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환의 스포츠인사이트] '졌잘싸'는 없다, 2등은 기억되지 않는다
| 한스경제 |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둔 뜨거운 질문 하나를 꺼내봅니다. 스포츠의 피날레, 환희의 함성이 잦아들 때 패배한 이들에게 건네는 "졌지만 잘 싸웠다"는 위로. 과연 그 말은 선수에게 진정한 위로가 될 수 있을까요? 이 '졌잘싸'라는 미사여구야말로, 승패의 세계에 몸담은 모든 이들이 마주해야 할 가장 잔인한 진실을 가리는 얄팍한 커튼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포츠는 단지 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기억과의 싸움입니다. 영광을 위해 수없이 희생한 새벽의 고독, 부상을 안고도 이를 악물던 고통의 시간 그리고 오직 하나의 정점을 향해 달려온 모든 날의 간절함이 응축된 단 한 번의 무대입니다. 이 모든 처절한 과정은 오직 1등이라는 결과에 닿았을 때 비로소 '신화'가 됩니다.
2등의 자리는 어떠합니까? 결승선 바로 앞에서 멈춰 선 이의 얼굴은, 승자의 기쁨보다 더욱 처절한 슬픔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1등과 2등의 차이는 물리적인 시간이나 점수의 간극이 아닌 '영원히 기억될 이름'과 '차츰 잊힐 이름' 사이의 냉혹한 경계입니다. 금메달리스트의 이름은 역사책에 선명하게 새겨지고, 그들의 환호는 수십 년이 지나도 TV 속 명장면으로 반복됩니다. 하지만 2등은 어떻습니까? 그들의 눈물과 투혼은 잠시의 감동을 주지만, 이내 승자의 그늘에 묻히고 맙니다. 대중의 기억은 가차 없이 가장 높은 곳만을 조명합니다.
우리가 "잘 싸웠다"며 위로할 때 선수들은 이미 그 말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잘 싸웠다는 것은 '패배했다'는 차가운 현실을 덮으려는 팬들의 따뜻한 배려일 뿐, 스스로에게는 '결국 해내지 못했다'는 쓰라린 자책입니다. 그들은 가장 간절했던 순간에, 가장 절실했던 목표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이것이 바로 스포츠의 잔인한 매력입니다. 과정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마추어의 영역에 머물러야 합니다. 프로의 세계는 결과로 증명해야 합니다. 만약 '졌잘싸'가 통용된다면, 그다음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은 1등을 향한 목마름 대신 '적당히 잘 싸우면 된다'는 안일함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2등의 자리에서 흘린 눈물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다음 승리를 향한 불씨가 되어야 합니다. 잊히는 고통, 기억되지 않는 설움을 자양분 삼아, 다시 한번 1등의 자리를 향해 달려 나갈 더욱 뜨거운 열망과 투지로 바꿔야 합니다.
스포츠는 우리에게 승리의 짜릿함을 선사하는 동시에, 세상의 냉정함을 가르쳐줍니다. 기억은 1등의 특권이며, 2등은 곧 망각이라는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선수들이여, 다음 무대에서는 위로의 말 대신, 오직 승자의 환호만이 여러분의 이름을 영원히 기억하게 하십시오. 그 눈부신 승리만이 여러분이 흘린 모든 땀방울과 눈물의 진정한 보상이 될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