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없는 성인 인증”···월드 ID가 바꾸는 개인정보 패러다임

영지식증명 기반 ‘프루프 오브 휴먼’, 데이터 수집 없이 연령만 검증

2025-11-08     전시현 기자
/월드ID

|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플랫폼마다 연령 인증이 의무화되면서 이용자들은 점점 더 많은 개인정보를 요구받고 있다. 신분증, 여권, 얼굴 인식까지 요구하는 사이트도 늘고 있지만, 그만큼 해킹 위험과 개인정보 유출 사고도 반복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원 노출 없이도 나이를 증명할 수 있는 ‘월드 ID(World ID)’ 기술이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상인간 기술을 개발 중인 툴스 포 휴머니티(TFH·Tools for Humanity)는 8일 “신분증 없이도 성인 인증이 가능한 월드 ID는 개인정보 탈취의 악순환을 끊는 기술”이라며 “단지 ‘사람’이라는 점만 입증하는 익명 기반 시스템이 해커의 타깃이 되는 신원정보 수집을 대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월드 ID는 사용자의 이름, 생년월일, 주소 등 민감한 정보를 제출하지 않고도 연령 조건을 만족했는지를 수학적으로 입증해주는 ‘프루프 오브 휴먼(Proof of Human)’ 기술이다. 시스템은 사용자의 기기 내에서 연산을 완료하고, 외부에는 “예/아니오” 신호만 전송된다. 어떠한 개인 정보도 플랫폼 서버에 저장되지 않으며 제3자와 공유되지도 않는다.

기존의 연령 인증 시스템은 대부분 정부 발급 신분증을 요구하거나, 얼굴 인식 자료를 수집한다. 게임 플랫폼, 소셜미디어, 데이팅 앱, 성인 콘텐츠 사이트 등은 점점 더 정교한 신원 검증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 대가로 이용자의 민감한 데이터가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에 집적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 정보들은 해킹의 1차 타깃이 되고, 유출 시 금융 사기·합성 신원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TFH 측은 “플랫폼이 데이터를 잘 지킬 거라는 막연한 신뢰가 이제는 가장 큰 위험이 됐다”며 “월드 ID는 애초에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음으로써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활용도 시작됐다. 글로벌 데이팅 플랫폼 ‘매치 그룹’은 최근 자사 앱에 월드 ID 기반의 연령 인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로써 이용자들은 신분증 없이도 성인임을 증명할 수 있으며, 미성년자 접근 차단, 봇 계정 정리 등 부가적 효과도 동시에 얻을 수 있게 됐다.

TFH는 또 교육 콘텐츠를 통해 월드 ID의 구조와 기술 원리를 소개하고 있으며, 미성년자 보호를 우선시하는 각국 규제 당국과의 협의도 진행 중이다. 게임사, 소셜 플랫폼, 콘텐츠 기업들도 신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지 않고도 법적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어, 업계 전반으로 확산 가능성이 주목된다.

박상욱 TFH 한국 지사장은 “연령 인증 제도가 오히려 개인정보 수집 경쟁으로 이어지는 현 상황이 아이러니”라며 “월드 ID는 신뢰를 ‘수집’이 아니라 ‘기술’로 확보하는 방식이며, 익명성과 인간성을 모두 지킬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