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냉각기 끝낸 韓·中, APEC 계기로 신뢰 재가동

2026년 선전서 APEC 정상회의 개최 예고, 실용외교 복원 국면 본격화

2025-11-03     강은수 기자
10월 31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제32차 정상 비공식 회의 1단계 회의가 한국 경주와 벨라루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 신화통신 제공

| 한스경제(상하이)=강은수 특파원 | 한·중 관계가 아시아태평양정상회의(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해빙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중갈등 속 냉각기를 거쳤던 양국 관계가 실용적 협력 복원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0월30일부터 11월1일까지 경주에서 열린 제32차 APEC 정상 비공식 회의 참석을 위해 6년 만에 방한했다. 30일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11월1일에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첫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상호 신뢰 회복과 실질 협력 강화를 약속하며 관계 복원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궈자쿤은 “중국과 한국이 가까운 이웃이자 협력 파트너”라며 “중국은 한국 과 함께 수교의 초심을 지키고 선린우호(善隣友好)와 상호이익의 원칙 아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하이국제문제연구원 동북아연구센터의 뉴사오핑 보조연구원은 “이번 시 주석의 방한은 한·중 관계 발전에 ‘과거를 이어 미래를 여는(承前启后)’ 역할을 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위치를 교정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시절 양국 간 정치적 신뢰가 훼손되고 양국 관계가 냉각됐다”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실용외교’를 펼치며 한·미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한·중 관계 개선을 병행하며 미·중 간의 균형을 찾으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난카이대학교 APEC 연구센터 소장 류천양 역시 “시 주석의 11년 만의 국빈 방문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첫 한중 정상 간의 만남으로, 양국 관계를 적극적으로 발전시키고 양국 간 조정과 협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이는 시진핑 정부의 주변국 외교이념인 ‘친성혜용(亲诚惠容)’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방문”이라고 평가했다. ‘친선혜용’은 시진핑 정부 시기 주변국에 대한 외교 노선으로, ‘친하게(亲) 성심껏(诚) 혜택을 주며(惠) 포용하겠다(容)’는 의미이다.

한국 정부 역시 회담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일 한중 정상회담 성과와 관련해 “이재명 정부의 국익, 실용에 기반한 대중(對中) 외교를 통해 한중관계를 전면적으로 복원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중 관계 발전의 기반을 튼튼히 하기 위해 양국 정부 간 정치적 신뢰를 확보하고 민간 차원에서도 우회적 신뢰 축적을 병행해 나가기로 했다”며 “한중 고위급에서 정례 소통 채널을 가동해 한중관계 현안 및 지역·글로벌 이슈에 대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10월 31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제32차 정상 비공식 회의 1단계 회의가 한국 경주와 벨라루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국가주석 시진핑은 회의에 참석하여 '포용적이고 포용적인 개방형 아태 경제 공동 건설'이라는 제목의 중요한 연설을 했다. / 신화통신 제공

시진핑 주석은 이번 회의에서 “중국이 한국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협력을 심화해 공동의 이익을 확대하고 도전 과제를 함께 해결할 준비가 되었다”며 “이를 통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지역의 평화와 발전에 더 긍정적인 에너지를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중국이 오는 2026년 11월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제33차 APEC 제33차 정상 비공식 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이 APEC을 주최하는 것은 이번이 3번째이다.

시 주석은 ”중국은 내년 APEC 개최를 계기로 각국과 손잡고 아태 공동체를 구축해 아태 지역의 성장과 번영을 촉진하고 아태 자유무역지대, 상호 연결성, 디지털 경제, 인공지능 등 실질적인 협력을 추진해 아태 발전에 더 큰 활력과 동력을 불어넣고 아태 지역 주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APEC을 계기로 한·중 양국이 실질 협력의 방향을 다시 맞추면서, 향후 경제·산업 협력, 인적 교류, 지역 안보 등 다층적 분야에서 협력 복원이 가속화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