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당기순익, 상반기 이어 농협금융에 밀려
디지털 실적은 신한금융 앞질러
손태승 회장 필두로 디지털 혁신에 총력
우리금융그룹이 올해 3분기에 5대 금융지수사 가운데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으나 디지털 부문에서는 두각을 나타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제자리 실적에도 이유있는 웃음을 짓고 있다. 상대적으로 약점으로 꼽혔던 비은행 부문 강화에 주력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금융권 최대 화두로 꼽히는 디지털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3분기 실적은 5대 금융지주사(신한, KB, 하나, 농협, 우리)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다. 우리금융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4860억원) 대비 1.3% 줄어든 4798억원이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1조6660억원) 대비 31.54% 감소한 1조1404억원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3분기 순이익 (▲KB금융:1조1666억원 ▲신한금융:1조1447억원 ▲하나금융:7601억원 ▲농협금융:5505억원 ▲우리금융:4798억원), 누적순이익(▲신한금융:2조9502억원 ▲KB금융:2조8779억원 ▲하나금융:2조1061억원 ▲농협금융:1조4608억원 ▲우리금융;1조1404억원) 모두 5위를 기록했다. 

상반기와 비교해 제자리걸음이다. 우리금융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6605억원으로 910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한 농협금융에 이어 5위로 밀려난 바 있다. 상반기에 코로나19 금융지원 관련 대손충당금이 상대적으로 많아 하반기 실적 반등을 기대했지만, 순위 변동은 없었다. 

그렇다고 마냥 실망스러운 실적표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 금융권 최대 화두로 꼽히는 디지털 전환에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의 디지털 부문 수익 기여도(은행 디지털 수익/은행 전체수익)는 약 13%다. 은행 기준으로 14.8%로 집계됐다. 아직 집계되지 않은 타 계열사에 디지털 채널이 없다고 전제해도 전제 디지털 기여도는 13% 수준이라는 게 우리금융의 설명이다. 이는 당기순이익 기준 '리딩뱅크'인 신한금융(11.6%)를 1%포인트 이상 앞지른 수치다.  

다만 두 금융사의 디지털부문 실적은 관리회계 기준이다. 관리회계란 내부보고를 목적으로 탄력적이고 적시적인 계산을 하는 점이 외부보고를 주목적으로 제도적 ·정기적인 계산을 하는 재무회계의 경우와 다르다. 회사마다 실적 기준이 다르고 다소 주관적일 수 있다. 

KB금융,하나금융, 농협금융은 디지털 성과는 따로 수치화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모든 금융사의 동일한 기준 데이터가 아닌 각 금융사의 관리회계 기준 실적이라면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실적을 공개하는 것은 디지털전환 추진의지와 성과에 대한 자신감의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금융은 손태승 회장을 필두로 생사를 걸고 디지털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제공

 

우리금융은 손태승 회장을 필두로 생사를 걸고 디지털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1일 주요 그룹사 디지털‧IT부문 실무 담당자로 구성된 디지털혁신 조직‘레드팀(Red Team)’을 신설하고, 출범식과 동시에 그룹 디지털혁신 소위원회에 참석하며 활동을 개시했다. 

디지털혁신 레드팀은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에프아이에스의 디지털‧IT부문에서 우수한 능력과 실무 경력이 검증된 차장 및 과장급 직원으로 선발됐다.

매주 개최되는 디지털혁신 소위원회의 주요 안건에 대한 레드팀의 의견을 피력하고, 그룹 디지털부문의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정제된 보고서보다 실무진 관점의 생생한 의견을 직접 전달하는 역할도 맡을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최근 손 회장의 주도 하에 각 그룹사 디지털 부문을 우리금융디지털타워로 이전, 디지털 집무실을 마련하고 '그룹디지털 헤드쿼터' 조성은 물론 회장 직속의 혁신 조직인 '레드팀'을 신설하며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디지털혁신은 그룹의 생존 문제’라는 위기의식 속에 그룹내 관련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손태승 회장이 그룹 디지털부문을 직접 챙기기로 한 만큼 우리금융의 디지털혁신은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포털·메신저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운 빅테크(네이버·카카오)와 핀테크의 금융권 진출에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비은행 부문 강화와 더불어 향후 금융사 생존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경쟁력으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와 함께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되고, 빅테크·핀테크 업체가 금융권에 뛰어들면서 금융지주사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디지털과 비은행 부문 강화는 생존 문제이며 향후 금융지주사의 경쟁력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지주사 전환 2년차를 맞은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비은행 비중이 15%에 불과했다. 신한금융 비은행 비중은 41.3%로 가장 높고, KB금융지주가 40.3%, 하나금융과 농협금융이 각각 31.3%, 27.2%다. 

다만 우리금융은 지난 달 이사회를 통해 아주캐피탈 경영권 인수를 결의하며 비은행 부문 확충에 나섰다. 아주캐피탈 인수시 아주캐피탈의 100% 자회사인 아주저축은행은 손자회사로 편입된다.

지난해 신규 편입된 자회사와 함께 사업포트폴리오 라인업이 강화되며, 그룹내 자회사간 시너지로 비은행부문의 손익 기여도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비은행 부문 확충을 위해 증권사를 위주로 시장 매물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으며 비은행 비중을 40%까지 높이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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