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법인카드 이용액 두자릿수 성장...세금결제·B2B 확산이 견인

3분기 법인카드 승인금액 62.2조원...지난해 동기 대비 10.3% 증가 1회 평균 승인금액 15만원 육박...카드업계, 법인영업에도 '가속도'

2025-11-05     이나라 기자
올해 3분기 법인카드 승인금액은 62조2000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0.3% 증가했다. / 연합뉴스

| 한스경제=이나라 기자 | 법인카드 시장이 세금결제 확대와 기업 회계시스템 고도화를 계기로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법인카드 이용액이 두자릿 수 증가세를 보이면서 카드사들 역시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한 B2B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법인카드 승인금액은 62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0.3%가 증가했다. 이는 전체 카드 승인금액(327조7000억원) 증가율이 6.7%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승인건수는 4억2000만건으로 2.9% 늘었으며 평균 승인금액도 14만8917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7.1%나 상승했다.

◆ 세금결제 카드화가 거래 기반 확대 견인

법인카드 성장세의 핵심 요인은 세금·공과금 카드 납부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세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카드납부 대상을 넓히고 수수료를 인하하면서, 법인세·부가가치세 등 납부성 거래가 빠르게 카드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3분기 국세·지방와 같은 항목의 승인금액은 19조2662억원으로 전체 법인카드 이용액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세목 납부 거래는 결제 리스크가 낮고 정산 주기가 짧아, 카드사 수익 안정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개인 소비 중심이던 카드결제가 기업 운영비용 관리의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법인 부문이 카드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세금결제 확대를 기점으로, 법인카드 역시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회계·경비관리 시스템과 결합된 B2B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SAP Concur·더존 WEHAGO·비즈플레이 등 주요 경비관리 솔루션이 카드사와 실시간 데이터 연동하면서, 결제 정보가 ERP로 자동 전송되고 전표처리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견·대기업을 중심으로 경비통제·회계 자동화 활용이 늘면서, 카드사 간의 정산 플랫폼 구축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공공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조달청 나라장터 통계에 따르면, 올해 공공조달 카드결제액은 24조원을 넘어섰으며 대부분의 기관이 법인카드 정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세금결제의 카드화가 거래 기반을 넓혔다면, B2B 연동은 그 거래를 기업 내부 시스템으로 끌어들였다"면서, "법인카드는 이제 '결제-정산-회계-데이터'가 연결된 통합 생태계의 중심에 서 있는 셈이다"고 전했다. 

새마을금고 제휴 라인업 중 SOHO(개인사업자) 손님을 위한 'Blue카드'. / 하나카드 제공

◆ KB국민카드, 법인시장 점유율 1위...신한·하나 '삼강체제' 확립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카드사 간 시장 점유 경쟁도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카드사별 법인카드 이용액(신용+체크 합산)은 KB국민카드 18조7308억원·하나카드 16조1373억원·신한카드 16조25억원으로 상위 세 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점유했다.

KB국민카드는 공공기관·대기업 중심의 거래망을 기반으로 1위를 유지했으며 하나카드는 새마을금고와 같은 지역금융사 제휴와 개별 지역금고 법인카드를 하나카드로 전환하는 등의 전략적 제휴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신한카드의 경우 법인 전용 상품군과 해외출장카드 등 특화 서비스를 강화하며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다음으로 우리카드(15조9134억원)·삼성카드(12조5969억원)·현대카드(11조192억원)· 롯데카드(7조275억원)·비씨카드(1조106억원)가 뒤를 이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카드론 규제로 개인 결제 부문이 둔화되자, 카드사들이 법인 영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신한·KB국민·하나카드는 전담 조직을 확대하고 중소기업 전용 정산 서비스·출장경비카드 등의 맞춤형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제조·IT 법인 중심의 B2B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 중이며 현대카드는 글로벌 기업 대상 프로그램을 통해 수익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법인카드가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기업 운영 데이터의 통합 허브로 진화해야 하고 있다"면서, "결제 규모 확대-회계 연동-데이터 수익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