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효과 이월에 환율 변수까지…LCC 3분기 실적 ‘급랭’

3분기 LCC 실적, 제주항공·진에어 등 일제히 감소세 추석 연휴 4분기 이동·내국인 해외여행 감소 직격탄 고환율에 비용 부담…파라타항공 합류로 가격 경쟁도

2025-10-10     박정현 기자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 항공업계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3분기(7~9월)에도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실적은 부진했다. 최장 10일인 추석 황금연휴가 4분기인 10월로 배정돼 항공수요가 이월된데다 내국인의 해외여행 열기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3.9% 급감한 168억원으로 추정된다. 진에어는 35.32% 감소한 260억원, 에어부산은 60% 감소해 150억원이다. 티웨이항공은 유일하게 흑자 전환해 85억원의 이익을 낼 전망이다.

LCC는 박리다매 구조로 탑승률이 높을수록 수익이 늘지만 추석이 4분기로 넘어가면서 9월 ‘수요 절벽’이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은 “추석을 앞두고 발생한 9월 수요 공백이 3분기 실적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상반기 소비심리 위축도 악재로 작용했다. 에어포탈에 따르면 1분기 779만 명이던 내국인 출국자 수는 2분기 676만 명으로 13% 이상 감소했다. 반면 외국인 입국자 수는 빠르게 늘며 인바운드 수요가 아웃바운드를 앞질렀다.

KB증권은 "7월 기준 외국인의 한국입국은 급증(23.1%)한 반면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52개월만에 전년동월대비감소(-2.7%)했다"며 "8월 이후에는 미국의 이민자 단속의 여파로 한국인의 미국 여행 심리가 크게 악화됐고 원달러 환율도 상승하면서 항공 수요가 부정적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분기 LCC 업계는 제주항공(-419억원), 티웨이항공(-783억원), 진에어(-423억원), 에어부산(-111억원) 등 상장 LCC 모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연말까지도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이 높은 내국인 여객 비중이 줄고 그마저도 대형항공사(FSC)로 수요가 쏠리고 있어서다.

통상 여객 수요가 가장 높은 8월, FSC는 여객 472만명을 수송하며 전년(453만명) 대비 4.2% 증가했지만 LCC는 642만명으로 전년(634만명) 대비 1.3% 증가에 그쳤다. 한국투자증권은 "해외여행 인기가 식었어도 프리미엄 및 상용수요는 변함없이 강세라 비즈니스 좌석은 부족한데 LCC들의 외연확장은 막혀버렸다"고 풀이했다.

4분기는 장기 연휴와 내년 6월 말까지 시행되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대상 무비자 입국 정책이 항공 수요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중국 노선의 대부분을 FSC가 차지하고 있어 수혜는 대한항공 중심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최지운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 노선은 FSC 비중이 LCC 대비 월등히 높은 것으로 파악돼 대한항공의 수혜 강도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LCC는 환율변수에 FSC보다 취약하다. 최근 미국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다시 1400원선을 웃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플라이강원을 인수한 파라타항공이 최근 항공운항증명(AOC)을 다시 획득하고 상업 운항을 시작하면서 국내 LCC 시장은 9개사 체제로 재편됐다.

파라타항공은 초기 고객 유치를 위해 지난달 김포~제주 노선 항공권을 최저 9900원에 판매했다. 업계는 이를 계기로 LCC 간 가격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파격 할인으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면 긍정적이지만 대부분은 기존 수요를 나누는 ‘제 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