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AI 메모리 혁신 중심 서겠다”

SK AI 서밋서 ‘AI 시대, SK하이닉스가 그리는 새로운 비전과 기술’ 주제 기조연설 커스텀 HBM, AI D램·낸드 등 풀 스택 AI 메모리 라인업 공개 “고객 만족 최우선으로 파트너들과 함께 협력해 미래 개척할 것”

2025-11-03     고예인 기자
SK하이닉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이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에서 ‘AI 시대, SK하이닉스가 그리는 새로운 비전과 기술’ 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 SK하이닉스

|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SK하이닉스가 AI 시대를 향한 기술 비전으로 ‘풀 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Full Stack AI Memory Creator)’를 제시하며 차세대 반도체 혁신 청사진을 내놨다. 곽노정 사장(CEO)은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 기조연설에서 “SK하이닉스는 이제 단순한 제품 공급자가 아닌 고객과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기술 창조자로 진화한다”고 선언했다.

곽 사장은 “AI가 모든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데이터 이동량이 폭증하고 있다”며 “이는 프로세서보다 느린 메모리 접근 속도로 생기는 병목, 즉 ‘메모리 월(Memory Wall)’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AI 연산 효율을 높이는 핵심은 단순한 용량 증대가 아닌 구조적 혁신”이라며 “SK하이닉스는 기술 한계를 뛰어넘는 풀 스택 메모리 솔루션으로 이 변화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 HBM 진화에서 AI 메모리까지

SK하이닉스는 이번 서밋에서 차세대 AI 인프라를 겨냥한 풀 스택 AI 메모리 라인업을 공개했다. 핵심은 ‘커스텀 HBM’, ‘AI-D(전용 D램)’, ‘AI-N(전용 낸드)’로, 하드웨어부터 시스템 레벨까지 AI 처리 효율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됐다.

커스텀 HBM은 GPU·ASIC의 일부 기능을 메모리 베이스 다이로 옮겨 연산 효율을 높인 제품이다. 곽 사장은 “HBM이 표준 제품에서 고객 맞춤형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는 연산 효율을 극대화하고 전력을 줄이는 방식으로 차세대 HBM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D 시리즈는 세 가지 방향으로 구성된다. AI-D O(Optimization)은 MRDIMM, SOCAMM2, LPDDR5R 기반 데이터센터 최적화 솔루션이다.

AI-D B(Breakthrough)는 PIM(Processing-In-Memory)과 CMM(Compute eXpress Link Module)을 통해 메모리 월을 뛰어넘는 고성능 연산을 지원한다.

AI-D E(Expansion)은 로보틱스·모빌리티·산업 자동화로 메모리 활용 영역을 확장한다.

AI-N 시리즈는 대규모 데이터 입출력 성능을 높인 ‘AI-N P(Performance)’, HBM-낸드 하이브리드 구조를 구현한 ‘AI-N B(Bandwidth)’, 초고용량 스토리지 ‘AI-N D(Density)’로 구성된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말 AI-N P 샘플을 출시해 차세대 AI 추론용 스토리지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 HBM4 양산 체제 본격화, AI 연산 효율 표준 세운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처음 HBM을 개발한 이후 HBM3E·HBM4까지 이어지는 기술 혁신으로 AI 메모리 시장의 최전선에 서 있다. 9월 구축된 HBM4 양산 체제는 11Gbps를 초과하는 최고 속도를 구현했으며 주요 고객사 검증을 완료해 4분기 출하를 앞두고 있다.

어드밴스드 MR-MUF 공정 적용으로 발열 및 휨 제어가 대폭 개선돼 고밀도 AI 서버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동작을 보장한다. 업계에서는 HBM4가 AI 추론용 GPU 성능 한계를 다시 높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곽 사장은 “AI가 요구하는 처리 효율, 발열, 신뢰성 모두를 만족시키는 메모리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SK하이닉스는 HBM 최적화와 시스템 통합 분야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 AI 협업 생태계와 생산 거점 확장

SK하이닉스는 AI 생태계 전반에서 글로벌 혁신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엔비디아와의 HBM 공동개발은 물론, 옴니버스·디지털 트윈을 이용한 AI 제조 혁신을 추진 중이며 오픈AI 및 TSMC와도 차세대 고성능 메모리 공급 및 공동 설계를 지속한다. 또한 샌디스크와 HBF(High Bandwidth Flash) 국제 표준화, 네이버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최적화 기술 협력도 병행 중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 조기 오픈과 함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1기 팹 건설 속도를 높이고 있다. 클린룸 확장과 용적률 상향으로 향후 폭증하는 HBM 수요 대응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곽 사장은 “AI 반도체 시대에는 메모리 자체가 연산의 중심이 되고 있다”며 “고객과 협력해 새로운 구조를 설계하고, 생태계 전체의 혁신을 이끄는 것이 SK하이닉스의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풀 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로서 기술의 방향을 제시하고, 차세대 AI 컴퓨팅의 토대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