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AI 에이전트 과제, 기술적 한계에서 거버넌스 성숙도로 이동
AI 거버넌스 윤리·규제 이슈, 전략적 최우선 과제 인간 중심 감독·투명성·감사 기능 강화 요구 커져 워크데이·SAP·오라클, 거버넌스 강화 솔루션 출시
|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국내 기업들의 AI 에이전트 도입 가속화가 뚜렷하다. 재무 부문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AI의 전략적 역할과 도입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거버넌스(위험관리·윤리·규제) 이슈로 옮겨간다는 점이 나타났다.
글로벌 AI 플랫폼 기업 워크데이가 최근 발표한 ‘AI Agents in the Workforce Study’ 한국 시장 결과에 따르면 전체 기업 78%가 이미 AI 에이전트 도입을 위한 초기 프로덕션(42%) 또는 롤아웃(36%) 단계에 돌입했다. 재무 부문에서의 도입률은 83%에 달해 국내 디지털 전환을 견인하는 핵심 부문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3년 이내에는 67% 기업이 재무기획·보고 등 주요 기능에 AI 에이전트 활용을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이는 재무 데이터의 디지털화, 수작업 감소, 보고 자동화 같은 업무 효율성이 기존보다 빠르게 실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실적 압박, 회계 기준 일원화, 다양한 금융리스크 대응에서도 AI 에이전트가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 LG CNS·삼성SDS·포스코DX 등 국내 주요 IT 서비스 기업은 AI 기반 회계 자동화, 리스크 모니터링, 예측분석 등 다양한 재무전용 에이전트 솔루션을 올해 연달아 추가 도입했다. 이들 기업은 자체 개발보다 검증된 사전 구축형 AI 에이전트를 맞춤화해 활용, 초기 투자 리스크와 도입 기간을 최소화했다.
이 같은 확산세는 주로 생산성·혁신·직원 만족도 제고 등 기대 효과에 기반한다. 워크데이 조사에서 경영진 97%는 AI 에이전트가 혁신과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으며 95%는 직원 경험도 개선될 것으로 봤다. 이런 기대는 몰입도 높은 업무 환경과 지원 시스템 구축에 대한 요구와도 맞물린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략적 검토 핵심이 기술 한계 극복보다 윤리·거버넌스·규제 이슈로 이동했다. 워크데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1%가 편향, 데이터 프라이버시, 법적·규제 준수를 AI 도입 최대 전략 과제로 꼽았다. 기술적 장벽(11%)이나 비용 문제(3%)보다 훨씬 더 높은 수치다.
특히 변화하는 글로벌 데이터·AI 규제가 재무 부문에 파급력 있게 적용되면서 AI 에이전트의 고유 기능 확장보다는 투명한 데이터 관리, 알고리즘 해석 가능성, 인간 중심 감독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실제 AI 에이전트 도입 시 법무·준법, 정보보호 부서와의 협업을 우선 적용하며 공식 가이드라인에 기반한 에이전트 운영체계를 적극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AI 인력관리·디지털 분산·자동화 고도화 과정에서 인간 중심의 감독과 투명성, 감사 기능 강화 요구가 커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샨 무어티 워크데이 아태지역 CTO는 “AI가 ‘일하는 방식’과 ‘누가 일하는가’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의 시점에 와 있다”며 “신뢰와 인간의 판단력·리더십이 결합될 때 비로소 AI 도입이 실질적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사전 구축형 AI 솔루션에 강력한 거버넌스 프레임워크와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대응 중이다. 조직 내 AI 에이전트의 투명한 운영과 규제 준수, 데이터 편향 방지 등 핵심 과제를 관리할 수 있는 구조를 선호하며 이를 통해 확장과 보안, 신뢰를 모두 잡으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워크데이, SAP, 오라클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도 한국 시장에서 AI 에이전트 거버넌스 기능을 강화한 신제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SAP는 올 3분기 금융 업무용 AI 챗봇에 감시·토큰 추적 기능을 추가, 법적 감사 및 규제 대응 역량을 높였다. 삼성SDS 역시 클라우드 기반 재무 AI 에이전트에 개인정보 보호 프레임워크를 탑재해 금융기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 에이전트의 대규모 도입 확산과 맞물려 국내외 기업들은 더욱 엄격한 윤리 기준 설정에 나서고 있다. 워크데이는 국내 진출 기업들에 대해 ‘사람 중심의 감독’이 내재된 AI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도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윤리적 의사결정 체계, 정보보호 프로토콜, 내부 감사 제도와 결합된 AI 에이전트 운영 방식이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는 AI 윤리 자문위원회를 설립하고 모든 신입 에이전트 도입 시 ‘설명가능한 AI’ 요소를 필수 통과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 역시 윤리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도입해, AI 도구 개발 단계에서부터 데이터 편향·차별 등 부작용 차단에 집중한다.
지난 8월 신설된 국가 AI 거버넌스 실무협의회도 “금융, 제조, 유통업 등 각 산업별로 맞춤형 AI 운영 기준과 리스크 관리 프레임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로 인해 국내 대형 로펌과 컨설팅 기업들이 AI 윤리컨설팅, 규제 대응 솔루션을 내놓으며 ‘AI 신뢰 생태계’ 조성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기업의 AI 에이전트 도입 전략은 기술적 효율성뿐 아니라 윤리·규정 준수를 바탕으로 한 신뢰 관리를 미래 성장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다. 경영진들은 “AI가 혁신·생산성을 넘어 인간 중심의 조직 운영·신뢰 구축까지 이끌어야 진정한 ROI가 실현된다”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 AI 에이전트 시장의 경쟁력은 ‘거버넌스 성숙도’에 달려 있다. 국내 기업과 금융사들은 강력한 감사·통제·윤리 프레임워크를 갖춘 AI 도입을 확대하며 본격적 확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내부관리 체계 정비, 데이터 투명성·감사 기능 강화, 외부 규제 대응 역량 확보 등 복합적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향후 국내 기업은 AI 에이전트 도입 범위를 재무·인사 등 관리 부문에서 제조·마케팅·CS 등 전사로 확장하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높은 윤리적 기준, 데이터 투명성, 인간 중심의 총괄 감독이 전제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신뢰 기반의 체계적 관리체계와 IT 주도, 임직원 참여형 AI 거버넌스가 향후 시장 지배력과 성장 가능성 조건으로 규정될 전망”이라며 “AI 에이전트 도입 경쟁은 기술적 우위를 넘어 윤리·거버넌스 노력이 결합될 때 비로소 본격적인 도약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