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 주춤' 카카오뱅크, 성장 동력 '비이자·AI·글로벌' 순항
3분기 누적 여신이자수익 지난해 동기 대비 3.1%↑ 비이자수익은 26.7%↑…비이자수익 비중 전체 36%
|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 카카오뱅크가 양질의 성장을 이어가며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시현했다. 6·27 규제 등으로 여신 성장이 주춤했지만 고객 유입과 트래픽 확대를 기반으로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비이자 부문을 비롯해 인공지능과 글로벌 사업을 비롯해 스테이블코인 사업까지 순항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75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 대비 5.5% 증가해 역대 최대 실적이다.
부문별로 보면, 전체 수익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여신이자수익은 지난해와 비교해 부진했다. 3분기 이자수익(4922억원)으로 1년 전보다 5.1% 줄었고 3분기 누적 기준(1조4921억원)으로는 3.1% 감소했다. 이에 3분기 말 여신 잔액은 45조2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1% 성장하는 데 그쳤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에 성장세가 주춤했으나 비이자 수익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3분기 누적 비이자 수익은 835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26.7% 증가했다. 이에 전체 영업수익(2조3273억 원) 중 비이자수익의 비중은 36%로 지난해 동기(30%)와 비교해 6%p 높아졌다.
수수료·플랫폼 비즈니스와 자금운용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라는 게 카카오뱅크의 설명이다. 실제로 3분기 누적 수수료·플랫폼 수익은 2312억원으로 대출 비교, 광고, 투자플랫폼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4.7% 증가했다.
먼저, 3분기 카카오뱅크의 대출비교하기 제휴사 수는 지난해 3분기 47개에서 올해 3분기에는 68개까지 늘어났고, 실행한 금액은 1조224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와 대비 22.4% 증가했다. 카카오뱅크는 향후 대출 비교 상품군과 제휴사 커버리지를 본격적으로 넓히고 연내 전북은행과 공동대출도 출시해 통합 대출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광고 수익도 안정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광고수익은 127억원으로 1년 전의 83억원과 비교해 50% 급증했다.
카카오뱅크 광고주 수는 지난해 3분기에서 올해 3분기에는 37개사까지 늘어났으며 지난 8월과 9월에는 재미 요소와 혜택을 동시에 제공하는 '광고보고 현금받기'와 '돈버는 개미' 등의 서비스를 출시해 높은 홍보효과와 고객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투자 상품 라인업도 꾸준히 확대하며 투자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해오고 있다. 파킹형 투자상품 ‘MMF박스' 출시와 펀드 서비스 전면 개편 영향으로 카카오뱅크 고객이 투자한 펀드·MMF 합산 잔고는 1조원을 넘어섰다. 카카오뱅크는 내년 모바일 앱 내 투자탭을 신설해 고객이 MMF, 증권 투자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화면에서 비교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비이자수익 확대는 은행권 핵심 경영 키워드로 꼽히고 있다. 고금리 기조에서 저금리 기조로 전환되면서 예전만큼의 이자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울뿐 아니라 정부 역시 가계대출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이자수익 확대는 자산 중심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고, 은행에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시켜 지속가능한 수익 기반을 마련해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카카오뱅크는 미래 성장 동력이라 할 수 있는 글로벌 사업과 세계적으로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 사업 추진도 수월하게 진행중이다.
먼저,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한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는 동남아 최대 슈퍼앱 그랩과 강력한 제휴, 차별화된 상품 및 서비스를 기반으로 5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태국 진출도 순항중이다. 카카오뱅크는 태국 금융지주사 SCBX(SCB X Public Company Limited)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 6월 태국 정부로부터 태국판 인터넷전문은행인 '가상은행' 인가를 획득했다. 컨소시엄은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하반기 대고객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 사업 준비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8월 카카오,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그룹 공동 TF를 구성했다. 국민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카카오페이의 간편결제, 송금 기반 핀테크 기술력 그리고 카카오뱅크의 금융시스템 운영 노하우와 자금 운용 역량을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대주주 사법리스크는 스테이블코인 사업 라이선스 획득에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태훈 카카오뱅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의 법적 리스크에 대해 "카카오그룹에서 공동 TF를 주축으로 원화 스테이블 코인 사업을 준비하고 있고, 그룹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카카오뱅크가 라이선스 받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보고 있으며, 스테이블 코인 컨소시엄은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현재 검찰이 항소한 상태라 리스크가 해소된 건 아니다"면서, "내년에는 2심이 끝나기 때문에 2심 결과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카카오뱅크는 'AI 네이티브 은행(AI Native Bank)으로 도약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객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에 AI 기술을 접목해 'AI 기반의 금융생활 앱'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선보인 대화형 AI 서비스인 'AI 검색'과 'AI 금융계산기' 이용자 수는 출시 100일 만에 누적 이용자 100만명을 돌파했으며 연내에는 'AI 이체'·'AI 총무' 서비스를 차례로 도입해 고객의 금융생활을 혁신한다는 방침이다.
권태훈 CFO는 "6.27 규제 등으로 8월 가계 대출 성장은 미미했으나 9월부터는 보금자리론을 포함한 여신 수익이 개선됐다"며, "4분기에는 보금자리 상품 대출 실행이 본격화돼 잔액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대출을 통한 이자수익이 감소했음에도 비이자수익의 성장을 통해 3분기에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갔다"며 "안정적인 성장성을 바탕으로 포용금융을 실천하고 혁신적인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는 동시에 글로벌 진출 확대 및 AI 기반 앱으로의 진화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