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서연] 우리은행이 오는 16일 예금보험공사와 맺었던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해지하며 민영화 작업을 마무리한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우리은행에서 손을 떼면서 지난 16년간 이어져왔던 민영화 작업이 매듭을 짓게된 것이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날 우리은행 투자자 7곳 중 마지막으로 IMM PE(프라이빗 에쿼티)가 예보에 지분 4% 매입에 대한 대금 납부를 마무리한다. 우리은행 지분 6%를 낙찰받은 IMM PE는 주식 매매대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이날 대금 납부로 우리은행 과점주주들의 보유 지분(27.7%)이 예보 보유 지분(23.4%)을 넘어서게 된다. IMM PE에 앞서 한국투자증권(4%), 동양생명(4%), 유진자산운용(4%), 미래에셋자산운용(3.7%), 한화생명(4%), 키움증권(4%)이 모두 대금 납부를 마쳤다.
15일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과점주주 대표이사들을 직접 만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이어 16일에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의결을 거쳐 예보가 우리은행과 맺었던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해지한다. MOU는 정부가 우리은행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돼온 만큼 MOU 해지는 민영화 작업의 마침표로 볼 수 있다.
정부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부실은행들을 합쳐 우리금융지주(예보가 2001년 4월 지분 100% 취득)를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공적자금 12조8,000억원을 투입했다. 공적자금관리특별법에 따라 체결한 MOU로 인해 우리은행은 매년 예보로부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총자산순이익률(ROA) 등 경영지표 점검을 받아왔다. 우리은행이 다른 시중은행과 대등한 경쟁을 펼치는 데 MOU가 족쇄로 작용해왔다는 지적도 있었다.
앞으로 우리은행 경영은 과점주주들이 이끌어 가게 된다. 우리은행은 지난주 이사회를 열어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확정했다.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한국투자증권 추천), 박상용 연세대 교수(키움증권),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사장(IMM PE), 노성태 전 한화생명 경제연구원장(한화생명), 톈즈핑(田志平) 푸푸다오허 투자관리유한공사 부총경리(동양생명)가 새 사외이사 후보다. 이들은 이달 30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공식 임명된다.
‘우리은행 경영 자율성’의 첫 시험대는 차기 행장 선임이다. 우리은행은 새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후임을 결정할 예정이다. 차기 행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금융권은 차기 행장으로 누가 오느냐에 따라 “우리은행을 시장에 돌려주겠다”는 정부 의지의 진정성을 가늠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이광구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3년 임기를 2년으로 단축하면서까지 민영화 의지를 강력하게 내세워 마침내 민영화를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이 행장은 지난해 정부의 우리은행 지분매각 방침이 정해지자 올해부터 싱가포르와 영국,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미국, 일본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기관 투자자들을 만났다. 이후 우리은행의 주가는 8,000원대에서 1만3,000원대까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올해 3분기까지 1조1,059억원의 순익을 올려 지난해 연간 당기 순익(1조754억원)을 이미 초과할 만큼 수익도 좋아졌다.
이렇게 경영성적은 좋지만 이 행장의 재신임 여부는 사실상 행장 추천권을 갖게 되는 새로 과점주주로 참여하게 되는 지분 투자자들의 성향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은 민영화된 우리은행을 안정시킬 인물이 필요해 새로운 주주들이 무리해서 새 인물을 세우려고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새로운 사외이사가 결정권을 갖고 있어 누가 사외이사가 되는지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