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美中 정상 '세기의 담판'...중국선 '엇갈린 평가'

부산 회담서 '거래적 성격' 합의 도출...긍정론과 회의론 공존

2025-10-31     강은수 기자
현지 시간 10월 30일, 시진핑 국가주석은 부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 신화통신 제공

| 한스경제(상하이)=강은수 특파원 | 6년4개월 만에 재회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손을 맞잡으며 미중 무역전쟁 완화의 실마리를 찾았다. 회담 이후 양국 정상 모두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이번 회담을 두고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와 구조적 모순은 여전하다는 회의론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 내 접견장인 나래마루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약 100분간 진행됐다. 양국 정상은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번 회담을 갖게 됐다.

이번 회담의 핵심은 ‘일시적 휴전’에 방점이 찍혔다. 양국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1년 유예 ▲미국산 대두(콩) 수입 재개 ▲‘펜타닐 관세’ 10%로 인하 등에 합의했다.

또한 미국은 지난 9월 발표했던 ‘블랙리스트 규정’을 1년간 유예하기로 했으며, 중국 역시 이에 대응해 내놨던 보복 조치를 1년간 보류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은 해사·물류·조선업 관련 무역법 301조 조사와 제재도 1년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중국도 보복 조치로 발표했던 미국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 부과를 유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길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멋진(Amazing) 회담이었다”며 “10점 만점에 12점이었다”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거의 모든 것에서 매우 수용 가능한 형태로 합의를 했다”며 “많은 결정이 이뤄졌고 남은 것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도 회담 직후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중미 관계의 견고한 기초를 다지고 양국 각자의 발전을 위한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양측은 공감대를 구체화하고 후속 작업을 신속히 마무리해 실질적 성과를 통해 양국 및 세계 경제에 ‘안정제(定心丸)’을 제공해야 한다”며 “경제무역은 중미 관계의 ‘균형추(压舱石)’이자 ‘추진기(推进器)’로 남아야 하며, 결코 ‘걸림돌(绊脚石)’이나 ‘충돌점(冲突点)’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언급했다.

현지 시간 10월 30일, 시진핑 국가주석은 부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 신화통신 제공

그러나 이번 회담은 경제·무역에 집중된 반면, 외교·안보 분야의 핵심 현안인 ‘대만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반도체 및 첨단 기술 분야의 수출 통제, 시장 접근 장벽, 정부 보조금 등 구조적 갈등 요소들도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사실상 양국이 이미 협상이 가능한 사안에 집중하고, 첨예한 모순은 외도적으로 회피한 셈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신 인공지능(AI) 칩 수출에 대해서는 논의했지만, 엔비디아(NVIDIA)의 최신 AI인 ‘블랙웰(Blackwell)’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양측 모두 즉각적인 이익을 얻는 ‘거래적 합의’로 평가했다.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미국학과 댜오다밍 교수는 “올해 약간의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중미 관계가 정상 외교의 항해 역할 덕분에 대체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과 간에 발생한 경제·무역 마찰과 같은 불안정 요인들이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쳤지만, 양국 간 정상 외교는 부정적인 요인들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리융 중국국제무역학회 상무이사 겸 중미유럽 경제전략연구센터 공동주석은 “이번 협상 결과는 안정적인 중미 경제무역 관계가 양국의 근본 이익에 부합하며 국제 사회의 일반적인 기대임을  입증했다”며 “세계 상위 두 경제 대국으로서 중미 경제무역 관계의 건강한 발전은 양국 국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회복을 촉진하는 중요한 동력이다”라고 평가했다.

상하이의 컨설팅회사 타이달웨이브 솔루션(Tidalwave Solutions) 파트너 카메론 존슨은 “미중 관계가 단기적으로 악화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번 합의는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양측이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합의가 매년 검토될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양측이 앞으로 매년 관계와 구매력 조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부 전문가는 미중 관계의 뿌리 깊은 모순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컨설팅회사 후통리서치(Hutong Research)의 샨궈 파트너는 펜타닐 관세 인하가 “대체로 예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은 스톡홀름 이후 줄곧 펜타닐 관세 인하를 요구해왔는데 이번에 희토류를 지렛대 삼아 원하는 것을 얻은 것”이라며 “단, 인하 폭이 20%가 아닌 10% 인하에 그친 것은 미국이 향후 혒상 과정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하인리히 재단(Hinrich Foundation)의 데보라 엘름스 무역정책 책임자 또한 이번 합의를 미중 무역전쟁의 ‘부분적 동결’ 또는 ‘소폭 축소’로 평가했다.

이번 회담은 표면적으로는 양국 관계의 ‘해빙 신호’로 읽히지만, 관세·수출통제’라는 현실적 조정 아래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을 뿐 미중 경쟁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