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AI 패권경쟁’, 다른 길 걷는 미·중...갈라지는 AI 전략

美 기술·자본·표준 주도, 中 오픈소스·산업 확산 중심…군사·안보영역까지 확장

2025-10-30     강은수 기자
(왼쪽)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오른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연합뉴스

| 한스경제(상하이)=강은수 특파원 |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기술을 넘어 체제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전력·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초거대 언어 모델(LLM)과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며 ‘기술 패권’을 공고히 하는 반면 중국은 오픈소스 개방과 산업 현장 결합을 통해 자국 중심의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AI를 두고 서로 다른 길을 택한 두 나라의 전략은 향후 세계 질서의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7월 ‘미국 AI 행동계획(America's AI Action Plan)’을 발표하며 AI 글로벌 리더십 강화를 위한 3가지 축으로 ▲혁신 가속화 ▲미국 AI 인프라 구축 ▲국제 외교·안보분야에서 선도적 역할 수행’을 제시했다.

엔비디아 로고 / 엔비디아 제공

이중 엔비디아(NVIDIA)의 차세대 AI 칩 ‘블랙웰(Blackwell)’이 전략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약 208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탑재한 블랙웰은 이전 세대 대비 최대 30배 빠른 AI 연산 성능을 구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오픈AI(Open AI) GPT-5, 구글 제미나이(Gemini), 앤트로픽 클로드(Claude) 등 LLM을 효율적으로 학습·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오픈AI, 구글, 메타, 앤트로픽 등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프런티어 모델 개발에 수백억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이들 모델은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는 AI 표준으로 기능하며, 글로벌 AI 규범 재편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러나 이러한 초거대 모델 경쟁은 막대한 전력과 비용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 GPT-5의 학습 전력은 중소 도시 한 곳의 연간 사용량에 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전력 수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망 확충과 에너지 인프라 개선을 포함한 ‘AI-인프라 동반 성장 전략’을 추진 중이다. 또한 오픈AI는 최근 브로드컴(Broadcom)·AMD·엔비디아 등과 반도체 조달 계약을 맺으며 26GW 규모의 전력 수요를 확보했다. 또한 오라클, 소프트뱅크와 함께 10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이 기술·자본·에너지 인프라를 결합한 총력전으로 AI 패권을 강화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개방형 생태계를 기반으로 기술 격차를 줄이고 자국 내 산업 응용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7년 ‘차세대 AI 발전계획’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세계 AI 선도국 도약을 목표로 정부와 민간이 함께 AI 인프라 구축에 수천억 위안을 투입하고 있다.

대표 주자인 알리바바는 지난 3일 1조개 파라미터를 가진 오픈소스 모델 '큐웬(Qwen) 3 Max'를 공개했다. 36조개의 텍스트로 학습된 이 모델은 SWE-Bench 테스트에서 69.6점을 기록해 미국의 폐쇄형 모델과 대등한 수준을 입증했다.

알리바바는 지난 1세대 큐웬 출시 이후 300개 이상의 모델을 공개해 누적 다운로드 6억회, 파생 모델 17만개를 달성하며 ‘오픈소스’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국 AI 경쟁력의 상징인 딥시크(DeepSeek)도 오픈소스 전략을 택해 AI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특히 딥시크는 지난 18일부터 오는 3일까지 진행되는 미국 AI 연구기업 Nof1의 알파아레나(Alpha Arena)에서 9일 만에 수익률 126%를 기록해 GPT-5를 앞서는 성능을 보였다. 알파아레나는 가장자산 투자 대회로, 주요 상용 AI 모델이 1만달러의 동일 자본으로 실시간 매매에 나선다. 지난 27일 기준 GPT–5는 60%의 손실율을 기록했다.

이처럼 미국의 수출 통제는 오히려 중국의 자립형 AI 생태계를 촉진하고 있다. AI 반도체 설계업체 캠브리콘 테크놀로지스(Cambricon)는 바이트댄스의 대규모 주문을 확보한 뒤 주가가 급등하며 상반기 매출이 28억8000만위안(약 5806억656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48배 급증했다.

화웨이 또한 자체 칩 ‘어센드(Ascend)’ 생산능력을 3년 내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중국 내 AI 서버 내 외국산 칩 비중은 올해 63%에서 42%로 떨어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AI+제조’ 정책을 통해 산업 전반에 AI를 접목하고 있다. 올해까지 대형 제조업체의 60% 이상이 AI를 도입하도록 유도하며, 스마트 공장, 물류 경로 최적화, 항만 자동화, 의료 진단 시스템 등 실제 산업 현장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즉, 중국은 초거대 모델의 크기보다 ‘AI가 실제로 작동하는 현장’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의 인공지능 로봇기업 유니트리(Unitree)의 로봇견들이 계단을 오르고 있다. / 로이터 제공

최근 AI 경쟁은 산업을 넘어 군사·안보로 확장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PLA)은 자율 드론, 무인지상차량, 전장 분석 시스템에 딥시크 AI와 화웨이 칩을 도입하고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군은 AI를 전장 의사결정, 감시, 자율 작전에 통합하기 위해 딥시크와 같은 자체 개발 모델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올해 12건의 중국 내 군사 입찰에서 딥시크가 언급된 바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AI 야망은 차량과 드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방 입찰에는 정찰·위험 제거를 위한 AI 기반 로봇견 실험과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을 위한 몰입형 디지털 지휘센터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미국 역시 2026년 사상 최대 규모의 국방예산을 편성해 ‘디펜드(Defend) AI’ 전략 아래 자율 드론과 AI 지휘통제체계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천 대의 자율 드론을 배치하는 ‘리플리케이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의 군사적 딥시크 활용 증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딥시크가 중국의 군사 및 정보 작전에 기꺼이 지원을 제공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