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운하 통항 제한 최소 10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연장...“’24년 수입 올해 대비 2억달러 감소”
18일 기준, 파나마운하 대기척수 124척, 대기일수는 최대 약 13-14일
파나마 운하 / 파나마운하청 제공
파나마 운하 / 파나마운하청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남아메리카에 발생한 전례없는 가뭄으로 파나마운하의 수위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파나마운하청(ACP)이 2024년까지 운하 통항 제한을 연장하기로 발표했다. 이에 지난 21년 3월 수에즈운하 좌초로 야기된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기록적인 해상운임 상승이 되풀이될까 화주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4년 만의 ‘슈퍼 엘니뇨(El Nino)’현상과 강우량 감소로 남아메리카 지역에 기록적인 가뭄이 발생했다. 파나마운하의 유일한 담수원인 ‘가툰(Gatun)’호의 일일 평균 수위도 24.2m로 9월 평균 26.6m보다 9%로 감소했다. ACP는 운하의 갑문수위를 채우기 힘들어지자 지난 2월 초부터 선박의 흘수(draft)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제한은 점차 강화돼 7월 19일부터 기존 흘수인 50피트(ft)에서 44ft로 감소됐고, 7월 29일부터는 일일 통항척수를 36척에서 32척으로 제한했다. 한편, 흘수는 선박에 물 위에 떠있을 때 가라앉는 깊이를 말하며, 화물이 많이 실릴수록 깊게 가라앉아 흘수가 제한되면 적재량을 줄여야 한다. 선박이 입항할 때마다 갑문에서 해양으로 민물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통항 척수를 제한하는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각) 리카우르테 바스케즈(Ricuarte Vasquez) ACP 청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운하의 통항제한을 최소 10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ACP 청장은 “향후 3개월 이내 운하 수위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최대 1년 이상의 제한이 불가피하다. 이번 제한으로 2024년 수입이 올해에 비해 2억달러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그는 파나마 가뭄이 지속되면 10월부터 일간 통항 척수를 30~31회로 감소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 경우 미국 곡물수출이 본격화되는 시기여서 시장운임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18일 기준 파나마운하의 대기척수는 124척이며, 대기일수는 최대 약 13-14일로 집계된다. 이는 평균 90척보다 약 38% 많고, 기존 3-5일에 비해 약 3배가 증가한 수치이다. 이번 대기선박의 증가는 운하의 흘수 제한으로 대형선을 중소형선으로 대체해 통항 척수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ACP는 적체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대기일수가 긴 선박을 우선 통항시키는 방식으로 예약 시스템을 개편했지만, 정기적인 컨테이너선과 달리 부정기적으로 운항하는 건화물선의 경우 선착순으로 운항에 입항할 수 있어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또한 통항 제한이 장기화됨에 따라 선박들은 아시아에서 미국 서안으로 우회 중이다.

파나마운하는 미국 동부와 아시아, 중남미 서부를 연결하는 80km의 인공수로로, 국제 해운의 6%를 담당하는 중추적인 동맥 역할을 한다. 이러한 파나마운하의 대기선박 증가, 화물량 감소, 대체경로로의 이동은 모두 운임 인상을 야기한다.

8일 기준 상하이에서 미국 동부로 향하는 운임은 1FEU당 2869달러로, 지난 3월 말 FEU당 2010달러에 비해 43% 증가한 수치이다. 또한 한국형건화물선운임지수(KDCI)의 동북아시아-미국 걸프(수프라막스급) 해상운임은 18일 7986달러로 지난 8월 1일 5583달러보다 43% 증가했다. 선박중개업체 EA Gibson은 “높은 운임과 운송 지연으로 미국 걸프지역으로 향하는 운송이 극동아시아 지역으로 변할 수 있다”며 “파나마운하의 운송 정체가 연장될 경우 중거리 유조선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에 남미서안으로의 아시아 배럴 수요가 촉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파나마의 건기가 12-4월인 점과 할로윈,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신년행사 등으로 3-4분기가 전통적인 물동량 증가 시기임을 고려하면, 파나마운하의 운항 제한이 선박 효율성을 저하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KOTRA 최원석 파나마무역관은 “9월과 10월에도 가뭄이 계속되는 가운데 12월 건기로 진입하면 연말 물동량 증가와 맞물려 매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그러나 파나마 내 대체 운송수단이 존재하고, 국가 최대 자산이자 인프라로서 운하의 지위, 대체항로 존재 등을 감안할 때 극단적인 상황은 발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파나마정부는 담수원을 다양화하고자 운하의 수자원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ACP 청장은 “우리는 추가 담수원을 마련하기 위해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며 “대규모 저수지를 건설하기 위해 제안된 프로젝트는 내년에 입찰이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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