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량 매수가 뇌관으로”…금호석유화학, 오너가 ‘표 대결’ 재점화
현 금호석유화학 회장 딸 박주형 부사장, 4거래일 연속 지분매입 조카 박철완 전 상무, 사내이사 진입·경영권 영향력…상법개정 바탕 재도전 시사 차기 정기주총 앞두고 ‘오너일가 결속 움직임’ 해석 나와
|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금호석유화학 오너 일가가 다시 지분 매수에 나서며 한동안 잠잠했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찬구 명예회장 측 핵심 특수관계인인 박주형 부사장이 최근 장내에서 자사 주식을 연속 매수한 가운데 박철완 전 상무는 공개적으로 “경영권 다툼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밝히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표면상으론 미미한 변동이지만 이후 주주총회를 앞두고 다시금 지배구조 다툼을 위한 ‘전선’이 형성되는 모양새다.
최근 금호석유화학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제출한 ‘최대주주등 소유주식 변동 신고서’에 따르면 특수관계인 전체의 보통주 보유량은 760만2382주로 직전 대비 1100주 증가했다. 이로써 보통주 기준 지분율은 28.73%로 0.01%포인트 소폭 상승했다.
전체 발행주식 총수(2948만3073주, 보통주 2645만9587주·종류주 302만3486주)에는 변동이 없다.
이번 매수는 박주형 부사장이 지난 9월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4거래일 연속 장내에서 각각 300, 300, 200, 300주를 취득한 데 따른 것이다.
박 부사장 개인 보유 지분은 32만2561주로 늘었다. 규모는 크지 않으나 장기간 사실상 중단됐던 특수관계인 매입이 재개됐다는 점에서 시장 이목이 쏠린다.
현재 금호석유화학 주요 특수관계인별 보유 현황은 ▲박철완 전 상무 259만9132주(9.82%) ▲박준경 사장 218만3120주(8.25%) ▲박찬구 명예회장 203만9629주(7.71%) 등이다. 이 핵심 3인이 총 680만주 이상의 지분을 형성하고 있다.
오너 일가 측 결속 움직임에 대응하듯 박철완 전 상무도 공개 메시지를 던졌다. 박 전 상무 측은 최근 “경영권 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EB) 발행 추진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것으로 이에 강력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박 전 상무는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을 언급하며 “정부의 2차 상법 개정으로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됐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로 현 경영진 후보가 아닌 후보도 이사회 입성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이는 차기 정기 주주총회를 겨냥한 이사 선임 시도 재도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사외이사 추천권, 감사 선임, 배당 확대 등 과거 요구 조건과도 맞닿아 있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앞서 수차례에 걸쳐 박 전 상무 주주제안에 맞서 표 대결을 벌였다. 당시 경영진 측은 과반 우호지분을 확보, 방어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상법 개정, 표결 구도 변화, 외부 기관투자자 영향력 확대 등의 변수는 상황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이번 지분 매입은 단순 투자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업계에선 다음 정기주총 국면을 앞두고 오너 일가 결속 의지 표명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과거 경영권 분쟁에서 실리를 챙겼던 박준경 사장과 박찬구 명예회장이 여전히 안정적 우위에 있는 가운데 박주형 부사장이 지분을 늘린 점은 내부 결속을 다지는 신호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박철완 전 상무 재등판 시사로 향후 표 대결,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자사주 처리 이슈 등의 리스크가 확산될 여지도 생겼다. 특히 자사주를 담보로 한 EB 발행 여부나 추가 장내매수 및 외부 연대 가능성은 향후 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선 이번 매수 건을 규모는 작지만 ‘상징적인 움직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지분 변동 실효성보다는 주총을 앞둔 경영권 향방, 자사주 활용 전략, 상법 개정에 따른 지배구조 대응력 등이 핵심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