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김윤동 6이닝 무실점
오재일 5타수 3안타(1홈런) 5타점
[고척스카이돔=한스경제 김호진 기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구단 40년 역사 중 최장인 13연패를 끊기까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남긴 9회말 2사웃 상황. 긴장된 상황 속 키움 히어로즈 이주형(20)의 공이 두 차례 바운드 뒤 1루를 향했다. 오재일(36)은 침착하게 포구하며 1루 베이스를 밟아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그는 "마지막 수비에서 마치 한국시리즈 마지막 수비의 느낌이 들었다. (2019년 당시)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했을 때보다 더 벅찼다"며 "긴 연패로 팬들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 그래서 마음껏 기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척스카이돔을 찾은 삼성 팬들은 감격에 북받친 듯 눈물을 흘렸다.
삼성은 24일 고척에서 열린 키움과 방문 경기에서 8-0으로 이겼다. 마운드는 무실점, 타선은 장단 14안타로 모처럼 완벽한 투·타 밸런스를 선보였다. 이로써 지난달 29일 대구 KT 위즈전 이후 무려 25일 만에 승리를 따냈다. 13연패를 끊고 시즌 36승(52패)째를 수확했다. 데이비드 뷰캐넌(33)도 원태인(22)도 아닌 좌완 영건 허윤동(21)이 6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좋은 투구를 했다. 타선에선 오재일이 5타수 3안타(1홈런) 5타점 2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오재일은 0-0으로 맞선 2회초 선두 타자로 나서 상대 선발 타일러 애플러(29)를 상대로 우전 2루타를 쳤다. 이후 1사 2루에서 김재성(26)의 2루타 때 홈으로 들어와 선제 득점을 올렸다. 3회초 2사 1, 2루에서는 외야 뜬공으로 돌아섰지만, 5회초 2사 2루에선 애플러의 초구 시속 144km 투심 패스트볼을 밀어쳐 달아나는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삼성은 6회초 상대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상대 2번째 투수인 양현(30)을 무너뜨렸다. 2사 후 이재현(19)과 오선진(33), 김현준(20)의 3연속 안타로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구자욱(29)과 호세 피렐라(33)의 연속 밀어내기 볼넷으로 5-0까지 격차를 벌렸다. 이어 오재일이 양현의 5구째 시속 128km 투심 패스트볼을 노려쳐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날렸다.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오재일은 "긴 연패로 한 달 동안 너무 힘들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며 "프로 선수는 팀이 졌을 때 가장 힘들다. 이렇게 긴 연패는 치음이어서 개인적으로 슬럼프에 빠진 것보다 훨씬 괴로웠다.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두산 베어스 소속이던 2019년 한국시리즈 우승에 앞장서며 MVP를 수상했을 때보다 떨렸다고 회상했다. "9회 마지막 수비 2아웃에서 마치 한국시리즈 마지막 수비의 느낌이 들었다. 그날보다 오늘이 더 떨렸다"고 설명했다.
길었던 연패를 털어낸 삼성은 26일부터 포항에서 최하위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연승에 도전한다. "팬들께 죄송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연패를 끊었으니 다음주부터는 선수들이 더 과감하게 플레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힘줬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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