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없는 동성제약 경영권 분쟁…소액 주주들만 ‘한숨’
브랜드리팩터링 측 나원균 대표 해임안 의결 실질적 경영체제 변동 없을 듯…법원 판단 필요 갈등 장기화 조짐에 경영 정상화 차질
|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 동성제약의 경영권 분쟁이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들이 부담하게 될 전망이다.
3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동성제약은 최근 이사회를 개최하고 현 나원균 대표이사 해임과 유영일 사내이사의 신규 대표 선임 등 2개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번 이사회에는 최대 주주인 브랜드리팩터링측 이사 4명과 감사 1명이 출석했으며 나 대표를 포함해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동성제약 측 이사 3명은 참석하지 않았다.
예견된 수순이었다. 앞서 지난 12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임시주총)에서 나 대표 해임안은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으나 브랜드리팩터링 측 인사 4인이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과반을 차지하게 됐다.
이번 이사회 결정에 대해 나 대표 측은 ‘절차상 하자’를 내세워 무효를 주장하며 공시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드리팩터링 측은 “정당한 절차에 따른 의결”이라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브랜드리팩터링 측은 “나 대표 측은 이사회 연기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무효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이미 상법과 회사 정관에 따라 적법하게 이사회를 소집했고 출석 이사 전원의 만장일치로 해임·신임 대표 선임 안건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또한 나 대표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고발을 당한 상태임에도 무효소송을 예고하며 임기 연장을 시도하고 있다는 게 브랜드리팩터링 측의 주장이다.
브랜드리팩터링 측은 이번 이사회 결정을 조속히 한국거래소에 공시해 법적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으로 “법과 절차에 따른 정당한 이사회 결의인 만큼, 법원과 시장 모두 이를 인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나 대표 측은 이번 해임안 통과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동성제약 측 이사들이 일정상 참석이 어렵다고 통보 후 불참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안건이 처리됐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지난 임시주총 의결권 위임장 수집 및 집계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지난 23일 이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보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의결권 위임장의 진위와 수량을 확인해 절차상의 하자를 입증하고 이를 근거로 주주총회 결의 취소를 목표로 한다.
나 대표 측은 “위임장은 현장에서 확인된 후 브랜드리팩터링 측이 가져가 보관하고 있다”라며 “우리 역시 해당 위임장을 제출받은 당사자인데 상대 측만 열람할 수 있는 상황은 부당하다고 판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를 통해 나 대표 해임안이 의결됐지만 당장에 실질적인 경영체제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동성제약은 공동 법정관리인 지위를 갖고 있는 나 대표를 법원 허가 없이 변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도 M&A를 통한 자금 조달, 신규 투자자 영입 등을 추진하고자 하는 나 대표와 새 경영진을 중심으로 빠른 체질 개선과 신사업 추진하려는 브랜드리팩터링 간에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정관리 상태에서 회생계획과 충돌하거나 소송전이 이어질 경우 동성제약의 경영 정상화도 요원하다.
경영권 분쟁과 회생 절차, 횡령·배임 의혹이 복합적으로 얽힌 동성제약 사태는 ‘누가 이길지’보다 ‘누가 멍드는가’에 더 눈길이 간다. 결국 가장 큰 손실은 표면에 잘 드러나지 않는 소액주주들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
동성제약은 지난 6월24일 이후 현재까지 3개월 넘게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지만 한국거래소로부터 내년 5월까지 개선 기간을 부여받았다. 남은 기간은 8개월에 불과한데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주주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거래정지 기간 동안 주주들은 일정 기간 동안 보유 주식을 사고팔 수 없어 자금 유동성에 큰 제약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급한 자금 수요가 발생하더라도 현금화가 불가능하고, 주가 변동에 따른 대응 기회도 잃게 되면서 주주 피해가 불가피하다. 또한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높아, 주주들이 추가적인 손실을 입을 위험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에서 경영권 분쟁이 길어지면 자금 조달과 사업 정상화에 치명적인 지연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피해는 소액주주와 직원들에게 돌아간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 소송으로 번지지 않도록 이해관계자들이 합리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