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둔화에 채권매각 '총력'...카드사, 실적 방어전 치열
상반기 채권 매각이익 4조38억원...전년 대비 9.6% 증가 업계 "채권 매각 일시적 전략...본업 경쟁력 끌어올려야"
| 한스경제=이나라 기자 | 국내 카드사들의 대출채권 매각이익 규모가 올해 상반기 들어 다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출 규제에 따른 카드론 수요 부진과 수수료 수익 감소가 겹치면서 카드사들의 매각이익이 상반기 실적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반기 순이익이 크게 감소한 카드사들이 대체적으로 채권 매각이익 규모가 상대적으로 컸다.
21일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카드사들의 대출채권 매매이익 누계는 총 4조3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의 3조685억원보다 9.6%가 증가했다. 카드론 수요 부진과 수수료 수익 증가세 둔화된 가운데, 이에 채권 매각을 통해 실적 하락을 방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드사별로는 신한카드가 1057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롯데카드는 876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KB국민카드는 68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의 283억원에서 399억원이 증가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반면 현대카드는 65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의 924억에 비해 269억 원이 감소했으며 우리카드와 하나카드도 각각 169억원과 8억원이 줄어드는 등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특히 신한·KB국민·롯데카드의 경우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 대비 크게 감소했음에도 불구 채권 매각이익은 늘어난 공통점을 보였다. 신한카드는 상반기 순이익이 246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약 35%가 줄었으며, 같은 기간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도 29.1%와 33.8% 순이익이 하락했다.
반면 세 카드사의 올 상반기 채권 매각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신한이 234억원(823억원 →1057억원), KB국민카드가 399억원(283억원→682억원), 롯데카드가 167억원(709억원→876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채권 판매를 통한 이익을 통해 각 카드사의 순이익 하락을 일정 부분 상쇄시켰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채권 매각이익 증가분이 순이익 감소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단순 계산으로 신한카드 17.5%·KB국민카드 53.6%·롯데카드 78.4%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세 카드사가 나란히 매각이익을 늘린 배경에는 각 사의 자산 규모와 시장환경 변화, 전략적 매각 시점 조절 등이 맞물린 영향이 크다.
신한카드는 업계 1위의 자산 규모와 채권 유동화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 금리와 투자수요가 개선된 시점에 집중적으로 매각을 집행해 상반기 1000억원이 넘는 매각이익을 거두었다.
이어 KB국민카드의 경우 지난해까지는 매각 규모가 크지 않았으나, 2025년 들어 상반기부터 매각 규모를 크게 늘렸다. 카드론 수요 부진과 수수료 수익 정체 등 수익성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와 맞물려 매각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카드 역시 2분기에만 505억원의 매각이익을 기록하며 단일 분기 기준 업계 최대 규모를 보였다. 카드론 부진과 수익성 둔화, 보안 사고 대응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매각 규모를 공격적으로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편 업계에서는 채권매각이익 확대의 경우 단기적으로 순이익 감소폭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그보다 본업의 수익성 회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매각 이익은 비정기적이고 시장 환경에 따라 변동성이 큰 만큼, 수익 구조 안정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삼성카드의 경우 자사 채권을 외부에 매각하지 않고 자체 회수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삼성카드는 채권을 싼값에 넘기지 않고 자체 회수 역량을 갖추고 있는 만큼, 손익을 관리하는 데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채권 매각을 통해 일정 부분 수익을 확보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는 향후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카드사들의 매각 전략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채권 매각 전략은 일시적인 전략일 뿐 사실상 실적 확대를 위해서는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