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 게 섰거라…에이비엘바이오, 올해만 기술이전 8조 ‘기염’

독자 플랫폼 기반 글로벌 빅파마와 기술이전 ‘릴레이’ 다양한 치료제 적용…추가 기술이전 가능성 그랩바디·이중항체 ADC로 성장 가속

2025-11-14     김동주 기자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 이중항체 전문기업 에이비엘바이오(대표 이상훈)가 올해에만 총 약 8조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독자 개발한 플랫폼의 무궁무진한 확장 가능성에 글로벌 빅파마들의 관심이 쏟아지면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예고한 ‘기술이전 릴레이’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1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이중항체 전문기업 에이비엘바이오는 최근 일라이 릴리(릴리)와 최대 25억 6200만 달러(약 3조 7487억원) 규모에 신약 개발을 위한 ‘그랩바디(Grabody)’ 플랫폼 기술이전 및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계약금 4000만 달러(약 585억원)를 미국 반독점개선법(HSR Act) 등의 행정절차 완료 후 10 영업일 이내에 수령하며 향후 개발, 허가 및 상업화 마일스톤과 제품 순매출에 따른 단계별 로열티도 지급받게 된다.

앞서 지난 4월 GSK와 최대 최대 4조 1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로써 올해만 약 8조원에 달하는 기술수출 성과를 달성하게 됐다. 지난 2022년 사노피와의 계약(최대 약 1조 2000억)까지 합친 누적 기술이전 규모는 약 9조 2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 알테오젠은 IV(정맥주사)를 SC(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시키는 ALT-B4 플랫폼으로 다수의 글로벌 빅파마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와의 계약까지 포함하면 누적 기술이전 계약 규모는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이 같은 추세를 이어갈 경우, 알테오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플랫폼 명가’ 바이오텍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훈 대표는 지난 4월 GSK 기술이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술이전 릴레이는 이제 시작”이라며 “그랩바디-B 플랫폼을 다양한 치료 영역으로 확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그대로 현실화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에이비엘바이오가 단순히 개별 파이프라인을 수출하는 수준을 넘어 플랫폼 자체를 라이선싱하는 구조로 사업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랩바디-B는 에이비엘바이오가 독자 개발한 뇌혈관 장벽(BBB) 셔틀 플랫폼으로 인슐린 유사성장인자 1 수용체(IGF1R)를 표적해 약물이 뇌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BBB는 외부 물질이 뇌에 침투하는 것을 차단하는 생리적 방어막으로 뇌질환 치료제 개발의 가장 큰 난관으로 꼽힌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 플랫폼을 통해 항체 치료제뿐 아니라 siRNA(짧은 간섭 리보핵산), 안티센스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를 포함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등 다양한 모달리티(modality)에 적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바이오텍 드날리는 과거 사노피, 바이오젠, 다케다에게 총 3건의 뇌투과 셔틀 관련 5조 2000억원 규모의 라이선스아웃(L/O)을 체결하고 환산 시가총액 15조원까지 상승했다”며 “에이비엘바이오는 사노피, GSK, 릴리 총 3건에 9조 2000억원 규모의 L/O(기술이전)를 체결했다. 뇌투과 셔틀 관련 계약은 내년도 추가로 이어질 예정으로 과거 드날리 시총 대비 저평가 상태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릴리와의 딜은 다수 타깃에 대한 플랫폼 계약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파악이 불가하다”면서도 “릴리의 그랩바디 활용 가능 영역은 알츠하이머, RNA 신약, 근육(비만) 등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에이비엘바이오 CI./에이비엘바이오 제공

에이비엘바이오는 플랫폼 기술 외에도 이중항체 ADC(항체-약물접합체) 분야를 차세대 성장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최근 미국 현지에 자회사 네옥바이오(NeoX Bio)를 설립하고 이중항체 ADC 파이프라인의 구체적 표적을 공개했다. 비임상 단계와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은 본사가 담당하고, 이후 임상 1상부터는 네옥바이오가 전담해 글로벌 임상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회사의 주요 파이프라인에는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인 ABL301(a-syn × IGF1R), 항암제 후보 ABL001(Tovecimig), ABL111(Claudin18.2 × 4-1BB)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후보물질은 미국, 중국, 호주, 한국 등에서 임상 또는 비임상 단계를 밟고 있으며, 일부는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개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중으로 ABL301의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임상 2상 진입 및 600억 규모의 마일스톤 유입, 내년 1분기 ABL001 임상 2/3상 OS(전체생존기간), PFS(무진행생존기간) 결과 발표 및 FDA(미식품의약국) 가속승인 신청과 승인까지 예상된다”며 뇌투과 셔틀뿐만 아니라 항암제 성과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