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IFRS17 도입 후 '질적 성장'에 무게..."외형보다 내실에 집중"
CSM·손해율 관리로 생존 경쟁…평균공시이율 인하로 내년 보험료 인상 ‘임박’ 생보사는 CSM 확보·손보사 손해율·언더라이팅 강화…체질개선 핵심 과제로
|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 보험업계가 신 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 성장 중심의 새로운 경쟁으로 접어 들었다. 외형 확장보다 지속가능한 수익과 재무건전성 관리가 핵심 성과 지표로 부상하면서, 생명보험사는 보험계약마진(CSM) 확대에 나서고 있으며 손해보험사는 손해율과 요율 관리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험업계가 수익성 한계에 직면하면서 내년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해 대거 판매된 간병보험이나 치매보험과 같은 장기보장성 상품의 지급보험금이 급증하고 자동차보험 손해율마저 90%를 웃돌며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보험사의 손해율(보험금 지급액 대비 보험료 수입 비율)은 지난해 2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올해 3분기 역시 손해율 상승이 확실시된다.
메리츠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커버리지 기준 주요 보험사의 올해 3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약 1조 9300억원으로 이전 분기 대비 10.5%, 지난해 동기 대비 9.2%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손해율 악화의 주 원인으로 자동차보험 부담 확대와 제3보험 시장의 경쟁 심화를 꼽고 있다. 최근 5년동안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들은 신계약 확대와 보험계약마진(CSM) 확보를 위해 제 3보험 부문의 비중을 늘려왔다. 하지만 고령화 심화와 기대수명 연장으로 간편보험·치매보험·간병보험을 중심으로 보험금 청구가 급증하고 있다.
더욱이 IFRS17 도입 후 보험계약마진(CSM)과 지급여력비율(K-ICS)을 비롯한 재무지표를 방어하기 위해 생명보험사들이 제3보험 시장에 진입하면서, 생보·손보간의 경쟁이 과열되고 손보사들의 손해율이 증가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생보사의 개인 제3보험(사망 외 보장성) 초회보험료는 515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30.1%나 급증했다. 같은기간 손보사의 초회보험료(운전자·재물 제외)는 4746억원으로 18.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로써 제3보험 시장에서는 생명보험사가 초회보험료 기준으로 손해보험사를 처음 추월하는 변곡점이 형성됐다.
특히 손보사들은 치매·간병보험을 중심으로 손해율이 급등하며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 등 주요 5개 손보사의 위험손해율은 평균 98%로, 손익분기점(100%)에 근접한 수준이다. 위험손해율은 보험계약자가 낸 위험보험료 대비 실제로 지급된 보험금을 말한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의 급등세도 무섭다. 주요 손보사 4곳(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의 올해 9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94.1%로 지난해 동월 대비 7.8%포인트(p)가 상승했다. 이에 올해 누적 손해율 역시 85.4%를 기록하며 지난해 대비 4.3%p 상승했다. 또한 정비수가 인상과 집중호우 등의 복합 요인으로 하반기 손해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생보사, 보장성 상품 다각화로 CSM 확보...손보사, 언더라이팅 강화로 손해율 방어
이에 국내 보험업계는 수익성 악화 속에서도 리스크 관리와 상품 혁신이란 투트랙 전략을 통해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고 있다. IFRS17 도입으로 보험부채 평가가 정교해지면서, 리스크 기반의 상품 구조 개편과 언더라이팅 강화를 비롯한 근본적인 수익성 관리 전략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언더라이팅 정교화와 가격 규율 강화로 손해율 방어에 나서고 있다.
삼성화재는 자동차·일반보험 부문에서 요율과 위험률을 정교하게 조정하며 손해율 상단권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AI 기반 디지털 언더라이팅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맞춤형 상품 개발로 수익 구조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단기 점유율 경쟁보다 수익성 높은 계약 중심의 질적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유병자보험과 무해지환급형 상품 등 수익형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상품을 재편하고 미래 수익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언더라이팅 강화로 건전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장기보장 강화와 디지털 채널 확대를 병행하며 성장의 균형점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투자이익과 보험이익의 균형 잡힌 분산 구조를 통해 실적 변동성을 효과적으로 완충한 점이 돋보인다.
반면 생명보험사들은 보장성 상품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장기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암 검사비·다학제 통합 진료·암 집중 영양치료를 담은 특약 3종으로 9개월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상반기 2차 암과 로봇수술, 합병증·후속 치료까지 보장하는 암보험인 교보통합암보험(무배당)을 출시했다. 흥국생명은 재발·전이암 진단 시 종신까지 매달 생활비를 지급하는 특약을 내놨다.
암보험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역시 세분화를 통해 고객 확보에 나사고 있다. 삼성생명은 최대 16개 중증·만성·경증 질환을 폭넓게 보장하는 '시그널 건강보험'을 선보였다. 교보생명은 여성 특화 상품 '교보더블업여성건강보험(무배당)'을 선보였다.
AIA생명은 고령·유병력자를 위한 초간편 건강보험인 (무)AIA 더 안심되는 초간편 건강보험(갱신형)을 판매 중이다. 동양생명은 전이암진단 생활비 특약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 IFRS17 이후 '구조의 경쟁' 본격화…수익성 악화·보험료 인상 불가피
이에 보험업계가 외형 경쟁에서 벗어나 구조적 체질 개선을 통한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보험사의 이익 인식 기준이 단기 실적보다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와 리스크 관리 역량으로 핵심 평가 잣대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보험시장은 CSM 경쟁과 손해율 방어전이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또한 보험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로 내년 보험료 인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간병·치매보험 같은 장기보장성 상품의 지급보험금이 증가하고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0%를 웃돌면서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금감원이 '보험사 기준금리'로 불리는 평균공시이율을 내년도엔 올해 대비 0.25%p 인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간병·치매보험을 비롯한 제3보험 부문에서 장기 지급 청구가 본격화되고 자동차보험의 경우 정비수가 인상과 사고 빈도 증가로 손해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보험사들이 수익성 방어를 위해 내년 중 보험료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생보사든 손보사든 손해율 관리와 위험률 평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CSM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며, "수익성 중심의 상품 리스크 관리가 보험사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