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액 손실 벨기에펀드', KB '선제배상'·우리 '검토 중'…자율배상도 온도차
KB국민은행 "투자위험등급 오표기 피해 고객 100% 배상" 우리은행 "불완전판매 없었다"...고객보호 위해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검토 중 금융당국, 벨기에펀드 불완전판매 여부 집중 점검
|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전액 손실이 난 벨기에펀드에 대한 자율배상에서 극명한 온도차이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선제적으로 자율배상에 나선 것과 달리, 우리은행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치 않고 있다.
문제가 된 벨기에펀드는 지난 2019년,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설정한 상품으로 벨기에 정부기관이 장기 임차 중인 브뤼셀의 오피스 건물 임차권에 투자하는 구조다. 초기 '임대율 100%'·'안정적인 투자'라고 홍보해 약 900억원의 자금을 모집했으며 한국투자증권이 약 589억원,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약 200억원과 약 120억원의 펀드를 판매했다.
하지만 유럽 부동산 경기 악화로 가격치 추락하고 금리 급등으로 벨기에 펀드의 선순위 대주인 영국의 생명보험사 로쎄이(Rothesay)가 대출금 상환을 요구하며 자산을 강제 매각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임차권 매각에 실패하면서 펀드가 보유한 지분의 가치가 사라지면서 투자금 전액이 손실 처리됐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지난 3월 자산운용보고서를 통해 “연내 펀드를 상환할 예정이나 투자자에게 분배될 금액은 없을 것이다”고 알렸다.
쟁점은 상품을 설정한 한투리얼에셋운용이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 상황을 투명하게 전달했는가와 불완전판매 여부, 부동산 투자의 적절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판매처인 은행권은 자율배상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한국투자 벨기에 코어오피스 부동산투자신탁2호(벨기에펀드) 투자자 고객에게 선제적으로 자율배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 4일부터 고객에게 동의서를 받아 순차적으로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고 있으며 6일 기준으로 투자자 계좌 중 78%에 자율배상을 마쳤다.
보상비율은 최소 40%에서 최대 80%로, 은행의 배상요인과 투자자의 책임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상금액을 결정했다. 다만 벨기에펀드 투자위험등급을 잘못 표기해 투자성향과 맞지 않은 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에게는 100%를 배상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가입 당시 고객의 투자성향별 기본보상비율, 당행의 금융 소비자보호를 위해 추가되는 공통 가중비율, 계좌별로 차등 적용되는 가산비율과 차감비율을 적용해 최종 보상비율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이 일부 불완전판매를 인정하고 발 빠르게 자율배상에 움직이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은행은 해당 펀드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는 없었다고 공식화했다. 자율배상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벨기에 펀드 만기는 2029년 6월 14일 만기로 아직 펀드의 만기가 도래하지 않았으나 펀드 만기와는 별개로 현지 기초자산이 강제 매각이 되면서 손실이 확정돼 청산에 따른 회수금은 없는 상황이다"면서, "다만 원금 20% 수준의 배당이 고객에게 기지급 돼 최종 손실률은 80%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우리은행은 본 펀드의 위험등급 오분류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정상적으로 판매가 됐다"며, "고객보호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중에 있으며 공식적으로 안내가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 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률은 금감원이 제시해 온 테이블에 따르면 최대 80% 수준이며, 불완전판매는 기관경고 이상 중징계로 이어질 수 있어 판매사 입장에선 불완전판매 인정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는 금융당국도 벨기에펀드의 불완전판매와 배상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5일부터 '벨기에 펀드'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 KB국민은행,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시작했다. 금감원은 상품 구조의 사전 검증 절차, 고객 대상 설명의무 이행 여부, 내부통제 보고 체계 등을 집중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벨기에펀드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시해야 하는 공모형 펀드로 설계돼 불완전판매 소지를 찾아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투자판단을 해친 사례가 있었는지, 판매사의 자율배상이 적절히 이뤄졌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더불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금융감독원 임원이 직접 금융소비자를 만나 소통하는 민원상담서비스를 실시해 벨기에펀드 관련 민원인 등을 직접 만나 금융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벨기에펀드 민원인은 "판매 직원이 벨기에 정부 기관이 장기 임차한 건물에 투자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설명해서 가입했는데 전액 손실이 났다"고 호소했다.
이에 이 원장은 "상품 판매시 설명의무 미흡 등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기위해 상품설계와 판매단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다"며, "향후 현장검사 결과 불완전 판매와 관련한 내부통제 위반사실 등이 확인되는 경우, 이미 처리된 분쟁민원을 포함한 모든 분쟁민원의 배상 기준을 재조정하도록 판매사를 지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최근 금융투자업계 CEO 간담회에서 "직원 본인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가족에게 권하지 못할 상품은 팔지 말라"며, "투자자가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설명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