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美, 中반도체 ‘우회수출’ 자회사까지 봉쇄....中 희토류 통제 ‘맞불’
美, '엔티티 리스트' 기업 50% 이상 지분 자회사에 자동 수출 통제 中, 강력 반발하며 국가 안보 이유로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 한스경제(상하이)=강은수 특파원 |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독립’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해 대중국 수출통제 조치를 강화했다. 칩 제조 장비와 기타 상품·기술에 대한 수출 제한을 우회하기 위해 자회사나 외국 계열사를 이용하는 중국 등 관련 기업들까지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단속을 본격화한 것이다. 이에 중국도 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며 양국 간 완화되던 무역 긴장이 다시 재점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 수출통제 명단에 있는 기업이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도 자동으로 수출통제를 적용받도록 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이 규정은 지난 30일 연방 웹사이트에 공식 게재됐으며, 60일의 조정 기간 후 공식 발효될 예정이다.
‘엔티티 리스트’에 포함된 기업들은 미국의 수출관리규정(EAR)을 적용받는다. 이들 기업이 EAR 적용 대상 물품을 수출할 경우 허가를 신청해야 하지만, 대부분 신청이 거부되는 실정이다. 미 상무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우회전략(diversionary schemes)’을 사용해 수출업체를 속이는 단체의 자회사를 표적으로 삼기 어렵게 만드는 허점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새로운 규정은 수출통제 대상 기업이 ‘상당한 소수 지분’을 보유했거나 ‘상당한 관계’가 있는 기업에 민감한 기술을 수출하려는 경우, 수출업자에게 수출통제 규정을 위반하지 않도록 더 각별히 주의할 의무를 부과했다.
제프리 케슬러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은 “너무 오랫동안 허점으로 인해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의 이익을 저해하는 수출이 가능해졌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BIS는 허점을 메우고 수출통제 조치가 의도대로 작동하도록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규칙은 전 세계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사실상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의 자회사를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금까지는 수출통제를 적용받는 기업의 자회사라도 수출통제 명단에 없으면 제재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수출통제 대상인 화웨이 등은 자회사나 해외 계열사를 통해 미국의 기술을 수입할 수 있었다.
중국 기업 분석기관인 와이어스크린(WireScreen)의 예비 분석에 따르면 이 새로운 규정은 중국 국유 기업의 자회사 수천 개와 기타 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화웨이와 중산궈지(SMIC) 등의 자회사들이 이날 수출금지 대상 기업에 추가되는 등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中, ‘악질적’ 비판하며 희토류 수출 재통제
중국은 미국의 조치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중국의 협상 카드인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 상무부는 미 상무부의 발표 직후 “이번 조치의 성격은 매우 악질적”이라며 “중국은 이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고 비판했다고 현지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이어 “미국의 이번 조치는 관련 기업들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 아니라 국제 경제 무역 질서를 뒤흔들고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잘못된 행위를 즉시 시정하고 중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압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필요한 조치를 취해 중국 기업의 합법적인 권익을 단호히 수호할 계획”이라며 보복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9일 중국 상무부는 희토류 채굴, 제련 분리, 금속 제련, 자성 재료 제조, 희토류 2차 자원 재활용 관련 기술과 저장장치 및 이와 관련된 생산 라인의 조립, 디버깅, 유지 보수 및 업그레이드와 같은 기술을 허가없이 수출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상무부는 “일정 기간 동안 일부 해외 조직과 개인이 중국산 희토류 통제 품목을 직접 또는 가공한 후 관련 조직과 개인에게 이전 및 제공해 군사 등 민감한 분야에 직간접적으로 사용돼 중국의 국가 안보와 이익에 중대한 손해나 잠재적 위협을 초래하고 국제 평화와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확산방지를 위한 국제적 노력을 저해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중국 성분이 포함된 일부 해외 희토류 관련 품목에 대해 법에 따라 규제를 시행해 국가 안전과 이익을 더 잘 보호하고 확산 방지 등 국제 의무를 더 잘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양국 간의 새로운 수출통제 조치가 현재 진행 중인 미중 간 관세 협상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이번에 미국이 새로 시작한 규정은 한국 등 제3국 기업이 수출통제 명단에 있는 중국 기업과 합작투자를 통해 설립하는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싱크탱크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침 리 연구원은 제5차 미·중 고위급 협상이 이달 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있을 전망이라며 미국의 이번 조치는 협상에서의 우위를 얻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양측의 모든 행동은 무역 협상에서 가능한 많은 협상 수단을 얻기 원한다는 맥락에서 볼 수 있다"며 "중국은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다시 강화하는 식으로 보복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