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호황·지배구조는 ‘안갯속’…전력기기 업계 ‘불안한 질주’

전력기기업계, 친환경 바람 타고 외형 성장 가속화 지분율 하락·투자효율성 저하 등 변수, 기업별 편차 부각…향후 추이 주목

2025-11-18     김창수 기자
미국 앨라배마 소재 HD현대일렉트릭 공장./ HD현대일렉트릭 제공

|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HD현대일렉트릭이 최근 최대주주 지분을 소폭 조정한 가운데 전력기기 업계 전반 구조적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초고압직류송전(HVDC)과 친환경 인프라 수요 증가에 힘입어 업계 외형 성장은 가속화되는 추세다. 반면 지분율 하락·자금 부담·투자 효율성 저하 등 내부 체력 문제 또한 드러나며 기업별로 편차가 부각되는 양상이어서 주목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신고서’를 통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보유 주식이 전기 대비 1만3530주 감소한 1359만9602주(지분율 37.73%)라고 공시했다.

단독 최대주주 HD현대㈜ 지분율은 36.06%로 전기 대비 0.04%포인트 하락했다. 지분 감소 사유는 ‘교환’으로 명시, 실질적인 매각이나 외부 유통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유동성 확보 혹은 내부 구조 재정비 차원의 기술적 조정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망 성장 산업인 전력기기 분야 지배력 안정성이 투자자 신뢰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마냥 간과하기는 어려운 변수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전력기기업계는 전례 없는 수주 호황을 맞고 있다. 국내 주요 전력기기 기업들 합산 수주액은 올해 들어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주요 전력기기 3사 합산 수주 잔고는 올해 3분기 기준 약 25조2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는 사상 최대치로 각 사는 이미 3~4년 치 이상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특히 HVDC 수요 급증, 북미·중동 등 해외 프로젝트 확대로 고부가 전력기기 매출이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실제로 HD현대일렉트릭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99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471억원으로 50.9%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24.8%로 수익성도 양호하다.

다만 이러한 외형 성장세와 달리 전력기기 업계 지배구조 및 재무 기반 상황은 기업별로 온도차가 뚜렷하다. 

LS일렉트릭은 ㈜LS가 48.46%를 보유한 단일 지배구조 체계를 갖추고 있다. 반면 HD현대일렉트릭은 36%대 지분율로 안정성 면에서 상대적으로 완충 여력이 적다는 평가다. 

아울러 일부 중견 전력기기 업체들 경우에도 오너 리스크, 자회사 분산 구조, 낮은 배당성향 등으로 투자자들 ‘내실 우선’ 기조에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재무적 부담도 커지는 추세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안정과 공급망 회복 흐름에도 불구, 대규모 설비 증설과 장기 납기 구조는 운전자금 확보와 투자금 집행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이다.

특히 HVDC 변압기, 초고압 가스절연개폐장치(GIS) 등은 개발 및 납품에 최소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소요돼 실질 매출 전환까지 리드타임이 길다. 따라서 이에 따른 자금 운용 리스크도 존재한다.

고정비 부담이 누적되면 수익성 방어도 쉽지 않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고환율·고금리 여파로 인해 금융 비용이 늘어난 점 또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업계 상황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하나증권 등 복수 증권사에 따르면 주요 전력기기 기업들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를 웃돈다. 이는 코스피 평균 대비 약 두 배에 달한다. 

그러나 이는 미래 성장 기대감이 상당 부분 선반영된 수치로 업황이 둔화되거나 내부 불확실성이 부각될 경우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기관투자자들은 최근 1년간 전력기기 종목들 보유 비중을 늘리는 대신 배당 성향이나 자사주 소각 여부 등 지배구조 리스크 요인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전력기기 산업은 외형 성장 면에서는 정점이나 내부 체력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 전력망 투자, 글로벌 인프라 시장 회복세 등은 기회 요인이지만 이를 이어가기 위해선 각 기업이 지배구조 안정성, 재무건전성, 자본 효율성 등을 얼마나 관리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