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합병 11년 만에 '각자도생'…"매각 계획은 없어"
5월, 다음 서비스 이관 위한 신설 법인 설립…12월부터 서비스 주체 변경 다음, 검색 경쟁력 상실…AI 서비스와 숏폼 콘텐츠로 부활 노려
|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포털 '다음(Daum)'이 2014년 합병 이후 11년 만에 카카오와 분리된다. 카카오는 다음달 1일부터 다음 서비스의 법적 제공 주체가 카카오에서 자회사 에이엑스지(AXZ)로 변경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연내 영업 양수도를 완료할 방침이다.
카카오는 다음 분사를 위해 지난 5월 다음을 담당하던 콘텐츠 사내독립기업(CIC)을 분사해 ‘다음준비신설법인’을 설립했으며 6월에 사명을 AXZ로 변경했다. 이후 다음의 주요 서비스를 카카오에서 AXZ로 이관하는 작업을 해 왔다. 신설법인으로 이관되는 사업은 다음메일, 다음카페, 검색, 뉴스, 쇼핑 등의 서비스이며 양도가액은 70억원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는 지난 2014년 5월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하고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합병 형태는 약 1:1.556의 비율로 피합병법인인 카카오의 주식을 합병법인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발행신주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합병기일은 2014년 10월 1일이었다.
당시 합병은 카카오의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과 다음이 보유한 우수한 콘텐츠 및 서비스 비즈니스 노하우, 전문 기술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을 목표로 추진됐다. 합병 후 통합법인의 명칭은 ‘다음카카오’였지만 지난 2015년 9월 1일 카카오로 사명을 변경했다.
하지만 양사의 합병은 기대했던 만큼의 시너지를 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카카오는 다음의 서비스를 흡수해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음 포털은 카카오 이용자를 유입시키지 못하고 포털 및 검색 엔진 경쟁에서 뒤처지고 말았다.
트래픽 조사기업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다음의 국내 검색 점유율은 합병 당시 30%대였지만 올해 11월 기준으로는 2.6%대까지 폭락한 상태다. 현재 네이버의 67.2%, 구글의 27.4%와 비교하면 사실상 검색 엔진으로서의 경쟁력은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전문가들은 양사 합병 후 카카오톡 기반 모바일 앱 서비스와 웹 중심의 다음이 서로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합병 이후 카카오는 모바일 중심의 효율성을 추구하며 다음과의 중복 서비스를 정리했는데 이를 통해 ‘마이피플’과 ‘다음 뮤직’이 종료됐고 ‘다음 지도’는 ‘카카오맵’으로 ‘다음 웹툰’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합쳐졌다.
카카오는 다음 분사에 대해 전문성을 확보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과 빠르고 독자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춰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내부에서 전략과 실행을 동시에 책임질 수 있는 독립 법인 구조를 통해 기존 카카오 본사의 의사결정 구조와 무관하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정신아 대표 체제에서 카카오는 플랫폼과 인공지능(AI) 서비스를 핵심 사업으로 설정하고 카카오톡과 커머스, 콘텐츠 등의 수익 모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카카오는 오픈AI와의 협업으로 카카오톡에서 챗GPT 서비스를 시작했고 자체 개발 AI 모델 ‘카나나’를 탑재해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카카오톡 플랫폼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다음 포털이 카카오의 미래 구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이번 분사가 매각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 분사 후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바 있으며 올해 초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매각을 검토하기도 했다. 더욱이 카카오는 지난 10월 주주 서한을 통해 연말까지 카카오 그룹 계열사를 80여개 수준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포털로서 존재감이 미미한 다음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은 더 강해졌다.
그러나 카카오는 AXZ의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올해 3월 직접 다음을 매각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으며 5월 다음 분사를 위한 법인 설립 후에도 다음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AXZ는 양주일 전 콘텐츠 CIC 대표를 대표이사에 선임했으며 사내이사에는 박성준 그라운드엑스 대표, 기타비상무이사에는 오원문 카카오 회계팀장이 임명됐다. 현재 AXZ는 카카오의 100% 자회사로 카카오가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다음 분사 이후 종합 콘텐츠 플랫폼을 목표로 숏폼과 AI 기능 등 다양한 서비스 접목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올해 4월 AI를 활용한 맞춤형 뉴스와 정보를 요약해 제공하는 콘텐츠 큐레이션 챗봇 ’디디(DD)를 공개했다. 앱에는 숏폼 탭 ‘루프’를 추가하고 숏폼 브랜드 ‘숏드’를 신설해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언론사, 스포츠 채널, MCN 소속 인플루언서 등과 협업도 적극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와 떨어진 다음이 콘텐츠 중심 전략으로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있지만 이미 시장을 장악한 대형 플랫폼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카카오는 다음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분사 후 다음의 독자 생존이 어려울 경우 주요 인력의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