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불장'에 황제주 급증…'큰손' 개미들 다음 타깃은?
연초 0개에서 6개로…두산도 황제주 합류 큰손 개미 유입에 유동성 한계 극복 기대
| 한스경제=김유진 기자 | 코스피가 4200선을 넘어 '불장'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주당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가 연초 0개에서 6개로 급증했다. 거래 위축 등 '황제주의 저주' 우려 속에서도 큰손 개미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이들의 다음 투자 타깃에 관심이 쏠린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가 100만원을 돌파한 종목은 현재 6개로 집계됐다. 전날 종가 기준 효성중공업(213만5000원), 삼양식품(134만8000원), 삼성바이오로직스(122만1000원), 고려아연(103만3000원)이 황제주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이날 장중 두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00만원선을 넘어섰다.
올해 초만 해도 황제주는 단 한 종목도 찾아볼 수 없었다. 코스피가 바닥권을 헤매던 5월까지만 해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고려아연 2개 종목만이 겨우 100만원선을 회복한 상태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위탁생산 수주 확대로,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이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증시에 활력이 돌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우선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 열풍에 힘입어 지난 5월 처음으로 100만원을 돌파했다. 효성중공업은 글로벌 전력망 교체 수요와 AI 데이터센터 건설 러시에 힘입어 변압기 주문이 쇄도하면서 주가가 연초 대비 30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뛰었다.
이날 황제주 명단에 이름을 올린 두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원전 산업 부활 기대감 속에서 주가가 급등하며 100만원 고지를 넘어섰다.
◆ 100만원 넘으면 거래 '뚝'...유동성 함정 우려
황제주 증가는 증시 활황의 긍정적 신호지만, 시장에서는 이른바 '황제주의 저주'를 염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주가가 100만원을 넘으면 개인 투자자들이 심리적 부담을 느껴 신규 매수세 유입이 어려워지고, 이는 거래량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가가 높은 황제주는 구조적으로 거래 회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유동성이 부족해지면 적은 물량에도 주가 변동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황제주에 오른 엔씨소프트는 신작 흥행 실패로 현재 주가가 20만원 선으로 급락한 바 있다.
다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자금력을 갖춘 '큰손' 개미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의 1억원 이상 대량 주문 건수는 하루 평균 2만8729건을 기록했다. 지난 9월(1만8957건)보다 52% 늘어난 수치로, 2021년 8월(3만4543건) 이후 4년2개월 만에 최대치다.
지금까지 큰손 개미들이 선호한 종목은 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같은 시총 상위 대형주였다. 하지만 증시 강세장이 계속되면서 이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황제주가 포함될 경우, 유동성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황제주들은 단순 기대감이 아닌 실적 개선에 기반해 올랐다는 점과 더불어 큰손 투자자들의 유입으로 '황제주의 저주'는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