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축소에 관람객도 감소한 ‘지스타 2025’…위기론 가속화

지난해 대비 참가사·부스·관람객 모두 감소 비용절감, 해외계약 성사 등 참가사 위한 혜택 필요

2025-11-18     석주원 기자
지스타 2025에 메인스폰서로 참가한 엔씨소프트 부스./지스타 조직위원회

|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지난 13~16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지스타(G-STAR) 2025는 총 20만2000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며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행사 규모는 44개국에서 총 1273개사가 참가해 3269개 부스를 운영했으며 BTB(기업용 전시관)에는 해외 바이어 2190명이 방문하는 등 주요 지표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눈에 띈다. 올해 지스타 2025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참가 규모가 축소하면서 전년 대비 참가사는 102개사, 부스는 90개, 관람객은 약 1만3000명이 감소했다.

지난해 메인 스폰서였던 넥슨을 비롯해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등 국내 주요 대형 게임사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전시장 구성이 엔씨소프트, 넷마블, 웹젠 중심으로 편중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메인 전시장인 BTC 1관 전시장 중앙에는 대학 게임학과 부스가 줄지어 배치되면서 게임쇼보다는 진로 박람회에 가까운 풍경이 연출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게임사들이 지스타를 패싱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는 점이다. 부산까지 인력과 장비를 내려 보내 대형 부스를 설치하려면 최소 수십억원이 소요되는데 이는 도쿄게임쇼 참가 비용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부스당 비용은 도쿄게임쇼보다 낮지만 국내에서의 위상 때문에 도쿄게임쇼보다 대형 부스를 마련하다보니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예년과 비교해 한산해진 야외 부스./지스타 조직위원회

시연 빌드 제작에 따르는 개발 일정 부담도 불참의 주요 원인이다. 전시회 현장에서 관람객에게 게임 시연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갖춘 별도의 시연 버전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개발 일정에도 영향을 주며 특히 규모가 작은 개발사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수고에 비해 홍보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제 게임쇼를 표방하는 지스타의 국제적인 위상 약화는 더욱 심각한 과제다.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모색하면서 독일 게임스컴, 일본 도쿄게임쇼, 중국 차이나조이 등에는 참여하면서도 지스타는 패싱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이는 지스타를 통해 해외 바이어를 접촉하는 것보다 해외 게임쇼에서 직접 현지 바이어와 게이머들을 만나는 게 이득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지스타가 국내 게임사의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성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올해도 마찬가지지만 BTB관의 경우 기업이나 바이어의 참가 숫자만 공개될 뿐 실질적으로 얼마나 많은 투자나 계약으로 이어졌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조직위원회가 보다 투명하게 성과를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참가 기업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물론 올해 지스타 2025가 실패한 행사는 아니다. 지난해보다 규모는 조금 줄었어도 여전히 20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동원했으며 엔씨소프트의 ‘아이온2’와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를 비롯해 크래프톤의 ‘팰월드 모바일’, 넷마블의 ‘프로젝트 이블베인’, 웹젠의 ‘게이트 오브 게이츠’ 등 신작을 다수 공개하는 등 게임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글로벌 기대작인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의 개발사 배틀스테이트 게임즈가 부스로 참가한 것도 눈에 띄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반다이남코게임즈, 세가·아틀라스, 워호스 스튜디오 등의 외국 게임사도 부스를 차리고 국내 게이머들을 만났다. 다만 외국 게임사들의 신작 발표는 올해 지스타에서도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배틀스테이트 게임즈의 참가는 화제가 되기도 했다./지스타 조직위원회

해외 게임쇼에서는 많은 게임사들이 신작을 발표하고 글로벌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홍보의 기회로 삼는 것과 비교하면 지스타의 위상이 여전히 국내에 한정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국내 게임 시장이 온라인과 모바일에 편중돼 있다는 구조적 문제도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지스타가 국제적인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게이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독일의 게임스컴은 개최 전날 밤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ONL)’라는 온라인 이벤트를 통해 전 세계 게임사들의 신작 게임 소개 영상을 송출한다. 올해 게임스컴 ONL 방송의 누적 시청 회수는 누적 7000만회를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지스타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 게임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글로벌 이벤트가 필요하다. 국내외 주요 퍼블리셔를 대상으로 지스타에서 신작을 최초 공개할 경우 부스 비용을 면제하거나 마케팅 지원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투자와 기획을 통해 글로벌 게이머들의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

BTB 및 투자 생태계도 개선해야 한다. 단순 상담 건수가 아닌 실제 투자 유치 확정 금액, 계약 규모 등 질적 성과 지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해외 벤처 캐피탈을 초청을 통해 국내 인디게임 및 중소 게임사들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 설명회를 개최하는 것도 게임사의 참여를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참가사의 만족도를 높이고 재참가를 유도하려면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스폰서와 비스폰서 간 불공정성도 해소해야 한다. 전시회 자체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출전한 게임사의 만족도를 높여야만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해 지스타가 유지되는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지스타 2025 현장에 직접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지스타 조직위원회

올해 지스타 2025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행사장을 방문해 “대표 콘텐츠 산업인 K-게임의 더 큰 도약을 위해 규제를 푸는 등 다방면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 의지를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다. 지스타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 및 유관 부서와의 적극적인 협업 체계를 구축해 정책적 지원과 투자를 이끌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스타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무대가 되기 위해서는 역할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 비용 대비 효율을 설득할 수 있는 구조와 해외 게임쇼와의 차별화, 국내외 신작의 첫 무대라는 상징을 되찾는 전략이 핵심이다. 이러한 과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당장 내년에는 메인 스폰서를 찾는 과정부터 순탄치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