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내년 실적 정상화 시동…"관세 인하·신차 효과"
관세 인하, 현지 생산 확대로 내년부터 수익성 개선 전망 전동화 모델 중심 판매 재편…신차 효과도 가세 SDV 전환, 전동화 기술 집중…글로벌 기술 경쟁은 변수
| 한스경제=곽호준 기자 | 국내 자동차 업계가 내년부터 다시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유럽 생산거점의 가동과 신차 출시가 본격화되면서 내년 실적 개선 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17일 하나증권이 발행한 '2026년 자동차 산업 전망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내년 영업이익이 약 2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올해 대비 10% 늘어난 수치로 영업이익률도 7.7%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장 큰 변화 요인은 미국의 자동차 관세 인하다. 관세율이 15%로 인하된 만큼 기업과 협력사들의 비용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로 자동차 업계의 대당 관세 부담 비용은 약 830만원에서 500만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합산 순이익 기준으로 보면 연간 3조원 이상 수익성 개선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관세 불확실성이 기업 실적 전망의 발목을 잡았던 만큼 이번 관세 인하는 현대차그룹의 비용 구조 안정과 수익 회복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지 생산 기반 확대도 주목된다. 보고서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생산법인(HMGMA, 앨라배마·조지아 공장 등) 확대와 가동률 상승효과가 반영되고 유럽에서는 하이브리드·전기차 모델 비중이 커지면서 수출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이후에는 신형 하이브리드 모델과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출시가 이어지면서 판매 기반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차량 판매 구조 변화도 실적 회복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와 중대형 SUV의 수요가 동시에 늘면서 판매 구성이 이전보다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내연기관차 중심에서 친환경차(하이브리드·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이 국내 완성차 업계의 실적을 지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핵심 기술력 확보 역시 중요한 변수다. 보고서는 현대차그룹이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는 점을 주요 변화로 제시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기술 플랫폼 '플레오스(Pleos)'를 발표했다. 내년 하반기에는 차량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SDV 페이스카(시험차)'도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기반 기능 강화는 향후 전동화 경쟁에서 기업 차별화를 이끌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향후 전동화 모델의 다각화도 강조됐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의 개발 ▲하이브리드 기술 고도화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개발 등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전동화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뒷받침할 기반으로 평가된다.
다만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 경쟁 심화와 중국의 저가형 전기차 공세, 글로벌 물류비와 환율 변동 등이 내년도 핵심 변수로 지목됐다. 미국의 자동차 정책 역시 보호무역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시장 구조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위원은 "관세 부담 완화, 현지 생산 성장, 하이브리드 중심의 판매 확대로 내년 자동차 업황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선제적 기술 확보와 전동화 라인업 확대가 향후 2~3년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