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리볼빙 이용액 4000억원 '뚝'...보수적 건전성 운영 기조 '뚜렷'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건전성 지표 악화 영향
| 한스경제=이나라 기자 | 카드사들이 올해 들어 리볼빙(결제성 리볼빙) 운영 전략을 이용 유도 중심에서 상환 관리·위험군 축소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연체율이 빠르게 오르고 대손비용이 확대되면서, 카드사들이 리볼빙 잔액 자체를 줄이는 보수적 건전성 기조로 선회한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26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9개 카드사(삼성·신한·KB국민·현대·하나·우리·BC·롯데·NH농협카드)의 올해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은 6조7115억원으로 전년 7조1059억원 대비 5.6%(3944억원) 줄었다.
주요 카드사 대부분에서 잔액 감소가 확인됐다. KB국민카드는 올해 1조3111억원으로 전년 1조4605억원 대비 1494억원 줄어 업계에서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으며, 신한카드도 1조5493억원에서 1조4272억원으로 1221억원 감소했다.
현대카드는 1조451억원에서 1조937억원으로 514억원 줄었고, 삼성카드 역시 1조1423억원에서 1조786억원으로 637억원 감소했다. 우리카드(4423억원→4187억원), 하나카드(3991억원→3660억원)도 소폭이나 꾸준한 감소세를 보였다.
롯데카드(9669억원→8917억원), NH농협카드(1149억원→1031억원), 비씨카드(224억원→213억원)도 잔액이 줄었지만 감소폭은 주요 카드사 대비 제한적이었다. 이는 카드사별 고객 신용도 구성, 리볼빙 이용 구조, 내부 심사 기준 등이 다르게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올해 리볼빙 잔액 감소의 배경에는 고금리 장기화가 촉발한 건전성 지표 악화가 자리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카드론·현금서비스 중심으로 연체율이 오르기 시작했고, 올해 들어서는 결제성 리볼빙을 포함한 단기 신용공여 영역 전반으로 리스크가 확산되는 흐름을 보였다.
실제로 실제 올해 1분기 기준 카드사 8곳의 평균 실질 연체율은 1.93%로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연체율 상승은 곧바로 대손비용 증가와 충당금 부담 확대로 이어지면서, 카드사들이 고위험군 고객을 중심으로 한도 축소·상환 유도·등록 제한 등 보수적 운영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의 감독 기조 변화도 카드사 운영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국은 올해 들어 여전업권에 대해 내부통제 강화, 위험군 선제 관리, 단기 고금리 상품의 건전성 점검을 지속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리볼빙과 카드론의 잔액 확대 정책을 사실상 중단하고, 취급 후 모니터링 강화·상환 능력 점검 등 안정화 중심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카드업계의 조달비용 역시 안정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한다. 그러나 여전채 스프레드의 경우 여전히 팬데믹 이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3년·5년 만기의 회사채 발행 비용은 금리 변동성 확대 시 다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관계자는 "조달금리가 빠르게 하락하지 않는 상황에서 리볼빙 잔액을 늘리는 것은 수익성 개선보다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카드사 내부에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업계에서는 올해 리볼빙 잔액 감소가 단기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조정 국면의 신호로 보고 있다. 금리 정상화가 지연되는 데다 연체율 상방 압력이 여전히 남아 있어 카드사들이 당분간 보수적 운영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리볼빙의 경우 카드사의 수익보다는 건전성 리스크가 더 크게 작용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규모 경쟁보다 고객군별 관리·잔액 질 중심의 전략이 주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리볼빙은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주더라도 금리·연체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대손 리스크가 빠르게 불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카드사들은 포트폴리오 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