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오르며 숨통 트인 정유업계, 세제 역차별이 발목 잡나

배럴당 19달러선으로 정제마진 급등…정유사들, 4분기 실적 기대감 연간 수백억원대 원료용 중유 개별소비세 부담, 향후 경쟁력 변수로

2025-11-25     김창수 기자
정유공장 예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국내 정유업계가 상반기 부진을 딛고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복합 정제마진이 배럴당 19달러대를 기록하며 2년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정제마진 회복 호재로 4분기 업계 수익 개선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유사들이 부담해온 원료용 중유에 대한 개별소비세(이하 개소세) 문제가 여전히 거론되며 구조적 리스크로 남아 있어 향후 해법이 주목된다.

국내 정유사들이 장기 실적 부진을 겪은 가운데 4분기 실적 반등 기대감이 뚜렷해지는 추세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평균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약 19달러선까지 올랐다.

이는 2년 2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정제마진은 정유 회사들이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경유, 나프타, 항공유 등 석유 제품을 팔고 남긴 평균 이익을 뜻한다.

통상 업계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정제마진 반등세가 일시적 착시가 아닌 실질적 수익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인다.

정제마진 회복 배경으로는 글로벌 공급 감소세가 꼽힌다.

러시아발 설비 제재 및 폐쇄, 미국·유럽의 노후 정유설비 가동차질 등이 맞물리며 경유·등유 수급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졌고 이는 곧 정유사들 마진 개선으로 이어졌다. 

국내 주요 정유사 실적도 회복 추세다.

지난 3분기 SK이노베이션은 영업이익 573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GS칼텍스는 3721억원, HD현대오일뱅크는 1912억원, 에쓰오일은 2 29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실적이 개선됐다. 

증권가도 업계 4분기 실적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4분기 영업이익은 3108억원으로 전망됐다.

한 달 새 80.4% 급증한 추정치다.

에쓰오일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약 2884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 

최근의 이 같은 긍정적인 흐름에 업계는 4분기 실적 반등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내부적으로는 긴장감이 여전하다.

정제마진 회복세는 긍정적이나 여전히 세제 및 정책 리스크가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제약으로 작용해서다. 

대표적인 것이 중유에 적용되는 개소세 문제다.

국내에서는 원료용 중유에도 리터당 17원 개소세가 일률 부과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연간 수백억원 수준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세 방식이 문제시되는 근거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첫째로는 중유가 정제공정 원료로 투입되는 경우에도 소비세 방식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세제 설계상 개소세는 최종소비재에 부과되는 것이 원칙이나 원료로 투입되는 중유에까지 동일 과세하는 형태는 정책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유일하게 원료용 중유에 과세하는 국가라는 주장도 있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DC) 국가 및 전세계 66개국 중 원료용 중유에 소비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다른 산업과 비교하더라도 석유화학산업이 원료로 석유를 사용하는 경우나 철강 및 시멘트 산업이 원료로 유연탄을 사용할 때는 원료에 대한 개소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액화석유가스(LPG)도 석유화학 공업 원료용으로 쓰일 때는 개소세가 면제되며 액화천연가스(LNG)는 수소 제조용 원료로 사용될 때 86% 인하 세율이 적용된다.

최근 국회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개정 움직임이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내년부터 3년간 원료용 중유 개소세 면제를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경우 경쟁력 확보 및 실적 개선에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실제 세법 개정까지 정치적 논의가 필요하고 경기 둔화, 유가 반락 등 다양한 변수가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업계는 이미 배터리, 수소, 해상풍력 등 탈탄소 전환 대응을 비롯한 신사업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라며 “정제마진 회복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뒷받침할 재원 확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단기간 내 성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