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비용 '1천억'…'수수료 제로' 메리츠증권, 리테일 강자 급부상

수익 다각화…1년 새 예탁자산 17배 급증 이벤트 종료 후 유입 고객 이탈 여부 관건

2025-11-13     김유진 기자
메리츠증권이 수수료 전면 무료 정책을 내세운 지 1년여 만에 리테일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사진=메리츠증권 제공

| 한스경제=김유진 기자 | 전통적으로 기업금융(IB)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강점을 둔 메리츠증권이 수익 다각화를 위해 '수수료 완전 무료화'라는 파격 카드를 꺼내든 지 1년 만에 리테일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며 급부상하고 있다. 다만 수수료 무료 이벤트 정책이 끝나는 내년 12월 말 이후 고객 이탈 없이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비대면 전용 투자계좌 '슈퍼365'의 예탁자산은 지난 11일 기준 16조591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수수료 무료 이벤트 시행 직전(9800억 원)과 비교해 약 17배 증가한 수치다.

성장 배경에는 업계 최초로 시도한 '완전 무료' 정책이 자리한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1월 18일부터 내년 말까지 국내·미국 주식 거래수수료는 물론 달러 환전수수료, 유관기관 제비용까지 전액 무료화했다. 회사가 이 기간 부담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만 1000억 원에 달한다.

메리츠증권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리테일 부문에 힘을 싣는 이유는 수익 다각화다. 전통적으로 IB와 부동산 PF로 성장해온 메리츠증권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위해 리테일 시장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단기 성과에 그치지 않고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도 병행 중이다. 메리츠증권은 내년 상반기 새로운 웹트레이딩시스템(WTS)을 출시할 예정이다. 최근 글로벌 핀테크 기업 위불(Webull)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AI 기반 글로벌 투자 플랫폼을 공동 구축하고 있다. 

새 플랫폼은 14개국 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실시간 글로벌 투자자 커뮤니티 기능을 탑재한다. 네이버증권을 만든 이장욱 전무를 이노비즈센터장으로 영입해 네이버·카카오·토스 출신 개발자 40여 명과 함께 개발을 진행 중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내년 초 공개 예정인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고객 편의성 및 각종 기능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며 "IB 기반의 차별화된 상품 공급으로 지속성과 수익 기반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선 수수료 무료 정책으로 유입된 고객의 장기 고객 전환 여부 등에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최초로 완전 무료화 정책을 펼치며 리테일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며 "다만 수수료 이벤트에 유입된 고객들을 어떻게 장기 고객으로 전환하느냐가 향후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수수료 무료 이벤트는 처음 시작할때 내년 말까지로 했는데, 반응이 좋으니 더 연장할 수도 있고 정확한건 아직 미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