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메신저’ 카카오톡이 바란 것과 놓친 것

국민적 반발에 직면한 국민 메신저의 외도

2025-10-04     석주원 기자
석주원 산업2부 팀장

|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도구엔 저마다의 사용처가 정해져 있다. 물론 도구에 따라서는 본래의 사용 방법뿐 아니라 응용해서 다르게 사용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지만 처음에는 명확한 의도를 갖고 만들어진다.

디지털 도구도 마찬가지다. 현대인의 필수품 스마트폰은 수많은 기능들을 갖고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다른 사람과의 통화다. 통화가 되지 않는다면 스마트’폰’이 아니라 스마트기기로 불려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메신저’ 카카오톡의 역할은 무엇일까. 메신저의 사전적 정의는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메시지와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는 카카오톡을 통해 가족, 친구, 회사 동료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과 문서 등 여러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용자들이 메신저에 원하는 기능은 이것뿐이다.

그런데 지난달 23일 카카오톡이 야심차게 선보인 새로운 행보는 메신저라는 본연의 기능을 벗어나면서 수많은 이용자들을 당황시켰다. 새로운 카카오톡의 가장 큰 변화는 첫 화면인 친구 목록의 피드화다. 피드는 소셜미디어에서 업데이트되는 콘텐츠 목록을 의미하는데 주로 사진과 짧은 동영상 형태다.

카카오톡 업데이트 이후 친구 탭의 첫 화면은 기존의 친구 이름으로 정렬된 목록 형태가 아닌 카카오톡 친구의 프로필 사진이 반겨준다. 사람에 따라서는 친한 지인의 소식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카톡에 등록된 사람이 가족이나 친구처럼 아주 가까운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톡은 국민 메신저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사용하는 메신저다. 자연스럽게 나와 인연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카카오톡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 중에는 가족과 친구처럼 매우 가까운 사이도 있겠지만 직장 상사나 거래처 직원 등 업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결된 사람도 많다.

아마도 직장 상사가 골프 치거나 등산 간 모습을 내 카카오톡 첫 화면으로 보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내 프로필 정보가 직장 상사 등 불편한 사람에게 자동으로 노출되는 상황 역시 달갑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이는 카카오의 의도와 달리 오히려 이용자들이 프로필 노출을 최소화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카카오톡의 이번 업데이트는 사용률이 낮은 10~20대를 유입시키고 앱 체류 시간을 늘려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10~20대가 카카오톡 대신 소셜미디어의 메시지 기능을 사용하는 현상에 대한 카카오 나름의 대응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10~20대가 카카오톡을 외면하는 건 소셜미디어 기능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점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 모양이다.

애초에 카카오톡을 외면하는 젊은 세대들이 메신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카카오톡 대신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 등 외산 메신저를 더 자주 사용할 뿐이다. 어느 시대든 젊은 세대들은 기성 세대와 분리된 문화를 향유하고 싶어한다. 부모와 선생님 혹은 직장 상사 등 젊은 세대의 행동을 제약하려는 어른들이 즐비한 카카오톡은 그들에게 최대한 멀리하고픈 메신저일 것이다.

카카오의 오판은 그 누구도 메신저에 소셜미디어 기능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 데 있다. 평소 소셜미디어를 자주 사용하는 이용자들은 이미 다른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의 성향과 취향에 맞는 사람들을 팔로우하고 있으며 소셜미디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메신저에 추가된 소셜 기능이 불편할 뿐이다.

바꾸면 알아서 따라올 것이라는 국민 메신저의 오만한 판단은 국민적 역풍에 직면했다. 이용자들의 비판과 함께 앱마켓 평점은 1점대까지 떨어졌으며 주가 역시 업데이트 직전과 비교해 10% 이상 빠졌다. 결국 카카오는 업데이트 6일 만에 친구 목록 등 가장 비판이 거센 일부 업데이트를 이전 버전으로 되돌리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카카오톡이 타격을 받은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로 이탈하는 이용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메신저의 특성상 나 혼자 다른 메신저로 이동해도 연결된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카카오톡 업데이트 이후 네이트온의 다운로드가 급증했다는 언론보도가 있는 만큼 이용자들은 언제든 기회가 되면 옮겨갈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