또 2030년까지 2억7000만t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206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에너지원 다각화를 목표로 추진 중인 3.67GW 규모 7개 태양광 프로젝트의 일부로 2021년 4월 12억3000만달러(약 1조6000억원) 투자로 건설된 300MW 규모의 사카카 태양광 발전소를 개소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중동 재생에너지기업 마스다르와 프랑스 전력공사 등으로 이루어진 컨소시엄이 1.1GW 규모의 알헤나키야 태양광 프로젝트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고, 사우디 투자부는 동부 지역에 태양광 제조 시설을 건설 중이다. 이 시설은 연간 5000t의전력을 생산하고 매년 400만BTU의 천연가스를 상쇄하며 20만t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연간 5~7GW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2030년까지 전력 수요의 50%를 재생에너지로 나머지 50%를 천연가스로 조달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수다이트 태양광 발전, 두맛 알 잔달 풍력발전소 등을 통해 탄소 배출 감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태양광과 물을 이용한 그린수소 생산 과정 모식도 /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연합뉴스
태양광과 물을 이용한 그린수소 생산 과정 모식도 /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연합뉴스

◆무궁무진한 잠재력의 수소에너지

사우디는 수소 분야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수소에너지는 생산 방식과 친환경도에 따라 그레이, 블루, 그린으로 구분한다. 그레이수소는 화석연료로부터 수소를 생산하고,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와 같은 방식이지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고 탄소 배출을 최소화해서 만드는 방식이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얻은 전기로 생산하는 방식의 친환경적 수소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세 가지 수소 모두 높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화석연료 기반의 그레이수소와 블루수소를 만들 수 있고, 블루 암모니아 생산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람코는 지난 2020년 사빅과 협력해 세계 최초 수소 운반 매개체인 블루 암모니아 40t을 일본에 선적 운반하는 데 성공했다.

그린수소 잠재력도 무궁무진하다. 재생에너지를 통해 얻은 전기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데 이를 경제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태양광과 풍력에너지, 이를 뒷받침할 지리적 환경이 중요하다. 사우디는 대부분의 국토에서 태양광에너지나 풍력에너지 생성이 가능하다.

단순 면적뿐만 아니라 생산 비용 측면에서도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2050년 기준으로 기술이 충분히 상용화됐다는 가정하에 사우디의 생산 비용은 평균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연수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