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AI 혁신의 그림자”, 산업계 ‘2차 해고’ 바람

글로벌 대기업 3분기 실적은 최고치, 인력은 감축 中기업도 디자이너 해고후 AI 도입...AI가 불러온 고용의 재편

2025-11-06     강은수 기자
아마존 로고 / 아마존 제공

| 한스경제(상하이)=강은수 특파원 | 전 세계 주요 산업 분야에서 다시 한번 해고 물결이 일고 있다. 지난 두 달간 IT, 항공, 에너지, 식료품 등 각 분야 대기업들이 수천 명에서 수만 명 규모의 감원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해고의 흐름은 기업 실적 악화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사상 최대의 이익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글로벌 IT업계 해고 추적사이트 ‘레이오프(Layoffs.fyi)’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IT업계에서 15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올해 들어서도 약 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특히 지난 4월 한 달 동안만 2만4500명 이상이 해고됐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성장하는 재무제표를 내놓는 동시에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실적에 따르면 아마존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1802억달러(약 260조9000억원)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101% 급증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777억달러(약 112조5000억원)로 18% 성장했으며, 메타(Meta)는 513억달러(약 74조2800억원)으로 26% 증가했다.

3사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성과를 냈지만 동시에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아마존은 최대 3만명을 감원했고, MS는 지난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1만5000명을 줄였다. 메타 역시 인공지능(AI) 부문에서 600명을 감원했다.

글로벌 IT·컨설팅 기업 IBM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올해 3분기 실적에 따르면, IBM의 매출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163억3000만달러(약 23조6500억원)를 기록했다. 그러나 4분기에는 전 세계 직원의 약 1% 수준인 약 27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IBM의 조직 개편은 AI 도입을 가속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짐 카마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콜에서 “기업 전반에서 AI 도입이 가속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지난 6개월 간 IBM의 AI 컨설팅·소프트웨어 고객의 약 80%가 신규 고객”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해고의 배경으로는 생성형 AI 기술의 폭발적 성장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 AI가 단순히 업무 효율을 높이는 ‘보조 도구’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일부 직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특히 인사부의 이력서 검토, 사내 교육, 마케팅 데이터 분석, 제품 테스트, 심지어 카피라이터·디자인 같은 창의 직군까지 AI 도구로 상당 부분 대체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중국 마케팅 기업 블루포커스(BlueFocus)는 인간 콘텐츠 작가와 디자이너들의 계약을 '무기한' 종료하고 생성형 AI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블루포커스는 AI를 사용하여 직원을 대체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조치는 MS의 애저 오픈AI(Azure OpenAI) 서비스 라이선스를 취득한 지 이틀 만에, 바이두(Baidu)의 어니봇(ERNIE Bot)과 협력해 본격적인 AI 마케팅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한 지 한 달 만에 이뤄졌다.

앤디 제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모에서 “AI 혁신으로 인해 일부 직군에선 더 적은 사람이 필요하고 다른 일부 직군에선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할 것”이라며 “향후 몇 년 내 전체 회사 인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30일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는 “이번 감원은 재정적 이유도 아니고, AI 때문도 아니다. 조직 문화 때문”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eMarketer)의 스카이 카나베스 애널리스트는 “아마존 내부에서 AI 기반의 생산성 향상에서 충분한 성과를 거두어 대규모 해고가 가능할 수 있음을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AI로 인한 구조조정은 IT업계 뿐만 아니라 제조·물류·항공·소비재 산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물류업체 UPS는 운영 인력 3만4000명과 관리 인력 1만4000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UPS는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연간 약 35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UPS는 이번 3분기 실적으로 전년 대비 3.6% 감소한 215억달러(약 31조1400억원)를 기록했다.

독일 루프트한자는 2030년까지 행정직 중심으로 전체 직원의 4%에 해당하는 4000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네슬레는 향후 2년간 전체 직원의 6%에 해당하는 약 1만6000명 규모의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네슬레는 자동화 생산라인, 스마트 물류·AI 주도의 데이터 분석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 외에도 미국 대형 석유회사 엑손모빌, 스타벅스, 하이네켄 등도 줄줄이 인력 감축 계획을 내놨다.

UC버클리의 엔리코 모레티 경제학 교수는 아마존과 같은 대형 테크기업들이 AI 관련 해고의 선두에 서 있다고 지적하며, “부분적으로는 AI의 생산자이자 소비자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팬데믹 기간 동안 대규모 채용에 따른 조정 또한 최근 해고의 원인이 되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토론토대학교 명예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대기업들은 AI가 대규모로 일자리를 대체할 것임을 알고 있다”며 “돈을 벌려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