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지속형 비만치료제 열풍…K-바이오의 숙제는?
비만치료제 약효 장기 지속에 관심 '마이크로스피어' 보유 국내 기업에 기대감 높아 "대량 생산이 관건…해결 시 기술이전 등 기대"
|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GLP-1 기반 치료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약효의 장기 지속성에 빅파마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기 지속 기술을 보유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대량 생산 가능성이 핵심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장기 지속형 기술 중 국내 기업이 보유한 '마이크로스피어'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마이크로스피어는 생체분해성 고분자(PLGA)에 허가된 약물을 혼합해 미세 구형 입자로 만드는 기술이다. 체내에서 중합체(Polymer)가 서서히 분해되며 약물을 방출해 한번의 투약으로 수개월 동안 효과가 유지된다. 편의성이 높고 혈중 약물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돼 효과가 안정적이다. 또한 펩타이드, 단백질 등 다양한 약물에 적용할 수 있어 활용범위가 넓다.
다만 입자의 형태를 균일하게 만들기 어려워 대량 생산에 한계가 있다. 장기 지속형 비만치료제의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대량 생산 문제가 해결될 경우 국내 기업의 외형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펩트론, 지투지바이오, 인벤티지랩이 마이크로스피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펩트론(대표 최호일)은 독자 개발한 장기 지속형 플랫폼 '스마트데포(SmartDepot)'를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데포는 초음파 분무건조 방식을 통해 원료의약품(API)와 PLGA가 결합된 미립구를 생성한다. 입자 크기를 제어할 수 있으며 균일한 크기의 미립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최근 스마트데포 기술을 활용해 전립선암 및 성조숙증 치료제 '루프린(성분명 류프로렐리)'의 장기 지속형 치료제인 '루프원'을 개발, 상업화에 성공했다.
이 성과를 기반으로 일라이 릴리의 비만치료제 포트폴리오 개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펩트론은 지난해 10월 릴리와 플랫폼 기술계약 평가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릴리가 보유한 펩타이드 기반 후보물질에 스마트데포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릴리는 내부 평가 이후 펩트론과 후속 상업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지투지바이오(대표 이희용)는 막유화법이 적용된 '이노램프(InnoLAMP)'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API, PLGA, 첨가제가 합성된 용액이 멤브레인 수용액을 통과하며 균일한 미립구가 생성되는 방식이다. 단시간 내에 용매를 제거해 미립구 수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생성 공정이 간단해 막유화만 늘릴 경우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지난 7월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추가 제형 개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유럽 소재 글로벌 빅파마와 약효지속성 주사제 개발 계약을 맺었다.
최근 일반 공모청약을 진행했으며 확보한 공모자금을 통해 제2GMP 공장을 신축할 계획이다. 오는 2027년 완공 예정이며 세마글루타이드 기준 연간 700만명분 생산이 가능한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인벤티지랩(대표 김주희)는 유체역학 기반 약물전달시스템(DDS) ’IVL-DrugFluidic'을 개발했다. IVL-DrugFluidic은 API와 고분자 기름 용매액을 물과 혼합해 미립구를 생성한다. 일관된 입자 크기를 형성할 수 있으며 다중 채널로 병렬화해 연속 생산 및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인벤티지랩은 올해 큐라티스를 250억원에 인수하며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기에 나섰다. 연간 5000만 바이알 생산이 가능한 생산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설비 구축 이후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대형제약사와의 공동개발 프로젝트의 임상시험용 의약품 생산 준비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달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이미 출시된 주1회 제형을 넘어서 월1회 제형에 대한 빅파마들의 관심이 높다"며 "암젠의 마리타이드, 로슈가 인수한 카무루스의 FluidCrystal 기술 등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국내 업체의 마이크로스피어 기술이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마이크로스피어 기술은 대량 생산이 관건인데 국내 기업들이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어 기술이전 등도 기대할만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