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율운항선박이 브라질서 중국까지 45일간 항해..."사람 개입 없어"

임도형 HD현대아비커스 대표 “운항 관점서 사람 개입 없다” 2025 미래물류기술포럼 21일 개최...IMO 레벨 2 현주소 공유 하이나스 컨트롤 200척 분량 수주...50척 건조 완료 운항 투입 “해상 환경적 측면 1일 1회 순간적 조작...북극항로 운항 이론적 가능”

2025-11-21     임준혁 기자
미래물류기술포럼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공동 주최한 'AI와 로봇이 이끄는 물류 대전환 세미나'가 21일 서울 엘타워에서 개최됐다. 주제 발표자들이 종합 토론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임준혁 기자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현재 국내 조선·해운업계에 상용화된 자율운항선박 기술을 대형 상선에 적용한 결과 브라질에서 출항한 화물선이 중국 상하이까지 항행하는 기간 동안 운항 관점에서 사람이 하루에 한 번도 개입하지 않아도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도형 HD현대 아비커스 대표는 21일 서울 엘타워에서 개최된 2025 미래물류기술포럼 주제발표에서 이같이 소개하며 기술적 측면에서 자율운항선박의 최종 목표인 사람의 개입이 전혀 없는 완전 자율운항기술 구현이 머지 않았다고 밝혔다.

HD현대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 자회사인 아비커스는 국제해사기구(IMO) 선박 자율운항 기준의 2단계(레벨2)에 해당하는 선원이 승선한 상태에서 원격 제어가 가능한 솔루션을 업계 최초로 상용화한 바 있다.

IMO에서 구분한 자율운항선박 기준은 총 4단계다. 현재 HD현대 아비커스는 3단계를 주력 개발 중이다. 1단계는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수준, 2단계는 선원이 승선한 상태에서 원격제어하는 수준, 3단계는 선박에 탑승한 선원 없이 원격 제어하는 수준, 4단계는 완전 자율운항기술을 구현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3단계부터를 무인화 기술의 실현 단계로 평가하고 있다.

이날 ‘자율운항 선박이 그리는 해상 물류혁명’이란 주제로 발제를 맡은 임도형 대표는 레벨 2상용화에 성공한 이후 자사의 대형 선박용 자율운항 솔루션인 ‘하이나스 컨트롤’을 주요 선사로부터 대형 상선 200척에 적용·탑재할 수 있는 물량을 수주했다고 말했다.

하이나스 컨트롤은 각종 항해장비 및 센서로부터 제공된 정보를 융합해 선박이 최적 항로와 속도로 운항할 수 있도록 안내·제어하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항해시스템이다.

임 대표는 “현재 하이나스 컨트롤이 탑재된 대형 상선 50척은 건조가 완료돼 실제 항로에 투입·운항 중”이라며 “하이나스 컨트롤이 탑재된 실선 운항 선사 10곳과 데이터 분석 결과를 공유한 결과 브라질 상파울루항을 출항해 상하이항 입항까지 항해 기간 45일 동안 적어도 운항 측면에서 단 하루도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도 설정된 최적 항로를 적정 속도로 잘 따라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소개했다.

브라질에서 철광석을 싣고 출발한 초대형 광탄운반선(VLOC)의 경우 유일하게 사람이 개입한 순간은 기상 변화로 파고의 높낮이, 바람의 세기 변동이 잦은 해상 환경적 측면에서만 솔루션을 잠깐 조정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율운항선박의 상용화를 위한 전제 조건인 법·제도적 뒷받침이 기술 발전 속도에 보조를 맞춰준다면 현재 대부분 상선의 선교(선박의 운항을 위한 조타실 등이 위치한 구역)에 1명만 승선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박 운항에 사람의 승선이 1명으로 대폭 줄어들면 선사 입장에선 인건비 지출 부담이 상당 부분 경감된다. 이와 함께 연료 절감을 통한 글로벌 환경 규제에도 효과적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이는 곧 경제성, 편의성, 효율성의 획기적인 향상으로 이어져 기존 유인 선대 대비 채산성 강화에 큰 도움이 된다.

주제발표에 이어 속개된 종합토론의 좌장을 맡은 김성진 미래물류기술포럼 의장은 임 대표에 최근 이슈인 북극항로와 관련 현재 상용 항로(일반적인 해상운송로)에서만 적용할 수 있는 자율운항선박을 북극, 남극항로에 투입해도 안전한 운항이 가능한지 질문했다.

이 같은 질문에 임 대표는 “하이나스 컨트롤 적용 선박에는 레이더를 비롯한 각종 첨단 항해장비와 센서가 작동해 인지-판단-제어가 이뤄지며 유빙탐지 기술도 구현할 수 있다”면서 “자율운항선박 상용화의 최대 관건인 충돌, 좌초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다면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는 전자해도 기술과 연동해 여름철로 한정해 북극항로 투입·운항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답했다.

HD현대 아비커스는 지난해 12월 에이치라인해운과 하이나스 컨트롤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에 따라 에이치라인해운은 하이나스 컨트롤을 5척의 선박에 우선 도입해 안전성과 효율성을 입증한 후 최대 30척의 대형 선박에 올해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한 바 있다.

‘AI와 로봇이 이끄는 물류 대전환’을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는 이준호 LG CNS 사업부장이 ‘피지컬(Physical) AI가 바꾸는 물류·제조 현장의 모든 것’이란 제목의 주제발표를 했으며 박진규 KAIST 교수는 ‘최적화에서 자율화로, 물류혁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제로 빅데이터, AI 에이전트, 휴머노이드 로봇, 피지컬 AI 기술의 발전 현황과 물류산업에의 적용 사례를 설명했다.

이날 종합토론에 패널로 참여한 최상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부원장은 항만 자동화의 역사와 발전 및 적용 사례를 참석자들과 공유했다.

최 부원장은 “항만의 자동화는 현재 물류산업 전반에 접목되는 AI와 피지컬 AI, 빅데이터 등 최신 기술의 적용이 더딘 편이지만 그 시작은 가장 빨랐다”면서 “1993년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ECT 터미널에서 세계 최초로 자동화터미널 시스템 개발이 시작됐다. 당시로서도 높은 항만 노동자 임금에서 출발한 ECT 터미널의 자동화터미널 개발은 수년간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2000년 ECT 터미널을 방문했을 때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자동화터미널 시스템을 직접 접한 순간 한국도 이러한 항만 자동화 시스템을 바로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후 25여년이 지난 현재 국내 첫 완전 무인 자동화터미널은 2023년 부산신항에서 운영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어 “KMI에 재직하면서 해당 분야 연구를 수행했다.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도 자동화터미널 기술의 실현이 멀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는 연구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기술적 한계에 스스로 매몰돼 중도 포기했다”면서 “중국은 지금 지능화란 단어만 붙으면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정부에서 제한 없는 재정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완전 자동화터미널을 넘어선 지능형 항만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민간기업이 연구개발을 하기에는 감당하기 힘든 비용이 든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와 재정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해 국내 항만 자동화·지능화를 앞당길 첫 번째 과제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