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카드 늘고, 혜자카드 줄고"...카드업계 혜택 양극화 심화
프리미엄 라인업 강화에 방점...고연회비 상품 비중 확대 상품 전반의 이용자 혜택 축소 흐름...프리미엄도 예외 아냐
| 한스경제=이나라 기자 | 카드업계에 프리미엄 상품 중심의 고급화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이른바 생활·쇼핑형 '혜자카드'의 혜택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이는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대손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압박 속에서 전략 축을 고연회비 상품을 중심으로 하는 흐름이 강화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업계 전반에 혜택 구조의 양극화가 명확해지고 있다.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연회비 누적 수익은 7649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8%(568억원) 증가했다.
연회비는 혜택 운영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고정성 수익이기 때문에 카드사들은 프리미엄 라인업 재편과 고연회비 상품 강화에 전략적 비중을 두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주요 카드사들은 여행·호텔·컬처·구독형 혜택을 결합한 신규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고가 라인업의 존재감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 프리미엄 강화 흐름...여행·컬처·멤버십 중심의 고연회비 전략
먼저 현대카드는 부티크·알파벳 시리즈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상품군을 재정비하고 있다. 일부 상품은 컬처·여행 혜택 비중을 높이거나 해외 결제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리뉴얼이 진행됐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도 체류형·구독형 혜택을 강화해 프리미엄 라인업 비중을 키우고 있다. 호텔 숙박권·공항 라운지·여행 구독권 등 고가 혜택이 기본 구성으로 편입되면서 프리미엄 중심의 카드사 경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KB경영연구소는 최근 5년동안 프리미엄 신용카드 시장이 연평균 6~7% 성장한 반면, 일반 적립·캐시백형 상품군은 정체했다고 분석했다. 고급형 상품의 고객 유지율이 높고 혜택 구성의 변동성이 적다는 점이 프리미엄 집중 전략을 강화하는 배경으로 평가된다.
◆ 카드업계, 이용자 혜택 축소 속도...프리미엄 상품군에서도 예외 아냐
반면 중저가 라인업에서는 혜택 축소 흐름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최근 카드사들은 적립·캐시백 중심 생활형 상품은 물론 기본형 혜택인 무이자 할부까지 조정하고 있다.
우리카드와 BC카드는 기존 6개월까지 제공하던 무이자 할부를 3~5개월로 축소했으며 삼성·신한·현대카드도 주요 온라인몰 결제 시 제공하던 무이자 할부를 최대 5개월에서 3개월로 줄이는 조치를 진행했다. 업계에 따르면 무이자 할부 비용의 80% 이상을 카드사가 부담하며, 온라인 결제 비중 확대로 무이자 비용 규모가 연간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단종 카드 증가도 혜택 축소의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다. 여신금융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단종된 신용카드는 324종이며 체크카드는 76종으로 총 400종이 발급 중단됐다. 이는 2024년 한 해 단종 규모(458종)에 근접한 수준으로, 업계에서는 생활·쇼핑 특화형 상품 상당수가 혜택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리뉴얼 또는 단종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부가서비스 승인 통계에서도 쇼핑·적립형 카드의 혜택 조정·변경 건수가 최근 3년새 지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립률 조정·월 한도 축소·제휴처 적립 폐지 등 혜택 유지 비용이 큰 구간이 우선적으로 개편되고 있는 것이다.
혜택 축소는 중저가 라인업뿐 아니라 프리미엄 카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넥슨과 현대카드가 제휴한 '넥슨 현대카드 언리미티드'는 연회비가 15만원인 고가 상품임에도 불구, 핵심 혜택으로 평가되던 '쿠폰 번호 복사 기능 제한' 변경이 예고되면서 사용자 불만이 크게 누적됐다.
본인 명의 계정만 충전 가능하도록 제한하는 방식으로 혜택이 축소된 점이 논란이 됐으며 관련 민원이 금감원에 40여 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시적으로 시행이 연기되긴 했지만, 프리미엄 카드도 제휴 구조와 비용 부담에 따라 혜택 변경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 수익성 압박이 만든 구조 변화...적격비용 고착·대손비용 확대
이 같은 카드업계의 이용자 혜택 축소 흐름은 일시적 조정의 양극화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적격비용 기반으로 고착되면서 수수료 수익 개선이 어려워진 데다, 연체율 상승과 대손충당금 확대가 겹치며 혜택 운영 비용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카드사들의 대손비용 증가와 카드론·현금서비스 축소도 프리미엄 중심 전략을 강화시키는 배경으로 꼽힌다. 카드론 잔액 감소는 이자 수익 기반 축소로 이어지고 고정비가 높은 구조에서 연회비라는 고정성 수익 비중을 확대하려는 흐름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혜택 운영 부담이 큰 생활형 상품은 개편 또는 단종으로 이어지고 혜택 구조의 중간층이 점차 약해지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제휴사 중심으로 운영되는 PLCC도 혜택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제휴사의 매출·마케팅 전략 변화가 혜택 유지 여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카드사 단독으로 혜택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PLCC는 제휴 비용 부담 조정에 따라 적립률·할인율이 단기간에 조정되거나 신규 발급이 중단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업계 일각에서는 프리미엄 경쟁이 강화되면서 소비자 선택지는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생활형 상품 중심으로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했지만, 올해 들어 혜택 구성의 중간층이 빠르게 약해지며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의 유형이 양극단으로 나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프리미엄 중심 전략이 연회비 수익 증가와 결합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혜택 양극화가 소비 패턴·상품 다양성·시장 구조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